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제 43 권
▒ 목 차 ▒
1173. 고법경(苦法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섬미국 구사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일체 괴로운 법과 괴로움의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고 본다. 그래서 다섯 가지 욕망 보기를 마치 불구덩이처럼 본다. 이와 같이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하여 관찰하고 나서는 다섯 가지 욕탐(欲貪)․욕애(欲愛)․욕염(欲念)․욕착(欲着)으로 영원히 그 마음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그 욕심을 알기 때문에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에서 스스로 그 욕심을 막고 닫는다.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에서 미리 막고 닫으면 가고 머무르는 어느 곳에서도 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느니라.
어떤 것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일체 괴로운 법과 그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라고 하는가?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것은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라고 사실 그대로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이요,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라고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일체 괴로운 법과 그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다섯 가지 욕망 보기를 불구덩이처럼 보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으로 다시는 그 마음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 끝에 깊은 구덩이가 있고, 그 구덩이 속에 이글거리는 불이 가득히 담겨져 있으나 연기나 불꽃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때 어리석지도 미련하지 않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즐거운 것을 좋아하고 괴로운 것을 싫어하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죽는 것을 싫어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불구덩이 속에는 이글거리는 불이 있다. 만일 내가 저 속에 떨어지면 죽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그곳을 멀리 하려는 마음을 내고, 멀리 하기를 생각하고 멀리 하기를 원한다. 이와 같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다섯 가지 욕망 보기를 불구덩이처럼 보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으로 다시는 그 마음을 가리지 않느니라.
만일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에서 미리 막고 미리 알면 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는다.
비유하면 촌락 끝에 있는 가시덤불로 가득찬 내림(▩林)과 같다. 어떤 장부가 할 일이 있어 그 숲 속에 들어갔는데 전후․좌우․상하에 모두 가시뿐이었다. 그 때 그 장부는 바른 생각으로 다니고 바른 생각으로 오고가며, 바른 생각으로 단정히 보고 바른 생각으로 몸을 굽혔다. 왜냐하면,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 몸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도 그와 같다. 혹 촌락이나 도시를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는, 그 몸을 잘 단속하고 그 마음을 잘 다잡아, 바른 생각으로 편안히 머물고 바른 생각으로 다니며, 바른 생각으로 눈을 뜨고 바른 생각으로 관찰한다. 왜냐하면 날카로운 가시에 거룩한 법(法)과 율(律)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것을 날카로운 가시가 거룩한 법과 율을 다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마음에 들고 사랑스러워 기억할만한 빛깔을 말하니, 이것을 날카로운 가시가 거룩한 법과 율을 다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마음에 들고 사랑하고 기억할만한 빛깔이 거룩한 법과 율을 다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을 일컫는 말이니, 눈으로 빛깔을 분별하고는 사랑하는 생각을 일으켜 욕락(欲樂)을 자라게 한다. 귀로 소리를 분별하고, 코로 냄새를 분별하며, 혀로 맛을 분별하고, 몸으로 감촉을 분별하고는 사랑하는 생각을 일으켜 욕락을 자라게 한다. 이것을 사랑하고 기억할 만한 빛깔이 거룩한 법과 율을 다치게 하는 것이라고 하고, 이것을 또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에서 미리 막고 미리 알아 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혹 때로는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도 바른 생각을 잃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을 일으켜 탐욕을 키우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키우기도 하니, 그들은 우둔한 근기(根器)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비록 발생을 소멸하려는 생각을 내었다가도 욕심으로 마음을 가리고 만다. 마치 쇠구슬을 불에 달구어 몹시 뜨겁게 한 뒤에 물을 조금 뿌리면 물이 이내 말라 없어지는 것처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우둔한 근기가 생각을 내었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그렇게 머무를 때, 혹 왕이나 대신이나 친족이 그에게 찾아가 봉록(俸祿)을 주겠노라고 청하며 말하기를 '장부여, 무엇 때문에 머리를 깎고 발우를 들고 몸에는 가사를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걸식하는가? 편안하게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면서 보시를 행해 복을 짓는 것만 못하다'라고 한다면, 어떤가? 비구들아, 그런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가 국왕이나 대신이나 여러 친족이나 시주가 봉록을 빌미로 청한다고 해서 그가 속세로 돌아가 계율에서 물러나리라고 생각하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일체 괴로운 법과 그 발생․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보기 때문입니다. 불구덩이를 보고는 다섯 가지 욕망에 비유하고,……(내지)……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다시는 그 마음을 가리지 못할 것입니다. 또 가는 곳이나 머무르는 곳에서 미리 막고 미리 알아……(내지)……세상의 탐욕과 근심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설사 국왕이나 대신이나 친족이 봉록을 내세워 청한다고 해도 속세로 돌아가 계율에서 물러날 리는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그 마음이 오랫동안 여러 세계에 흘러 들어가고 윤회하면서도 멀리 여읨을 향하였고, 욕심 여읨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에 열반의 경지에서 고요하게 버리고, 열반을 좋아하여 번뇌에서 나와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시원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국왕이나 장자나 친족이 청한다고 해도 속세로 돌아가 계율에서 물러날 리가 없다. 그렇게 하려는 다른 사람들만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비유하면 항하의 물은 오랜 세월동안 치달려 동방으로 쏟아져 흘러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끊어 서방으로 쏟아져 흘러들게 하려고 한다면 과연 그렇게 될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항하의 물은 오랫동안 동방으로 흘렀으므로 갑자기 서방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중들은 부질없이 고달프기만 할 뿐입니다."
