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강철이빨과 모종의 음모
글쓴이 라피엘
[10화]
"아하하. 제르가디스님 왜그러세요♡"
제로스는 푸른 눈을 매섭게 뜬 제르가디스 앞에서 살랑살랑 웃어보였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얼굴을 향해 세워져 있었지만 긴장감이라고는 흐르지 않았다.
리나는 자신의 팔에 엉겨붙어서 티타임이라고 소리치는 가우리를 밀치고서는 제로스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붉은 눈에서는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덜덜. 리나의 손이 짧게 경련했다.
"너… 너 말야."
"예?"
"너 지금. 나 갖고 논거 맞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저 빌어먹을 신비석인가 뭔가. 저거 찾으려고 별 수모를 다 겪은 거 알지."
"네. 무척 재미있었어요."
"근데 네가 여태까지 크네리를 갖고 있고선 말을 안했다고?!"
"헤헤. 때릴거에요?"
아멜리아는 그 둘 사이에서 흐르는 전류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곧 불길과 함께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이 기분은….
제로스와 리나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때, 리나의 입꼬리가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슬그머니 올라갔다.
"제르가디스! 가라!"
"꺄아아악! 무슨 짓이에요오오!!"
"우리 달링♡ 뭐하니?"
"거기서 키스해버려! 더 간드러지게!"
"미쳤어, 리나? 그런 건 못해! 니가 할래?"
"수왕님 살려주세요!!"
상황은 급전개되어, 제로스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도 그럴듯이, 제르가디스가 검을 거두고 그에게 달려들어 깊은 포옹을 했기 때문이었다.
제르가디스의 표정은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제로스 괴롭히기에는 어느정도 성공을 한 것 같다.
근처에서 아멜리아가 힘차게 생의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때 마침 가우리가 찻잔을 들고 핑크빛 드레스를 끌며 제로스를 반겼다.
"차 한잔 마실래요, 앙드레?"
제로스는 길게 신음했고 새파래진 얼굴로 리나를 응시했다. 리나는 발랄한 윙크로 대꾸했다. 필히, 제로스의 머릿속은 플러스 에너지 과부하로 괴로워하고 있을 것 같았다.
"인생은 아름다워라~"
"아, 알았어요! 드리면 되잖아요! 자, 크네리!"
제로스는 의외로 순순히 포기하며 창백해진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의 두 손 사이로는 다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휘감던 제르가디스는 거북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고, 아멜리아도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를 멈추었다.
제로스는 비척비척 걸어가 빙긋이 미소짓고 있는 리나에게 크네리를 건네주었다.
"쳇. 수왕님 생일선물로 드리려고 했단 말이에요."
"패자는 저리가."
그는 계속해서 궁시렁거렸지만 힘이 다 빠진 듯 흐느적거리며 일행 근처를 배회했다.
아멜리아는 리나의 손안에 있는 작은 보석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의 가짜 크네리와 비교되는 아름다운 광채였다. 주황색 노을을 그대로 봉해버린 듯한.
"이제 신비석들을 가는 일만 남은건가?"
제르가디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질문했다. 아까 제로스와의 스킨십이 심히 불쾌했던가보다. 제로스가 크네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리나와 눈빛으로 나눈 짧은 대화를 기억했다. 다른 돌파구를 찾고 싶었지만 역시 이 방법이 제일 효과적일 것 같아서 별말 없이 실행했었다만 현재 기분은 더럽기 짝이 없다.
"하아. 귀찮아 죽겠으니까 그냥 여기서 갈자."
리나는 매우 무신경하게 손을 흔들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멜리아는 어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근데요. 리나 언니, 뭘로 갈아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꽤 단단해보이는데…. 마법으로 하면 가루가 흩어지지 않을까요?"
리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일행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시선은 제르가디스에게 오랫동안 머물렀다.
제르가디스에게 그녀의 눈빛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돌은… 돌로 부수면 깨지지 않을까?"
"리나, 너 설마…."
제르가디스는 검을 잡고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다시 리나를 봤을 때, 제르가디스에게 그녀는 꼭 악마가 강림한 모습으로 보였다.
아멜리아는 걱정된 얼굴로 제르가디스를 응시했지만 그녀 역시도 제르가디스의 푸른 얼굴을 보며 희망찬 눈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들. 아무리 얼굴에 돌이 박혀있다고 해도 이건 좀….'
제르가디스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서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멜리아, 잡아!"
"넵, 리나 언니!"
이미 제르가디스를 포위하기로 마음먹은 두 여자를 보며 제로스는 킥킥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아까 제르가디스에게 쌓인게 많았던걸까. 그는 고소하다는 얼굴로 진정한 구경꾼의 자세란 뭔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쯤에는 제르가디스는 검을 대놓고 휘두르고 있었다.
"저리가! 제발! 아멜리아, 2대 1은 불공평해!"
아멜리아는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정의를 위해서에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아멜리아….'
