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4] 넥타이

[예사랑 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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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신동환(20250113)

문득,

어두운 하늘에 붉은 해돋이같이 따스한 것 하나 가지고 싶다

사향 간직한 남정네에게 어울리는 멋들어진 사치품

그런 것 하나 받고 싶었다

사무실 화려한 호접란보다 돋보이고

고관대작 목을 감싸고 있는 것보다 더 멋진

그런 것 하나 선물 받고 싶었다

선남선녀 혼인하는 결혼식장에서도

심장을 파고드는 유명 강사의 말을 경청할 때도

단연코 돋보이는 그런 것 하나 매고 싶었다

문득, 난

매서운 눈발 날리기 전 목에 걸치고 호사스럽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그런 것 하나 꼭 간직하고 싶었다

거제도 형 집으로 어머니와 함께 소소한 여행 계획을 꿈꾸며

기장 모친댁에 도착하니 꿀잠 자는 어머니

얼굴 씻고 옷장 문 여는 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것 하나

그것은 아버지 향내 풍기는 붉은 넥타이였다

순간 눈에 맺히는 이슬과 함께 생각나는 옛 추억 하나

옛날 보리 이삭 짚 가마니에 쓸어 넣으며 좋아하는 아버지의 여유로운 웃음

이랑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청보리 보며 부르던 아버지 노래였다

그 노래는 초여름 풍성한 수확물 보고 콧노래 부르던 보리밭이었다

멋진 넥타이 소원하고 있은 것 알고

당신의 체취 간직한 넥타이 남기고 하늘로 간 아버지

찬바람 부른 날 방패가 되어주는 것 하나

아버지는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

늘 함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아버지 분신 같은 것 하나

넥타이 하나 남기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