"그렇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오랜 세월동안 멀리 여읨으로 향해 나아갔고 흘러들었으므로……(내지)……갑자기 물러나게 하려고 해도 그리될 수 없다. 다만 괴로울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174. 유수경(流樹經)5) ▲ 위로
5)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 제38권 제43 「마혈천자문팔정품(馬穴天子問八政品)」의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바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아비사(阿毘?)의 항수(恒水 : 갠지스강) 가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듣고 나서 혼자 고요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유(思惟)하며 방일하게 지내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족성자(族姓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범행을 닦아 점점 위로 나아가고 법을 보고 스스로 증득한 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항수를 관찰하시다가, 항수 가운데 큰 나무 하나가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항수 가운데 떠내려가는 큰 나무가 보이느냐?"
비구는 아뢰었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큰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물밑에 가라앉지도 않고, 섬에 걸리지도 않으며, 소용돌이치는 물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사람이 건져 가지도 않으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가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장차 강을 따라 흘러 아무 탈 없이 큰 바다까지 흘러 들어갈 수 있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도 또한 그와 같다.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물밑에 가라앉지도 않고 섬에 걸리지도 않으며,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사람이 가져가지도 않으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가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순조롭게 전진해 나아가고 열반으로 흘러들게 될 것이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쪽 언덕이란 무엇을 뜻하며, 저쪽 언덕이란 무엇을 뜻하며,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섬은 또 무엇을 뜻하며, 소용돌이치는 물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간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썩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법을 듣고 나서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오로지 정진하고 사유하며 방일하게 머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라고 한 것은 6내입처(內入處)를 말한 것이고, 저쪽 언덕이라고 한 것은 6외입처(外入處)를 말한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속세에 사는 이나 출가한 이를 가까이하여 기뻐하기도 하고 근심하기도 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이런 저런 일들에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함께 하면, 이것을 사람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아닌 것이 가지고 간다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범행(梵行) 닦기를 원하면서 '나는 지금 계율을 지키고 고행을 행하며, 온갖 범행을 닦아 미래에는 좋은 것만 있는 곳에 태어나리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좋은 것만 있는 곳이란 천상(天上)을 말한다. 이것을 사람 아닌 것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용돌이치는 물이라고 한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계율을 깨뜨리고 속세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 것이고, 썩는다고 한 것은 계율을 범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여 부패(腐敗)하고 들어 아는 것이 적어서 마치 강아지풀이나 피나 패성(貝聲)6)과 같아,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인 체하고, 범행을 행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범행을 행하는 사람인 체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이것을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열반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 것이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리고는 그 때 그 비구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수류대수경(水流大樹經)의 가르침을 생각하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그 때 소치는 사람 난도(難屠)7)가 부처님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막대기를 들고 소를 먹이고 있었다. 그는 비구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물 속에 잠기지도 않고, 섬에 걸리지도 않고, 사람이 가져가지도 않았으며, 사람 아닌 이들이 가져가지도 않았고, 소용돌이치는 물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또 썩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출가하여 세존의 바른 법과 율 안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6) 강아지풀이나 피는 곡식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곡식이 아니고, 패성(貝聲 : 소라에서 나는 소리)은 해랑(海浪 : 파도 소리)의 소리와 흡사하나 낭성(浪聲)은 아니다.
