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면서
이미나
내일이 예원이 수학 단원평가가 있다기에 며칠 전부터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며 실력 점검에 들어갔다. 먼저는 예원이더러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 시간을 준 뒤 어려운 문제는 함께 풀어보는 것이다. 오늘은 최종 점검을 해야 해서 이제껏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내일은 과연 몇 점이 나올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에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이제 7살이 되어 한글 깨치기가 시급한 규원이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규원이는 공부하는데 아직 흥미가 덜 붙은 것 같다. 그래서 조금만 진도를 나가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거 맞지” 하고 물어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자를 써보게 시키면 얼른 끝마치고 싶어 후다닥 써 버리는 것이 버릇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한글을 배우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큰 편이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공부를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을까도 연구하고 노력하지만
사랑을 듬뿍 주는 부모도 되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 예원아, 규원아, 엄마가 예원이, 규원이를 사랑할까 안 사랑할까?
하고 물어보면 두 아이 모두 내 마음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사랑해“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평소에 내가 아이들에게”엄마는 예원이, 규원이를 사랑해“하고 자주 말을 해 주기 때문이다. 그 말에 신뢰가 쌓여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내가 지나온 어린 시절의 아픔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부모님은 무척 바쁘셨다. 교육자로서 다른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사랑에 목말랐고 관심을 받지 못한 상처는 때로는 반항적인 기질로 표현되기도 했다.
밖에서는 따뜻한 교육자였지만 집에 와서는 늘 지쳐 있었던 탓에 부모님은 나를 살갑게 대하거나 나의 걱정거리를 들어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나의 마음은 너무나 공허하고 우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트레스의 압박으로(훗날 알게 된 것이지만) 척추측만증까지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정서로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는 어려웠고 자연히 친구도 있을 리 없었다. 계속되는 악순환 속에 나는 혼자 버려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두렵기도 했다,
나는 자구책으로 노래 동아리에도 들어가 보고 여럿이 공부하는 독서실에 가서도 공부하면서
그런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노래 동아리 아이들과 나는 서로 코드가 맞지 않아서 스트레스만 받고 시간을 허비할 뿐이었다. 그나마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 미니야 너 요즘 힘드니“ 말 한마디 건네 주지 않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그것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속이 상할 때는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들과 사건들을 열거하면서 따진 적도 있었다. 교육자라서 남에게 자녀를 위해서는 싫은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었던 부모님을 향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며 힘들었던 내게 단 한 번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았던 부모님이 원망스럽다고도 이야기했다.
부모님은 당신들이 무관심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따라 내가 크게 상처받았다는데
놀라기도 하고 많이 미안해하며 후회스러워하였다.
그러면서 내게 미안하다며 너는 너의 자녀들에게 후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나 또한 내 방황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내가 걸었던 길을 걷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사랑이 결핍되지 않도록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고 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굴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끌어 주고 있다. 첫째 예원이는 남편을 닮아 그림을 잘 그려서 화가가 되겠다고 하여 유치원 때부터 미술학원에 보내며 각종 대회에 입상하게 하여 자신감을 북 둬 주고 있다.
반면 둘째 규원이는 말을 잘해서 언어가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일과가 끝나면 이부자리에 앉아서 아이들을 위한 축복기도를 빼놓지 않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을 잘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지혜롭고 절제가 있으며 자신의 도리와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시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구와 항상 안전으로 지켜주실 것을 기도하며 마무리한다.
침대에 누워 나의 기도대로 아이들이 잘 자라 줄 것을 믿으니, 마음이 한없이 기쁘다
또한 내 마음에 응어리진 부모님의 원망도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다.
어느덧 새근새근 잠이 드는 아이들이 귀여워 살며시 안아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도들을 되풀이하는 것을 모른 채 품 안에 안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