제르가디스가 퉁명스럽게 생각하는 도중 이미 리나는 그의 뒤에 와있었다. 그녀는 한껏 입술을 오므린 후 통쾌하게 소리쳤다.
"핫!핫! 넌 이제 잡힌 몸이야, 제르! 아멜리아, 넌 앞에서!"
"네, 언니!"
"으아악! 이게 뭐야!"
아멜리아는 어디선가 커다란 그물을 갖고 와, 바둥거리는 제르가디스 위에 이불처럼 그것을 던졌다. 마침, 리나는 날랜 손짓으로 그의 검을 뺏었다. 영락없이 포로가 된 신세였다.
제르가디스는 절망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리나는 다시 한번 웃으며 신비석들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졌다.
"어, 어라?"
팍,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디 있어!!"
리나는 당황해서 망토 안을 뒤적였다. 그러나 색색의 보석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혹시, 움직이다가 빠트린 건가? 어디다가 놓은 거지?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새, 아멜리아는 놀란 얼굴로 가우리를 보고 있었다.
"저, 리나 언니…. 가우리씨가, 가우리씨가…."
"응?"
리나는 가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다음에는 행동이 먼저 나갔는지, 비명을 먼저 질렀는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안돼!"
리나가 가우리에게 달려가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가우리는 베실베실 웃으며 신비석들을 딱딱한 그대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악했다.
아그작. 아그작.
"씹, 씹었어?!"
리나는 제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그녀의 붉은 눈은 충격으로 얼룩져있었다.
"도대체 저 녀석은 이빨이 얼마나 센거야…."
제르가디스는 의심 가는 표정으로 맛있게(?) 보석들을 씹고 있는 가우리를 바라보았다. 가우리는 매우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 평온하고 즐거운 얼굴이었다.
곧잘 놀라지 않는 제로스도 눈을 슬그머니 떠서 가우리를 지켜보았다.
가우리가 신비석들을 씹는 소리가 멈춘 뒤에야 리나는 일어섰다. 그녀는 떨리는 손짓으로 가우리, 아니 엘리자베스가 내팽개쳐놓은 찻잔을 주웠다. 일행은 슬쩍 가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현재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리나는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가우리에게 차를 건넸다.
"차, 차 한잔…? 엘, 엘리자베스…?"
일행은 세상에서 가장 긴 10초를 겪었다. 가우리가 입을 열 때까지는 모두 얼음물을 끼얹은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응? 엘리자베스라니. 리나, 어디 아픈 거야?"
돌아왔다!
가우리는 걱정 어린 얼굴로 리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리나는 다시 쓰러졌다.
"도, 돌아왔구나…."
"그래…."
제르가디스는 몸에 걸쳐진 그물을 풀며 힘없이 중얼였다. 저 해파리는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분명.
가우리가 동그래진 눈으로 일행을 차례차례 번갈아보는 도중 아멜리아가 마비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이제 해파리 왕국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꼭 그래야 하나?"
"안 돌아가면 프리몽셀이 바로 죽이려고 들 거다, 리나."
"그런 놈은 하나도 안 무섭…"
그러나 리나는 프리몽셀의 공포스러운 끈기를 기억하며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보니 그 인간 때문에 옥살이도 해보고 말이다.
그녀는 이를 알게 모르게 갈면서 내뱉듯이 말했다.
"그럼 빨리 갔다가 다시 여행이나 가자고. 그런 곳, 생각만 해도 끔찍해! 끄아악! 보수는 톡톡히 받아먹을 테다!"
.
.
.
으리으리한 금빛 장식들로 치장되어있는 방 안에서는 한 소녀가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었다. 사뿐히 고급 레이스로 만들어진 침대를 밟다가 융단 카펫에 도약하는 발짓은 나비 같았다. 살짝 발끝을 퉁겼다가 이내 높이 점프를 해버리는 귀여운 춤. 레몬빛 머리카락은 곡선을 그리며 흩날리고 있었다.
-One, two, step. One, two, step.
우아한 화장대 옆에는 뮤직박스가 덮개가 열린 채 조그맣게 노래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는 왕관을 쓴 작은 해파리 모형 둘이서 천천히 박자에 맞춰 로맨틱한 댄스를 즐기고 있었다.
다시 한번 금색의 아름다운 머리칼이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가볍게 오른손을 내민 소녀는 까르르 웃으며 왼발을 굽혔다. 경쾌한 스텝이었다.
그녀는 계속해 투명한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었다. 빙그르르 스핀을 하기도 하다가 몸을 숙이며 멀어지는 손. 한두 번 연습한 실력이 아니었다.
-Tra la la….
"하아. 조금 힘들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할까."
소녀는 촉촉한 푸른 눈을 내리고서는 뮤직박스를 닫았다. 최고급 실크로 만들어진 드레스 속에서 부채를 꺼낸 그녀는 조용히 열을 식혔다. 그녀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있는 듯했다.
"내 귀염둥이 데릴니안, 뭐하니?"
"아빠!"
문을 벌컥 열어젖힌 프리몽셀은 달려오는 딸을 향해 자상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딸의 금발을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또 춤 연습하는 거니?"