7) 난도(難屠): 사람의 이름이며, 팔리어로는 Nanda로 표기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소치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보내지 않겠느냐?"
소치는 이가 말하였다.
"저 소들은 다 송아지가 있으니 스스로 제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돌려보내려고 애쓸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소치는 이에게 말씀하셨다.
"그 소들은 제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너는 남에게 옷을 얻어 입고 밥을 먹고 있었으니 돌아가서 너의 집 주인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그 때 소치는 이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도 그 자리에 있었다. 소치는 이가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소치는 이 난도가 출가하려고 하는데, 세존께서는 왜 집으로 돌려보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소치는 이 난도가 속가에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면서 살 리가 없기 때문이니라. 소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면 곧 스스로 돌아와 나의 법과 율 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깨끗이 닦을 것이며,……(내지) ……결국에는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 때 소치는 이 난도는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다음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다시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소는 이미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제가 바른 법과 율 안에서 출가하여 도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소 치던 이 난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바른 법과 율 안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게 될 것이다."
그는 출가하여 생각하였다.
'족성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까닭은 범행을 더욱 열심히 닦아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아라한이 되는 데 있다.'
1175. 긴수유경(緊獸喩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혼자 조용한 곳에서 좌선(坐禪)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구로서 어떻게 알아야 하고 어떻게 보아야 청정한 소견을 얻을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비구들이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존자여, 6촉입처(觸入處)와 그것들의 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비구여, 이와 같이 알고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그 비구들이 정확하게 말해 주는 것을 듣고도 그는 마음에 차지 않아 다시 다른 비구들의 처소로 찾아가서 그곳 비구들에게 물었다.
"여러 높으신 비구들이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그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여섯 가지 경계[界]와 그것들의 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 등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비구여, 이와 같이 알고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비구는 그들이 정확하게 해주는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아 다시 다른 비구의 처소로 찾아가서 그곳 비구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비구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그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5수음(受陰)은 질병과 같고 종기와 같은 것이며, 가시와 같고 살생과 같은 것이며, 덧없는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빈 것이고 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하십시오. 그렇게 알고 그렇게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그 비구는 비구들이 확실하게 해주는 말을 듣고도 또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습니다.
'비구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비구들이 있는 곳마다 찾아갔습니다.……(세 곳에서 말한 내용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저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차지 않아 이렇게 세존을 찾아와서 그 이치를 세존께 여쭈옵니다. 비구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집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긴수(緊獸)8)를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어떤 사람이 긴수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8) 육색화(肉色花)라고 하는 식물의 이름이며, 팔리어로는 kimsuka로 표기하고 있다.
'그대는 긴수를 아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떠한가?'
그가 대답하였다.
'그 빛깔은 새까만 것이 마치 불에 탄 기둥 같다.'
그 사람이 그것을 보았을 때 마치 불에 탄 기둥 같은 검은 빛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때 그 사람은 긴수의 새까만 빛깔이 마치 불에 탄 기둥 같았다는 말을 듣고도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고, 다시 긴수를 본 일이 있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긴수를 알고 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떠한가?'
긴수를 본 일이 있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붉은 빛깔로 핀 그 꽃의 모양이 마치 살덩어리 같았다.'
그 사람이 보았을 때 긴수는 꽃을 피웠었고, 그 모양은 마치 살덩어리 같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그의 말을 듣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긴수를 본 적이 있다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긴수를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떻던가?'
