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인 신임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취임식 참석 소감
- <박애리 명창>의 사회로 <신토불이 가수 배일호>와 <팝핀현준>노래도 들을만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여러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잘 아시지요?”
단상에 오른 김용인 신임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장의 취임사 첫 마디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객석 뒷자리에서는 성급하게 ‘오늘이 경우회장 취임식 날이죠!’라는 답이 살짝 들려 오는가 싶더니, 신임 회장은 객석에 귀 기울지 않고 곧바로 자문자답해 버렸다.
“오늘이 잘 아시다시피 <의병의 날>입니다.”
신임 재향경우회장이 취임하면서 <의병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특별한데, 곧이어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힘찬 목소리로 낭송했다.
▲ 김용인 신임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취임사
※ 사진=필자(내빈석 중앙에 앉은 채로 필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거리감이 있음, 이하 사진 같음)
신임 회장이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신성한 취임식에서 ‘의병 정신’과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들고나온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나는 취임사를 더 길게 들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이미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의병 정신'과 '심훈의 시' 두 가지에 대한 공통점이 곧 답이다.
신임 회장은 당찬 ‘의지력’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패기와 결단력’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뭔가 다른 신선한 각오를 첫 출발하는 자리에서 보이고 싶은 것이다.
▲ 반듯한 사람이다. ▲ 겸손한 사람이다. ▲ 예의 바른 사람이다. ▲ 부지런한 사람이다. ▲ 상식과 원칙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 혁신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 미래 비전을 꿈꾸며 늘 공부하고 고민해온 사람이다. 내가 아는 김용인 회장의 모습이었다.
그의 압도적인 당선은 기존의 통념과 관례를 일거에 깼다는 것이 전 현직 경찰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아닌, 경정 계급의 경찰서장 출신이 경우회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기적’이니, ‘이변’이니, ‘파격’이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취임사 첫머리에 담겨 있었다.
이 자리에는 현직 경찰총수도 참석하여 축사했고, 전직 경찰총수도 축사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 축사
현직 국회의원들도 상당수 참석하여 빠짐없이 축사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치인들의 축하 꽃이 통로가 비좁을 정도로 즐비했다. 13만 경찰 조직과 150만 재향경우회 거대 조직의 역할과 위상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 행사장 통로를 꽉 메운 축하 꽃
참석한 현직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재향경우회가 국가와 지역 사회에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 위한 현실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참석한 귀빈들에게만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국회의원 신분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공적(公的)이다.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으로 남는다. 동영상으로 전 현직 수많은 경찰관도 본다. 빈말이 아님을 입법활동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경우회가 어떤 조직인가. 조국 광복 이후 70여 년간 건국, 구국, 호국의 주체로서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역사의 초석을 다져왔다. 전시에는 국가의 방패로서, 평시에는 치안의 보루로서 헌신해온 전직 경찰들로 구성된 법정 단체다.
조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이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으뜸의 존재가치는 ‘국가 안보단체’로서의 역할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배 경찰들이 피 흘리고 목숨을 잃었는가. 그 숭고한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신임 회장은 말했다. “한 사람의 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의 꿈으로 뭉치면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라고 강조하면서 “꿈의 실현을 위해서 밤잠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엄청난 책임감이 짓누른다.”라고도 했다.
‘적폐청산’이란 말은 공개적으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빈대 한 마리 잡고자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진 않겠다”라는 의미 있는 말도 했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직시해 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오늘 행사에 초대받은 나는 경우회(警友會) 간부도 아니다. 《경우신문(警友新聞)》 독자로서 이따금 필자(筆者) 역할이나 할뿐이다.
▲ 국회의원 좌석 뒷쪽 중간쯤 <내빈석>에 붙어 있는 내 이름 석자와 식순
내빈석(來賓席)에 내 이름 석 자 버젓이 붙어 있어 앉았지만, 나는 특별히 대접받아야 할 지도층 인사나 귀빈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할아버지로서 손자나 예뻐하고 틈틈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오늘 행사장에서는 몇 가지 특별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사회를 보는 사람이 뜻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박애리 명창’이었다. 내가 박애리 명창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단정하게 가르마 탄 머리와 고운 한복이 좋아 보였다. 창도 좋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특출한 면모를 보았다. 유창한 말솜씨였다. 그는 종이에 적혀있는 대로 읽는 아마추어 진행자가 아니었다.
‘경찰 냄새’가 여기저기서 풍기는, 자칫 경직되기 쉬운 행사장이었다. 그는 생글생글 웃어가며 흥겨운 행사 분위기를 전적으로 주도했다.
▲ 박애리 명창과 팝핀현준 가수
특히 판소리 ‘흥보가’ 한 대목과 남편인 팝핀현준 씨의 독특한 춤 동작이 볼만했다. 남들보다 손뼉을 더 힘차게 오래 쳤더니, 옆자리에 계신 분이 나를 자꾸만 쳐다보았다. 속으로 ‘열렬한 팬’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토불이 가수 배일호’ 씨도 등장했다. 그분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활력이 철철 넘치는 가수다. 오늘도 변함없이 활짝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남을 즐겁게 해 주는 가수 배일호 씨의 공개된 비법은 뭐니 뭐니해도 ‘촌스럽게 수줍은 듯 활짝 웃는 얼굴’이다.
▲ 신토불이 가수 배일호
그러고 보면 이번 취임식 행사는 단순히 한 특정 단체장의 출범행사로만 국한할 일이 아니었다. 흥겨운 잔칫날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퇴직 경찰 모두가 흥겹게 좋아하는 가수와 명창만 골라서 무대에 세웠는지, 행사를 애초 기획한 분의 탁월한 센스와 촉에 찬사를 보낸다.
