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74)... 어떻게 젊게 살 것인가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映畵 YOUTH vs. 名詩 YOUTH
그저께 오후에 영화 ‘유스(Youth)’를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 홍대 인근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시네마는 70여석의 소극장인데도 관객은 20여명에 불과했다. ‘YOUTH’는 최근(1월 7일)에 개봉한 영화이며, 알프스에 있는 고급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70대 후반 두 노인에 관한 드라마다. 이 영화에서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은 나이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YOUTH’를 관람하면서 문득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 1840-1924)이 78세에 쓴 명시(名詩) ‘YOUTH’가 떠올랐다. 울만은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 정착해서 교육위원으로 봉직하였으며, 시민단체와 봉사단체에서 활동하였다. Youth(청춘)은 삶이 있는 한 한결같이 싱그럽게 살고 싶다는 인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詩이다.
울만은 <청춘>을 비롯해 <내일이란>, <묵상의 아침>, <꿈과 메시지> 등 많은 시를 발표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 그의 시 <청춘>처럼 불굴의 의지로 살았으며, 80세 생일을 기념해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혹자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노년은 겨울이지만, 현명한 사람에게는 황금기”라고 했다. 혹독한 겨울인지 또는 황금기인지는 마음에 달려있다고 갈파한 울만은 동양의 불교 교리를 심득(心得)한 사람과 같다.
울만의 詩 <청춘>이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은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종군기자 프레더릭 팔머가 필리핀 마닐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 극동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 장군 집무실을 방문했다. 팔머는 맥아더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속에 들어 있던 <Youth>라는 시를 보았으며, 맥아더는 이 시를 매일 암송할 만큼 좋아했다. 팔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1945년 12월 호에 ‘How to stay young(어떻게 젊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 <Youth>를 소개했다.
일본인 오카다 요시오는 ‘Youth’를 번역해 사무실에 붙여두었고, 그의 친구가 신문을 통해 일본 지식인층에 소개해 큰 반향(反響)을 일으켰다고 한다. 일본 마쓰시타 전기회사를 설립하여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영원한 청춘’을 온몸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지독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경영인’에 뽑혔다.
<청춘>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청춘이란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한다.”
울만은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므로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며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진다. 그대가 기개를 잃고, 정신이 냉소주의와 비관주의의 얼음으로 덮일 때, 그대는 스무 살 이라도 늙은이가 된다. 그러나 그대의 기개가 낙관주의 물결을 붙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다.”라고 갈파했다.
영화 ‘YOUTH’는 2014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Golden Globe Awards), BAFTA 영화상을 석권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탈리아의 젊은 거장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감독의 신작이다. 이 작품 ‘유스’ 역시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 상영작이다.
‘유스’는 은퇴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 프레드(Michael Caine 役)와 그의 오랜 친구인 믹(Hakvey Keitel 役)은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리조트호텔에서 요양 겸 휴식을 즐기고 있다. 환상적인 스위스 로케이션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온다.
프레드와 믹이 묵고 있는 리조트호텔에는 새 배역을 갈망하는 젊은 배우, 미스 유니버스, 젊은 처녀 마사지사, 초고도비만(超高度肥滿) 상태인 왕년의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마라도나(Diego Maradona, 1960년生), 바이올린으로 ‘심플 송’을 연습하는 소년, 공중 부양한다는 동양인 수도승(修道僧), 암벽 등반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어 젊음과 늙음이 공존하는 세계의 축소판과 같다.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는 의욕을 잃고 산책과 마사지, 건강검진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영국 여왕으로부터 그의 대표 곡인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특별 요청이 전해지지만 거절한다. 한편 프레드의 오랜 친구이나 노장 감독인 ‘믹’은 젊은 스탭들과 생애 마지막 작품 준비를 위해 새 영화의 각본 작업에 매진한다.
누구나 알고도 모른 척하는 ‘늙음’을 이 영화는 인생의 끝에 관한 대리 체험을 제공한다. ‘유스’는 늙음을 비롯하여 우정, 사랑, 상실, 환멸 등을 경이롭고 아름답게 그렸다. 프레드는 사탕 포장지를 비비면서 과거 추억에 잠기지만, 믹은 마지막 명작을 뽑아낼 꿈에 부풀어 있다. 즉 한 사람은 과거에 붙잡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추억 회상담이 아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미래지향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종장(終章)에 이르러 두 사람의 엇갈린 행로를 보여준다. 즉,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쳐 생애 마지막 작품을 준비하지만 여배우 브렌다(제인 폰다 역)로부터 영화 출연을 거절당해 실의에 빠진 믹은 프레드와 이야기 끝에 베란다로 나가 투신자살한다. 반면에 프레드는 믹이 죽고 난 다음에 영국에 건너가 여왕(女王)과 필립공 앞에서 오케스트라(BBC Orchestra) 연주를 지휘한다.
소프라노 조수미(Sumi Jo)가 이 영화에 특별 출연해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영화 주제가 ‘Simple Song’을 열창한다. 유스의 주제가 심플 송은 미국의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 데이비드 랑이 영화 속 주인공 프레드 친구로 언급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노래다. 심플 송(Simple Song) 가사는 다음과 같다.
“I feel complete/ I lose all control/ I respond/ I feel chills/ I break/ I know all those lonely nights/ I know everything/ I lose all control/ I get a chill/ I know all those lonely nights/ I die/ I hear all that is left to be heard/ I wish you would never stop/ I've got a feeling/ I live there/ I live for you now/ I leave no sense behind/ I feel complete/ I've got a feeling/ I wish you're moving like rain/ I'll be there/ I lose all control/ When you whisper my name”
지난 1월 14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아카데미상 남여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을 발표했다. 조수미는 영화 ‘유스’의 주제가 ‘Simple song’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대 영화축제인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후보로 오른 곡들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조수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2월 28일 열린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취직할 때 까지 30년, 취직해서 30년 정도 일하고, 은퇴하여 보통 20-30년을 보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는 게 인생이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흔히 ‘앙코르 인생’이라고 하며, 은퇴 후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열정을 가지고 유용하게 보내면 마음이 늙지 않으며, 마음이 늙지 않으면 육체도 건강해 진다.
‘첼로의 성자’라고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1973)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손꼽히지만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을 하는 이유로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하여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타계 직전까지 집필을 계속하면서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고 말했다. 카잘스는 97세에, 그리고 드러커는 96세에 별세했다.
옛날 선비들은 향리(鄕里)에 전답(田畓)이 있어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벼슬을 고사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文學, 歷史, 哲學을 논하고 서로의 詩, 書, 畵를 품평하고, 樂, 歌, 舞를 즐기며 인생의 완성을 추구했다.
사람은 누구나 생물학적인 노화(老化)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젊은 생각과 열정, 그리고 노력을 잃지 않으면 비록 몸은 나이가 들어가지만 ‘젊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는 말을 항상 명심하고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2016년 새해를 살아가야 하겠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474). 2016.1.20.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