대답하였다.
'아래로 죽죽 늘어진 모습이 마치 시리사(尸利沙)열매와 같았다.'
그는 그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긴수를 잘 안다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너는 긴수를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떻던가?'
그는 대답하였다.
'그 잎사귀는 푸르고 반들반들하며 길이가 길고 너비가 넓은 것이 마치 니구루타(尼拘婁陀) 나무와 같았다.'
그 사람은 긴수에 대한 것을 물어 들을 때마다 만족스러워하지 못하고 다시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긴수를 본 여러 사람들은 그때마다 자신들이 보고 느낀 그대로 대답하였다. 그래서 대답이 똑같지 않았던 것이니라.
그와 같이 비구들이 만일 혼자 조용한 곳에서 전념하여 사유(思惟)하면서 방일하게 생활하지 않고 머무르면, 그 사유하는 방법으로 인해 온갖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제 자신이 본 그대로 분명하게 말한다. 너는 이제 다시 들어라.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주면 잘 이해하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변방에 있는 국왕이 성벽을 잘 쌓았는데, 그 문 아래는 견고하기 그지없고 얽혀있는 길들은 편편하다. 네 성문에는 네 명의 성문지기를 두었는데, 그들은 다 총명하여 드나드는 사람에 대하여 낱낱이 다 알았다. 그 성안의 네거리에는 평상을 펴놓고 성주가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만일 동방에서 사자가 찾아와 성문지기에게, 성주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곧, 성주는 성안 네거리의 평상 위에 앉아 있다고 대답한다. 그 사자는 그 말을 듣고 성주에게 나아가 명령을 받고 길을 돌려 돌아간다.
남․서․북방으로부터 멀리서 찾아오는 사신들도 문지기에게, 성주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성 안 네거리에 있다고 대답한다. 사자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성주에게 나아가 명령을 받아 가지고 각각 제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비유를 들어 말하였는데, 이제 그 뜻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겠다. 여기에서 성이란, 사람 몸의 추한 색(色)을 비유한 것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독사로 비유한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성을 잘 쌓는다고 한 것은 바른 소견을 말한 것이요, 얽혀 있는 길이 편편하다고 한 것은 6내입처(內入處)를 말한 것이다. 네 문이라고 한 것은 4식주(識住)를 비유한 것이요, 네 문지기라고 한 것은 4념처(念處)를 비유한 것이다. 성주라고 한 것은 의식이 받아들이는 것이 쌓인 것을 말한 것이요, 사자라고 한 것은 바른 관찰을 말한 것이다. 참된 말이라고 한 것은 네 가지 진리를 말한 것이요, 길을 되돌아간다고 한 것은, 8성도(聖道)를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위해 해야할 일을 나는 이미 마쳤다. 너를 가엾이 여겼기 때문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독사로 비유한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그 때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전념으로 사유하며 방일하게 생활하지 않았고……(내지)……더욱 범행을 닦아,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 아라한이 되었다.
1176. 누법경(漏法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석씨들의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에 이르러 니구율원(尼拘律園)에 계셨다.
그 때 가비라위국에 사는 석씨들이 새로 강당을 지었는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석씨 성을 지닌 젊은이나 온 나라 인민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안에 머무른 이가 없었다. 그들은 세존께서 석씨의 나라인 가비라위에 이르러 인간세상을 유행하시다가, 니구율원에 계시면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이치에 대하여 연설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이 강당은 새로 지은 것이라서 아직 아무도 머무른 이가 없으니, 세존과 그 대중들을 청해 이곳에서 공양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공덕과 복의 과보를 얻어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할 것이다. 그런 후에 우리들도 따라서 사용하자.'
이렇게 의논한 뒤에 그들은 모두 성을 빠져 나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석씨들을 위해 긴요한 법을 설하고 가르쳐 보여 그들을 기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셨다.
