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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 여성 신자 의식조사 후속 프로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북토크 열어
천주교 의정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여성분과가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의 저자 이동옥 교수의 온라인 북토크를 26일 열었다.
여성분과는 지난해 11월 전 교구민 대상으로 여성 신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세대 간 인식 차이가 큰 것을 확인했고,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후속 모임으로 이번 북토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에는 다양한 연령의 35여 명이 참여했다.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가톨릭 신앙인이자 페미니스트고, “페미니스트이자 제도종교의 신자로서 혼란을 겪으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5쪽) 책을 썼다.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이동옥, 현암사, 2018. (표지 출처 = 현암사)
저자 이동옥 교수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고, 진보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묵주반지를 끼는 것이 자신에게 호흡과 같은 의미이며, 두 정체성을 다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가 천주교 신자이면서 페미니스트이고, 또 성소수자이기도 하다며,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성분과 여성 신자 인식 조사에서 확인됐듯이, 젊은 여성 신자들은 젠더 감수성이 높고, 교회에도 여성주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연령이 높은 신자들은 젊은 신자들의 이런 생각을 불편하게 여긴다.
이동옥 교수는 교회 내 성 역할 고정을 지적하며, “교회 안에서 성 역할 분업이나 여성이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선하지 않으면 많은 여성 신자가 떠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교회는 소외당한 사람을 위해 열려 있는 곳이고 상처받은 여성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면 여성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례로는 젊은 사제조차 때로 강론에서 당연히 남성을 생계 부양자, 여성을 주부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 교회 일에 위계는 없어야 하지만 (본당 활동에서) 여성이 주로 청소, 꽃꽂이 등을 하는 것, 여성은 성체분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등이 있다. 특히 여성이 성직에서 배제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젊은 여성 신자는 이런 상황을 보면 혼란과 분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첨예한 이슈인 낙태와 성소수자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교회에 여성과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당부했다. 그는 교회 안에 많은 성소수자 신자가 있고, 교회의 냉대나 잘못된 이해, 혐오 때문에 떠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성에게 낙태는 절박하고, 생존과 건강, 생명과 연관된 사안”(67쪽)이라며, “인생에 없던 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석하고, 낙태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이가 그렇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회가 성의 인격적 결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문화에서 성과 피임에 관한 교리가 변하지 않는 한 여성들은 상처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에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 의정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여성분과가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의 저자 이동옥 교수의 온라인 북토크를 26일 열었다. (사진 출처 = Pixabay)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나 교구 여성분과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이동옥 교수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관한 신자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그동안 해왔던 역할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의 역할 바꾸기, 여성이 예식을 운영하는 것 등을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여성 리더쉽과 관련해 성서에 나오는 여성을 재평가하고 역할 모델로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는 여성의 역할모델로 하와와 마리아 막달레나를 강조한다.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모성의 상징, 고통에 매몰된 피학적인 존재, 가부장제에 충실한 여성으로 신비화하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는 여성 신자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마리아 막달레나를 성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생명 감수성을 가지면서도 남성 제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열정, 자유, 해방을 갈구한 여성으로 해석한다.”(102-103쪽)
질의응답 때 한 참가자는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젠더 관련 교육이 너무 형식적이고 미비해서 실망했고, 신학생의 젠더 감수성 수준에 놀랄 때가 있다. 변화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신학생에게 기대하는 자세나 신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 교수는 신학교에 성 관련 교리 과목이 있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젠더 관련 교육도 필요하고, 그러려면 교육과정과 방향의 변화가 필요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에 나온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는 ‘가톨릭 신자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성찰, 종교와 사회에서의 성차별, 여성 노인에 대한 차별과 돌봄 노동의 중요성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저자가 2012년부터 <공동선>에서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저자 이동옥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 “왜 노인 보살핌을 두려워하는가”, “여성주의로 읽는 태국 여성의 삶” 등을 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교회 내 여성 역할 제한, 여성들이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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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 여성 신자 의식조사 후속 프로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북토크 열어
천주교 의정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여성분과가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의 저자 이동옥 교수의 온라인 북토크를 26일 열었다.
