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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모교인 상명대학교 캠퍼스의 가을. 사진 속 건물은 필자가 재학 시절 강의 수강을 위해 매일같이 방문한 종합강의동 '한누리관'이다. ⓒ상명대학교
지난 12일, 제가 충청북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충북대병원 주최 부모교육에서 발달장애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전하며, 성인기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제 경험을 통해 전달하다가 질문창에 이런 질문이 왔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대학을 나오면 어떤 삶의 (질) 향상이 있나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입니다.
그때는 짤막하게 답변드렸지만, 그 답변에 대해 이 글을 빌려 자세히 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대학 진학은 삶의 질의 향상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 제가 그 강연에서도 이야기하기도 했고, 제 지론이기도 한 주장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단순한 학교에 진학한 것을 의미하는 것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대학 첫 강의를 수강한 강의실인 상명대학교 한누리관 308호실 표시. (2008년 촬영) ⓒ장지용
먼저 발달장애인이어도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강의수강의 일정인 ‘수강신청’ 일정부터 보면 자기가 직접 일정표를 설계해야 합니다.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강신청의 설계에 있어서 학생이 직접 설계해야 하다보니 자신의 한 학기 삶을 설계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강신청부터 발달장애 대학생은 자신의 삶을 그렇게 ‘설계’해야 합니다.
실제 수강에서도 연세대학교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학습을 지원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장애학생의 학업 지원은 대부분 신체장애에 맞춰져 있고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 보니 결국 이것도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과제는 매우 ‘평등하게 부과’되기 때문에 과제 수행도 직접 해야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의 특성상 전공 학문만 배우는 것이 아닌 교양 수업도 들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공 분야 이외의 지식도 결국 공부해야 하다 보니 교양 수준도 향상될 수밖에 없는데, 게다가 상당수 대학은 ‘핵심교양’ 등의 명분으로 전공 분야 이외 교양과목 군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결국 다른 분야에 대한 초보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수강에 얽히면 결국 학점과 연관되는데, 기업에서 학업성적을 볼 때, 평점 4.5점 만점에 3.0 이상의 성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기업에서는 웬만하면 지원 자격을 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도 있으니, 결국 학업 관리를 발달장애를 이유로 소홀히 했다가는 학사경고 등의 불이익이 부과되니 결국 학업 관리를 철저히 한 결과 자기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체질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용모 관리도 만만치 않게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 한국 대학 문화의 특성상 복장 등의 관리가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이기도 합니다. 또한,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인 ‘발달장애인 집안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 많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등의 오해 때문이라도 외양 관리를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것도 결과적으로는 ‘마스킹’에 해당하겠지만, ‘마스킹’을 하지 않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는 바로 ‘사회생활 퇴출’로 되돌아오기에 이 문제도 복잡합니다. 그나마 저는 전공 특성상 상대적으로 외양 관리에 덜 신경 써도 되었는데, 사진 전공 특성상 있을 수밖에 없는 현장 촬영 등이 영향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관리 역량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 문화에서도 대학 진학은 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필자가 대학 강의 수강 중 점심식사가 너무 급해 부랴부랴 주문한 핫도그 1개와 음료. 당시 점심시간 없이 오전 강의 종료 후 오후 강의를 수강해야 했기에 점심식사를 핫도그로 대체해야 했다. (2009년 촬영) ⓒ장지용
요즘에야 1천 원의 아침밥 등 프로젝트도 생겼고, 대학 생활이 일반화되는 영향도 있지만, 대학 생활에서 먹는 것 등의 생활 수준도 고등학생 수준을 넘게 되면서 자연히 생활 수준도 올라갑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제가 커피를 배운 것이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장애인개발원 근무 시절 사이였습니다. 요즘 세대는 카페 커피를 다들 마시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대학생의 모임은 으레 카페에서 열리는 것이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생활 수준의 향상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놀이 등 문화생활 수준도 향상되는 것도 있는데, 대학 상황에 따라서 공연·전시 등을 관람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이러한 문화적 접촉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특히나 문화생활 접근성이 낮은데, 이 원인 중 하나로 저는 노출 빈도 문제도 살짝 있다고 평가합니다. 대학 생활에 따라 노출될 수밖에 없는 문화생활의 영향은 이러한 것을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가 대학교 3학년 시절(2011년) 과제작업으로 촬영한 회중시계. ⓒ장지용
특히 저는 전공 특성상 다른 예술 장르와 만나야 하는 일(행위예술 등 사진을 남겨야 증명이 되는 예술이 있을 정도이니)이 있다 보니, 사회 진출 이후에 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재정 문제 이외에는 이에 대한 장벽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2023년 조현병 관해 진단 이후 재정 상황 등의 변수 때문에 활발하지는 않지만, 문화생활 투자가 강화되어 2023년 《식스 더 뮤지컬》 관람에 이어 오는 12월 〈BBC Proms 코리아〉 관람 일정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 구직 성공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 이 강도는 높아질 전망입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장애 또래 집단과 완전하고 활발한 교류’일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전문 학과가 아닌 이상, 비장애 또래 집단과 완전히 통합되어 대학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개그 소재로도 익숙해진 ‘조별 과제’는 기본이고, 학과 또는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은 비장애 학생과의 통합적인 활동입니다.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가운데 빨간 옷)과 함께. 필자는 그 여학생 옆에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해당 여학생은 이후 페이스북에서 재회하였으며 현재도 종종 연락 중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사정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2008년 촬영) ⓒ장지용
대학 바깥에서 그 시점에 비장애 또래 집단과의 교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운이 좋아야 참여할 수 있는 교외 연합동아리 활동이나 종교단체 청년회 수준입니다. 저는 교외 연합동아리 활동을 했었던 경력이 있었으며, 그 연합동아리의 이후 해산 과정에서 ‘장애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줘서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면, 발달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생활 양식을,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의 생활 양식을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통합되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서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쌓이게 되면, 발달장애인은 삶의 수준이 급격히 변화해 장애 수준이나 상태가 완화되는 경우도 있고, 사회통합 등에 성공해 직업 생활 등에 이익이 보장되는 등 생활 수준이 장애인으로 인해서 손실되는 생활 수준의 손해를 보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 학비 부담 등이 남아있겠지만, 사회생활 이후 이러한 비용은 결국 이런저런 결과로 결과적으로 ‘환수’ 될 터이니 너무 비용 부담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저도 2013년 대학 졸업 이후 2019년 말 극적으로 학자금대출 전액 상환을 완료했고, 그 재원은 대부분 제 월급이었으니 말이죠.
그러한 점에서 저는 발달장애인의 대학 생활은 자기 관리 역량 향상, 학업 등을 통한 교양/전문 지식 습득, 문화 수준 등 생활 양식 수준 향상, 무엇보다도 비장애 또래와의 교류를 통한 사회생활 역량 강화 등 여러 방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결과가 바로 대학 생활이라고 보기 때문에, 저는 발달장애인이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되도록 대학 생활을 하게끔, 그것도 비장애 대학생과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지금은 부담이어도, 결국은 어마어마한 이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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