"네! 왕자님 앞에서는 실수하면 안되니까요!"
'가우리 왕자님이나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프리몽셀은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중얼이고서는 다시 인자한 얼굴로 데릴니안을 응시했다. 그는 사뭇 심각한 어조로 다음 말을 꺼냈다.
"곧 왕자님이 돌아올 것 같다. 엉덩이의 몽고반점이 갈수록 빛나고 있어. 데릴니안, 준비는 거의 다 끝났다."
"와! 그럼 이제 며칠 후면 식을 올리는 거에요?"
데릴니안은 순수하게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녀는 결혼식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프리몽셀은 웃는 내내 간사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만족한 듯이 콧수염을 매만졌다.
'둘이서 결혼하고 나면, 이제 해파리왕국의 정권은 내가 잡는거다. 음하핫!'
"아빠, 아빠. 근데 히잉-. 나는 아빠랑 결혼하고 싶은데요."
프리몽셀은 갑자기 얼굴이 하얘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무언가에 심히 겁을 먹은 듯, 식은 땀을 흘리며 억지로 입가를 말았다.
"아하하. 데릴니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난 아빠잖니."
"그래도요오오. 힝."
다시 한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프리몽셀의 집사가 들어왔다.
"주인님, 주문하신 해파리 웨딩마차가 도착했습니다."
"그 미천한 마부한테는 곧 간다고 전해. 사실 나같이 럭셔리한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도 영광이지. 오호홋."
프리몽셀은 자기도취적인 웃음소리를 내보이고서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 나왔다. 그는 나가기 전에 데릴니안에게 두려운 눈빛을 보냈다.
"데릴니안, 약은 먹었지?"
"네? 아, 네!"
프리몽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문을 닫았다. 그 때마침,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야! 프리몽셀, 어딨어! 너네 왕자라는 인간, 데려왔다!"
저택의 계단 밑에서는 익숙한 붉은 머리의 마도사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라피엘입니다.
많이 노력을 해봤지만 역시 현재 상태로는 해파리왕국 멸망은 못넣겠군요[...]
음, 다음분께서는 결혼식의 집행을 쓰시면 되겠네요;
조금 어려운 부탁인가;ㅅ;
아. 참고로, 수호님이 예전에 언급하신 캐릭터인 랑 쟈르 데릴니안을 등장시켰습니다.
이분은 매우 대단한 비밀을 하나 숨기고 있으신걸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치질 중증이라던지, 싸이코기질이 있다던지, 아니면 원래는 눈사인데 복용중인 약으로 인해 인간으로 변한다던지[...]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그럼 프로필 나갑니다;
이름: 랑 쟈르 데릴니안
나이: 10대 중반. 15-17살정도?
국적: 젤리피쉬 왕국.
직업: 젤리피쉬 왕국의 귀족. 랑 쟈르가의 영애. 프리몽셀 딸.
장비 & 외모 : 금발머리에다가 푸른색 눈. 아담한 체구에 눈물이 많고 순진한 얼굴. 레이스나 리본이 많이달린 드레스를 즐겨입는다.
마법의 사용 유 /무: 마법은 못씁니다.
실력: 춤솜씨가 장난이 아님. 그것빼고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름. (->이건 회원분들이 가면서 만들어주세요^^)
성격: 순진무구. 그러나 의외로 무서운 면이 있음. (어떤의미로;?)눈물이 많고 아빠를 무지 좋아한다.
어벙한 면이 있고 소꿉놀이광팬. 가우리에 대한것은 왕자라는것밖에 모르지만 그럭저럭 기대하는 눈치다.
이정도면 되죠;?
그럼, 다음 타자분 힘내주세요!
해파리왕국 멸망시키고 나면 그때 완결내서 새로운 릴레이 시작할건지, 아니면 그대로 이어서 쓸건지 결정하죠.
;ㅁ; 모두 릴레이를 씁시다!!! <-
|
Lapielle。
|
첫댓글 와- 잘봤습니다! [<-]
와, 정말 재미있어요. ...그나저나 가우리, 설마 결혼할셈이야?<-
기다릴 거에요~ 다음화 올라 올때까지..[표절하지마! 퍼억!!] 꾸엑~ 어쨌든 기대할께요~;ㅁ;
쓰고싶긴 한데…. 이미 장편을 저질러버렸어[도주]
"거기서 키스해버려! 더 간드러지게!" ...라는 부분에서 나 정말 웃고싶었어요. 하지만 옆에서 엄마가 자고있어요. 더불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요로레이히" ...[덜덜]
"'제르가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질문했다. 아까 제로스와의 스킨십이 심히 불쾌했던가보다." 이 부분... 올인입니다-┏제르가스라니요...<-
헛; 수정하겠습니다;
잘만하면 이주 말까지 해서 11화 이을지도 모릅니다; '잘만하면' [...]
저,저기....이거 몇편에서 끝나나요?!
으음 =ㅂ=;; 제가 이어버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