모처럼 비싼 돈 들여 새 양복 사 입고, KTX 타고 서울 구경하고 온 소감 한 줄 적으려니, 직장에서 퇴근한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오늘 비싼 양복에다가 비싼 KTX 노잣돈 들여 서울 가시더니 가수들 노래잔치 공연만 보시다 오셨어요?”
현장 중계하듯 행사장에서 가수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만을 ‘가족 채팅방’에 올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렇다. 현장 중계했던 몇 컷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집안의 가장이 모처럼 귀한 자리 초대받아 참석한 행사라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그 의미를 가족들에게 들려줘야 한다. 그 옛날 선친이 하신 말씀이 또 떠오른다.
“어딜 다녀오면 견문을 자상하게 얘기해야지, 그래야 가족들도 궁금증이 해소되고 견문을 말하는 사람은 그 의미가 더욱 깊고 새로워지는 법이거든.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멋이고 재미이기도 하지.”
밤 늦은 시간, 노트북 자판 손놀림이 느려지고 오자가 자꾸 발생한다. 모처럼 낯선거리, 서울 여행에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그날 취재기(記)는 일기처럼 날짜 넘기지 말고 써야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자꾸만 눈꺼풀이 감겨옴에도 서둘러 졸고 소감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이다. ■
2021. 06. 01.
윤승원 소감 記
첫댓글
기다리던 뉴스를 넘어 품평을 읽는 기분입니다. 경우회 회장 취임식의 장면을 느낀 소감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와 연결되는 내용이 줄줄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박사님이 따뜻하게 살펴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격려와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 페이스북 댓글 모셔옴
◆ 조용연(작가, 전 충남경찰청장) 2021.06.02.06:00
우선 김용인 회장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장천 윤승원 작가님이 남다른 인연으로 취임식에 초대된 사연은
참 귀하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한마디 첨언이 필요할듯합니다.
오래 곪았던 경우회의 환부는 닭벼슬만도 못한 욕망으로 덧칠해 왔습니다.
옛동지들의 이전투구로 외면의 대상이 되어 경찰인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한바탕 판갈이를 경향의 동지들이 원했는지 모르지요.
'의병의 날'에 취임하는 행사 기획력은 제가 아는 김회장답습니다.
산적한 과제 앞에 번뜩이는 재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단한 결석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경우회를 보는 일은 고통스럽습니다.
정치적 편향, 경우회의 중심좌표 설정과 앞날에 대해 판단을 지금은 유보합니다.
걱정스레 지켜보는 경향의 눈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취임식에 부쳐 길게 적는 것은
그간의 안타까움, 그 여진이 크기 때문입니다.
먼길 다녀가시느라 노독이 크셨습니다. 장천 작가님‼️
▲ 답글 / 윤승원
조용연 작가님의 댓글 옥고는 졸고 본문에서 보충해야 할 귀한 가르침입니다.
거울 들여다보듯이 경우회 사정을 훤히 꿰뚫고 계신 조용연 작가님 앞에서 제가
수박 겉핥기식 소감을 늘어놓았습니다.
세밀하게 살펴주시고 귀한 가르침 주셔서 감동합니다.
뜨거운 고마움 느낍니다.
@윤승원 ▲ 답글 / 조용연
아닙니다. 축하의 날은 축하로 대신해야 하는데 장천 작가님의 상경기를 보고 드는 생각에
그간 품고 있던 뾰족함이 때도 모르고 빠져나온 것입니다.
김 회장의 수완으로 제자리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윤승원 ▲ 답글 / 윤승원
조 작가님은 보통 사람의 시각이 아닙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한 시대를 혜안으로 정확히 꿰뚫고 거슬리는 부분은
넉넉한 인품으로 살짝 유보하기도 하신 여유로움이 값지고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그래서 이런 소통이 필요한 것입니다.
신임 경우회장께서도 이 글을 보실 것입니다.
신선하고 상쾌한 아침, 조 작가님 댓글 덕분에
간밤 저의 눈 침침한 글쓰기 피곤이 싹 가십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원 ▲ 답글 / 조용연
아이고. 죄송합니다.
@윤승원 ▲ 답글/ 윤승원
유쾌하고 즐거운 아침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전수필문학회’ 카페 댓글 모셔옴
◆ 강승택(수필가, 교육자) 2021.06.02.13:22
사람이 살아가면서 새 양복 맞춰 입고 참석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일찍이 내 한 몸담았던 조직에 이 정도 애정이라면 성공한 삶이요 직장인입니다.
조용연 님 말씀처럼 이번 기회를 통하여 대한민국 경우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윤 선생님의 응원 또한 헛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06.02. 13:54
강 선생님 해석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제가 언급하지 못했던 표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분입니다.
<새 양복 맞춰 입고 참석할 만한>행사가 말씀하신 대로 정말 흔한가요.
살아가면서 일부러 이발소 다녀오고 목욕재계하고 참석할 수 있는 행사가
아무리 피곤해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강 선생님 따뜻한 격려 덕분에 기분이 붕 뜹니다.
※ 페이스북 댓글 모셔옴
◆조용연(작가, 전 충남경찰청장) 2021.06.02. 14:10
강승택 작가님의 답글은 역시 교훈적이며, 안온합니다.
새옷 맞춰입고 취임식에 참석하시는 장천 작가님의 걸음걸이에는
의관을 정제하고 한양성 입납하시는 선비의 풍모가
그대로 되살아 나는 듯합니다. ㅋ
▲답글 / 윤승원 2021.06.02. 14:20
조용연 작가님의 표현 중 <의관 정제하고 한양성 입납...>에서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이렇게 고전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은 조 작가님 아니면 어느 누가 댓글에 담겠습니까.
그 옛날 청양고을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학에 능한 선비들이 주고받던
멋스러운 풍류 언어를 능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