그 때 석씨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여미고 예배한 뒤에,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석씨들이 새로 강당을 지었사온데, 머문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존과 여러 대중들을 초청하여 그곳에 모시고 공양을 올려서 공덕과 복리(福利)를 얻는다면,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저희들이 그대로 사용할까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셨다. 여러 석씨들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신 것을 알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각각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로 곧 수레를 준비해 온갖 도구들을 운반하여 새 강당을 장엄하고, 평상을 펴고 땅에 풀을 깔고 향과 등불을 준비하여 모든 일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모든 일은 다 준비되었습니다. 성인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새 강당 밖에 이르셨고, 발을 씻으신 뒤에 강당으로 올라가 중간 기둥 밑에서 동쪽을 향해 앉으셨다. 그 때 비구들도 발을 씻은 뒤에 세존을 따라 강당에 들어가 세존의 뒤쪽인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앉았다. 그리고 여러 석씨들은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석씨들을 위해 요긴한 법을 자세히 설하고 가르쳐 보여 그들을 기쁘게 하신 뒤에 석씨들에게 말씀하셨다.
"구담들이여, 이미 초저녁이 지났으니, 이제는 가비라성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니라."
여러 석씨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석씨들이 떠나간 줄 아시고, 마하 목건련(目?連)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라. 나는 지금 등이 아파서 조금 쉬어야겠다."
그 때 마하 목건련은 묵묵히 분부를 받았다. 세존께서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네 겹으로 접어 옆구리 밑에 깔고, 승가리(僧伽梨)를 접어 머리 밑에 베고 오른쪽으로 누워 무릎을 오그리고 발을 포개고, 밝은 모양에 생각을 두고 언제고 일어날 생각을 가지시고 사색에 잠기셨다.
그 때 마하 목건련이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마지막이나 할 것 없이 다 훌륭하시고, 뜻도 좋으며 맛도 좋다. 또 순일(純一)하고 원만하고 청정하며, 정말로 깨끗한 범행이다. 나는 이제 번뇌와 번뇌 아닌 법에 대하여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어떤 것이 번뇌법[漏法]인가 하면,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제 마음에 맞는 빛깔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마음을 내고, 마음에 맞지 않는 빛깔에 대해서는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신념처(身念處)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지혜도 없어, 갖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켜서, 남김없이 없애지도 못하고 남김없이 영원히 다하지도 못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다.
비구들아, 그렇게 하면 악마 파순(波旬)이 그에게 찾아가 틈을 엿보고 있다가 그의 눈이 빛깔에 집착하면, 곧 그 틈을 탄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낄 때에도 마찬가지며, 뜻으로 법을 알 때에도 또한 그와 같이 곧 그 틈을 타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마른 풀을 쌓아둔 곳에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면 잠깐 사이에 다 타버리는 것처럼 비구들아, 그 눈이 빛깔에 대해 집착하면 하늘의 악마 파순이 그 틈을 타리니, 그렇게 되면 그 비구는 빛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이 감촉을 느낄 때에도 마찬가지며, 뜻이 법을 알 때에도 그 법에 제어되어 그 법을 이기지 못한다. 빛깔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을 이기지 못하며, 또한 뜻도 이기지 못하면, 착하지 않는 법과 온갖 번뇌로 인해 일어나는 불꽃같은 괴로운 과보와, 미래 세상에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 나는 세존에게서 직접 이 모든 번뇌법에 대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이것을 「번뇌법경」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번뇌 없는 법에 대하여 설하신 경인가?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으로 빛깔을 볼 적에 생각에 맞는 빛깔에 대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생각에 맞지 않는 빛깔에 대해서도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생각을 매어 머무른다. 그래서 한량없는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알고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더라도 남김없이 다 없애 버린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그와 같이 한다.
그런 부류의 비구들은 악마 파순이 그를 찾아가 그 눈이 빛깔에 대해 집착하는 허물이 있을 때를 엿보지만 그 허물을 잡아내지 못한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낄 때에도 마찬가지이며, 뜻이 법을 집착하는 허물을 엿보지만 그 허물을 잡아내지 못한다.