여성분과는 지난해 11월 전 교구민 대상으로 여성 신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세대 간 인식 차이가 큰 것을 확인했고,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후속 모임으로 이번 북토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에는 다양한 연령의 35여 명이 참여했다.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가톨릭 신앙인이자 페미니스트고, “페미니스트이자 제도종교의 신자로서 혼란을 겪으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5쪽) 책을 썼다.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이동옥, 현암사, 2018. (표지 출처 = 현암사)
저자 이동옥 교수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고, 진보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묵주반지를 끼는 것이 자신에게 호흡과 같은 의미이며, 두 정체성을 다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가 천주교 신자이면서 페미니스트이고, 또 성소수자이기도 하다며,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성분과 여성 신자 인식 조사에서 확인됐듯이, 젊은 여성 신자들은 젠더 감수성이 높고, 교회에도 여성주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연령이 높은 신자들은 젊은 신자들의 이런 생각을 불편하게 여긴다.
이동옥 교수는 교회 내 성 역할 고정을 지적하며, “교회 안에서 성 역할 분업이나 여성이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선하지 않으면 많은 여성 신자가 떠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교회는 소외당한 사람을 위해 열려 있는 곳이고 상처받은 여성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면 여성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례로는 젊은 사제조차 때로 강론에서 당연히 남성을 생계 부양자, 여성을 주부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 교회 일에 위계는 없어야 하지만 (본당 활동에서) 여성이 주로 청소, 꽃꽂이 등을 하는 것, 여성은 성체분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등이 있다. 특히 여성이 성직에서 배제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젊은 여성 신자는 이런 상황을 보면 혼란과 분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첨예한 이슈인 낙태와 성소수자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교회에 여성과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당부했다. 그는 교회 안에 많은 성소수자 신자가 있고, 교회의 냉대나 잘못된 이해, 혐오 때문에 떠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성에게 낙태는 절박하고, 생존과 건강, 생명과 연관된 사안”(67쪽)이라며, “인생에 없던 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석하고, 낙태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이가 그렇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회가 성의 인격적 결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문화에서 성과 피임에 관한 교리가 변하지 않는 한 여성들은 상처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에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 의정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여성분과가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의 저자 이동옥 교수의 온라인 북토크를 26일 열었다. (사진 출처 = Pixabay)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나 교구 여성분과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이동옥 교수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관한 신자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그동안 해왔던 역할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의 역할 바꾸기, 여성이 예식을 운영하는 것 등을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여성 리더쉽과 관련해 성서에 나오는 여성을 재평가하고 역할 모델로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는 여성의 역할모델로 하와와 마리아 막달레나를 강조한다.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모성의 상징, 고통에 매몰된 피학적인 존재, 가부장제에 충실한 여성으로 신비화하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는 여성 신자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마리아 막달레나를 성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생명 감수성을 가지면서도 남성 제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열정, 자유, 해방을 갈구한 여성으로 해석한다.”(102-103쪽)
질의응답 때 한 참가자는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젠더 관련 교육이 너무 형식적이고 미비해서 실망했고, 신학생의 젠더 감수성 수준에 놀랄 때가 있다. 변화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신학생에게 기대하는 자세나 신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 교수는 신학교에 성 관련 교리 과목이 있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젠더 관련 교육도 필요하고, 그러려면 교육과정과 방향의 변화가 필요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에 나온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는 ‘가톨릭 신자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성찰, 종교와 사회에서의 성차별, 여성 노인에 대한 차별과 돌봄 노동의 중요성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저자가 2012년부터 <공동선>에서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저자 이동옥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 “왜 노인 보살핌을 두려워하는가”, “여성주의로 읽는 태국 여성의 삶” 등을 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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