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자의 수필집 아프리카 사랑
첫 번째 내려놓음
베른 오페라 극장에서 세계적인 마돈나가 되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을 때, 한국에서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신부님이 보낸 것이었다.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루어 놓은 것을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편지에 처음엔 화가 났다. 고민 고민 끝에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살 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는 거야’ 그때 나는 스물여덟 이었다. 나의 첫 내려놓음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두 번째 내려놓음
귀국해 중앙대 전임강사로, 2년 후 연세대로 직장을 옮긴다. 한국에 온지 5년이 되던 해 독일로 여행을 갔다가 카롤스루에 오페라 극장과 오디션을 거쳐 전속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어머니께 이 사실을 말씀드린다. 그러고 나서 연세대에 사표를 냈더니 모두가 놀랐다.
“ 아니 금방 석을 두고 왜 떠납니까? 후회 할 거예요.”
“ 일 년을 못 견디고 돌아오게 될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동안 모은 돈 다 털어 어머님과 동생들이 살아갈 작은 집을 마련했다. 살림살이까지 어머니께 다 들이고 나니 몸과 마음이 다시 가벼워 졌다. 우리의 삶이 순례의 길이라면 한 곳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것이 나의 인생에서 두 번째 내려놓음이다.
김청자.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음악가다, 그가 90여 편의 글을 모아 나이 칠십에 책을 냈다. 나와 거리가 너무 먼 사람이다. 농사꾼의 딸 시골뜨기 별반 내 세울 것 하나 없는 나의 비하면 그의 삶은 높은 음 자리다. 물론 어릴 적엔 지독한 가난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그의 부단한 노력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자기의 재능을 나눔의 도구 사용하면서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생활이다. 두 번의 결혼,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게다. 수치스러운 일임에도 헤어진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아주 담백하게 이야길 하고 있다. 짤막한 글이라서 읽기도 아주 편하다. 수필이 길다보면 지루해서 중간에 덮어버리기 쉽다. 헌데, 글의 짜임새도 좋고, 무엇보다도 글의 내용이 진솔해서 더 좋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피부색이 검은 아이들에게 나눔을 하고 있다.
그에겐 늘 협력자가 있다.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여인 김청자. 오드리햅번처럼 예쁘지는 않아도 그 이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여장부가 화려함을 모두 내려놓은 체, 아프리카에서 오늘도 검게 타 들어가고 있다. 아주 예쁘게.
첫댓글 감사합니다^^
어느 신부님께 선물 받은 수필집에 소감을 달아 보았습니다. 자매님!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