이를 비유하면 누각을 지을 적에 담을 단단하게 쌓고 창문을 겹겹이 닫고 진흙으로 두껍게 바르면,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더라도 태울 수 없는 것처럼 이들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악마 파순이 그들을 찾아가 그 허물을 엿보더라도 그 허물을 잡아내지 못한다. 그러한 비구는 능히 그 빛깔을 이기고 그 빛깔에 지지 않는다. 소리․냄새․맛․감촉에 대해서도 그러하며, 법을 이기고 그 법에게 지지 않는다. 만일 빛깔을 이기고, 소리․냄새․맛․감촉․법을 이긴다면 또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과 번뇌로 인해 일어나는 불꽃같은 괴로운 과보와, 미래 세상에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들도 다 이겨낼 것이다. 나는 세존으로부터 직접 이 법을 받았다. 이것을 번뇌가 없는 법을 설한 경이라고 한다."
그 때 세존께서는 마하 목건련의 설법이 끝난 줄을 아시고, 일어나 단정히 앉아 생각을 모으고 마하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목건련아, 사람들을 위해 그 경법(經法)을 잘 연설하였다. 많이 유익할 것이요, 대부분 다 제도될 것이며, 오랜 세월 동안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안락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번뇌와 번뇌 없는 법을 설한 경을 받들어 가졌다가 널리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이 법은 이치가 구족하고 법이 구족하고 범행이 구족하여 신통을 얻어 열반으로 바로 향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심이 있는 선남자들은 속가에 있거나 출가하였거나 간에 이 경을 받들어 가져 읽고 외우고 또 널리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야 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177. 회하경(灰河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회하(灰河)의 남쪽 언덕은 몹시 뜨겁고 온갖 예리한 가시가 많이 있으며 깜깜하고 어두운 곳인데, 많은 죄인들이 그 강가에서 물결을 따라 떠돌고 있다. 그 중에 어떤 한 사람은 미련하지도 않고 어리석지 않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즐거운 것을 좋아하고 괴로운 것을 싫어하며,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무슨 인연으로 몹시 뜨겁고 예리한 가시가 많이 있으며, 깜깜하고 어두운 곳인 회하의 남쪽 언덕에서 물결을 따라 떠돌고 있는가? 나는 손과 발로 방편을 삼아 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리라.'
그리하여 그는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아주 희미한 빛을 잠깐 보고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열심히 애쓴 결과 이제 이 조그만 빛이나마 보게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한 그는 다시 손과 발을 써서 더욱 부지런히 방편을 가하여 마침내 평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 머물면서 사방을 관찰하다가 큰 돌산을 보았다. 그런데 그 돌산은 끊어지지도 않았고 무너지지도 않았으며, 또 구멍이 뚫리지도 않았다. 그는 곧 그 돌산 위에 올라가 다시 맑고 시원한 여덟 갈래 물, 즉 시원하고 맛이 있으며, 경쾌하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며, 마실 때에도 목이 메이지 않고 목 안에 걸리지도 않으며, 마시고 나면 온몸이 편안해지는 물을 보았다. 그가 곧 그 속에 들어가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시자 모든 번열과 괴로움이 사라졌다.
그는 다시 큰 산 위에 올라가 일곱 가지 꽃을 보았는데, 그 꽃은 우발라(優鉢羅)꽃․발담마(鉢曇摩)꽃․구모두(拘牟頭)꽃․분다리(分陀利)꽃․수건제(修?提)꽃․미리두건제(彌離頭?提)꽃․아제목다(阿提目多)꽃이었다. 그는 이 꽃의 향기를 맡고는 다시 돌산에 올라가 4층 누각을 보았다. 그는 그 누각 위에 앉아 다섯 기둥으로 된 장막을 보고는 곧 그 안에 들어가 몸을 거두고 바르게 앉았다. 갖가지 베개와 담요가 있고 꽃을 흩어 골고루 펴서 장엄해놓아서 매우 아름다웠으며, 그 안에서 앉고 누울 때는 시원한 바람이 4방에서 불어와 그 몸을 안온하게 하였다. 그는 높은 곳에 앉아서 아래를 굽어보며[坐高臨下]9) 큰 소리로 외쳤다.
'회하에 있는 여러 정사(正士)들이여, 그 회하의 남쪽 언덕은 몹시 뜨겁고 온갖 예리한 가시가 많으며, 게다가 깜깜하게 어둡기까지 하니 어서 그 강에서 나오시오.'
9)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좌고임하(坐高林下)로 되어 있는데, 문맥상 의미가 걸맞지 않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송․원․명 세 본에 의거하여 임(臨)자로 풀이한다.
그 소리를 들은 어떤 사람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물었다.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습니까, 어느 곳을 따라서 나가야 합니까?'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다른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너는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느냐)고 묻느냐? 고함치는 저 사람 역시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였다. 저 사람 역시 몹시 뜨겁고 온갖 예리한 가시가 많은 회하의 남쪽에서 깜깜하고 어두운 물결을 따라 떠내려오고 있다. 그에게 물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비구들아, 이와 같이 나는 비유를 들어 말하였다. 이제 그 뜻을 설명해 주겠다. 여기에서 재라고 한 것은 곧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을 말한 것이니, 세 가지란 탐하는 생각, 성내는 생각, 해치려는 생각을 말한다. 강은 세 가지 욕망을 비유한 것이니 욕계의 욕망[欲愛]과 색계의 욕망[色愛]과 무색계의 욕망[無色愛]을 비유한 것이다. 몹시 뜨거운 남쪽 언덕은 안과 밖의 6입처(入處)를 비유한 것이고, 온갖 예리한 가시가 많다고 한 것은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을 비유한 것이다. 깜깜한 곳이라고 한 것은 지혜의 눈을 가리는 무명을 비유한 것이고,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어리석은 범부를 말한 것이다. 물결이라는 것은 삶과 죽음의 강을 말하고, 그 중에서 미련하거나 어리석지 않은 한 사람이란 보살마하살을 비유한 것이다. 손발의 방편으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 것은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희미한 빛을 잠깐 보았다는 것은 법인(法忍)을 얻은 것이다. 평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계율을 지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사방을 관찰한다는 것은 네 가지 진리를 보는 것이고, 큰 돌산은 바른 소견에 비유한 것이다. 여덟 갈래 물이라고 한 것은 8성도(聖道)를 비유한 것이고, 일곱 가지 꽃은 7각지(覺支)를 가리킨 것이다. 4층집은 4여의족(如意足)을 가리킨 것이고, 다섯 기둥의 장막은 믿음 따위의 5근(根)을 비유한 것이다. 몸을 거두고 똑바르게 앉았다고 한 것은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비유한 것이고, 꽃을 흩어 두루 편다고 한 것은 모든 선정․해탈․삼매․정수(正受)를 비유한 것이니라.
마음대로 앉고 눕는다고 한 것은, 여래․응공․등정각을 지칭한 말이고, 사방에서 바람이 분다고 한 것은 네 가지 왕성한 마음[四增心]으로 법을 보아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소리를 높여 외쳤다고 한 것은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을 지칭한 것이고, '여러 정사(正士)들이여,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습니까, 어느 곳을 따라서 나가야 합니까' 하고 물은 사람이란 바로 사리불이나 목건련 같은 거룩한 비구들을 말한 것이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이 '너는 무슨 때문에 묻느냐? 그 말을 해준 사람도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였다. 그 사람도 역시 몹시 뜨겁고 온갖 예리한 가시가 많은 남쪽언덕에 있으며, 깜깜하게 어두운 회하의 물결을 따라 떠내려 오고 있다. 그에게 물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한 것은 온갖 삿된 소견을 가진 여섯 스승들을 비유한 것이니, 그 여섯 스승은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瞿舍離子)․산사야비라지자(散?耶毘羅?子)․아기다지사흠바라(阿耆多枳舍欽婆羅)․가구라가전연(伽拘羅迦氈延)․니건련타사제불다라(尼?連陀?提弗多羅)와 그 밖의 삿된 소견을 가진 무리들을 말한 것이니라.
이와 같나니 비구들아, 스승으로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해야할 일을 나는 이제 이미 다 말하였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제 해야할 일을 해야 하느니라.……(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상자 안의 독사에 비유하여 설한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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