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이삭, 충실한 곡식(막4:26-29)
갈등
1. 예수님의 비유 시리즈를 계속 나눕니다. 비유는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해주는 주님의 독특한 가르침입니다. 최근 몇 년 땅에 씨를 뿌리고 재배하면서 참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저는 어려서 농사를 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어요. 당시에는 오늘처럼 현대화된 농기계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사람 손으로 일을 했어요. 더위와 추위 가운데 1년 내내 일이 끝이 없었어요. 소가 쟁기질을 하고, 달구지(구루마)를 끄는 것 외에는 요즘 같은 기계가 없었어요. 아버지가 제가 일하는 것이 시원찮고 공부나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저를 도시로 보냈습니다. 제가 성장기에 공부를 했던 것은 농사일이 너무 힘든 것을 보고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지 않다가 5년 전 교회 개척을 하면서 처마 밑 화단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50대 초반에서야,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을 제가 자원해서 하기 시작했어요. 첫 성전에서 3년, 작년에는 건축 때문에 쉬고, 올해 성전건축 후 더 넓어진 공간에서 농사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봄 채소부터, 지금은 가을배추와 무, 상추까지 씨를 뿌리고 일부는 모종을 심어서 재배하고 있어요. 아주 재밌고 기쁘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화단의 채소를 돌보고 있어요. 예수님이 오늘 비유를 말씀하실 때, 세계는 대부분 농업에 의존해서 살던 때였어요. 주님이 농경 문화를 소재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 오늘 비유는 예수님이 씨뿌리는 비유와 겨자씨 비유 사이에 별도로 주신 말씀입니다. 씨뿌리는 비유와 차별이 있기에 오늘 비밀히 자라는 씨앗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봅니다. 26절,“또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농사는 씨를 땅에 뿌리면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도 씨를 뿌리며 시작이 됩니다. 말씀이 하나님 나라의 씨앗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들에게 선포되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에요. 그런데 예수님이 좀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27절,“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
자고 깬다는 말은 이스라엘의 하루 개념이에요. 우리는 하루를 아침부터 저녁까지로 말하는데, 이스라엘은 저녁 해가 지고 다음 날 해가 질 때까지가 하루에요.‘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는 밤과 낮이 지나며 하루가 간다는 말입니다. 씨를 뿌리고 시간이 지나며-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며-싹이 난다는 말이에요. 예수님은 씨가 자라되(싹이 나되), 어떻게 그리되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왜 주님은 씨가 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씨를 땅에 뿌리면 때가 되면 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가인 이후 인류가 농사를 지어본 햇수가 얼마인데, 아직도 이것을 모른다고 말씀하셨을까요?
갈등 심화
3. 예수님은 이 말에 그치지 않고, 또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28절,“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씨를 심으면 싹이 나고 자라서 이삭이 되고, 곡식이 열매를 맺는 것은 다 아는 이치입니다. 여기서 주님은‘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씨만 뿌리면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습니까? 농부가 얼마나 수고하고 일해야 하는데요. 땅을 일궈야죠, 거름을 줘야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줘야죠, 육기농 약도 줘야죠. 약으로만 됩니까?
곤충이나 벌레를 손으로 잡기도 해야 합니다. 유기농 약도 주고 손으로 벌레를 잡는다고 해도, 어느 날 채소 잎을 갉아 먹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아까운지-마음이 아픈지 몰라요. 밤낮 시간이 되는 대로 화단에 출입을 합니다. 장갑을 끼고 잡기는 하지만, 밤에 휴대폰 랜턴을 켜고 물컹한 벌레를 잡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자연스럽지만요. 어젯밤에도 배춧잎을 뜯고 있는 달팽이 한 마리를 잡았어요. 일미칠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땀이 일곱 근이 들어간다는 말이에요. 벼를 추수하기까지 농부는 88회 손을 봅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 세상만사 스스로 되는 일이 있습니까? 그런데도 왜 주님은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실마리
4. 두 가지 질문을 풀어봅시다. 첫째 질문, 예수님은 왜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우리가 모른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씨에는 생명이 있어요. 수천 년 전의 무덤 속에서 미이라와 씨앗이 발견되었는데, 이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나고 자랍니다. 씨 자체에 생명이 있어 땅에 심으면 싹이 납니다. 물론 씨는 오래된 것보다 최신 것이 더 싱싱하고 낫지요.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 수 없다는 말씀은 씨의 생명력을 강조합니다. 이 비유에서 씨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말씀은 씨와 같이 자체에 생명력이 있습니다. 히4:12,“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가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씨앗에 생명력이 있어서 땅에 심기만 하면,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싹이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번 가을에 상추를 심고, 한 주간도 안 되어 싹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어느새 싹이 나는지 알지 못했어요. 씨뿌리는 비유에서 씨뿌리는 자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씨앗 비유에서 씨뿌리는 자는 하나님이 아니시고, 사람을 의미해요. 문맥을 통해서 성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실 리가 없어요. 오늘 본문에서 씨를 뿌리는 자는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들이나,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들을 일컫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뿌리기만 하면-선포하고 전하기만 하면 그 말씀이 생명이 되어 때가 되면 싹이 난다는 메시지입니다.
5. 둘째 질문, 예수님은 왜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주님께서 씨뿌리는 비유를 앞서 말씀하셨고, 여기서 열매를 맺었다고 했을 때, 이 땅은 100배 60배 30배의 열매를 맺는 옥토입니다. 아무리 옥토라도 사람이 수고해야 열매를 맺지,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고 주님이 말씀하셨을까요? 주님이 이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씨는 스스로 생명이 있어 싹이 나지만, 자라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메시지입니다. 누구보다 복음 전도를 열심히 하고 열매를 맛보았던 사도 바울의 증언을 들어봅니다.
고전3:6-7,“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바울처럼 씨를 뿌리는 자-심는 자도 필요하고, 아볼로처럼 물을 주는 자의 수고도 있어야 합니다. 심는 이-바울이나, 물 주는 이-아볼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사도 바울은 선포합니다. 그는,‘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임을 강조합니다. 사람을 향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현은 매우 거칠어요. 말씀과 복음 사역에서 우리의 수고하지만 바울은 우리의 수고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합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각 영혼을 자라게 하신다-열매를 맺게 하신다는 메시지입니다.
6. 사도 바울은 선교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며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누구보다 영적 전쟁을 온몸으로-전인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그의 실전 경험의 결과는 우리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하나님께서만 영혼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실 수 있다고 선언했어요. 성경은 불신자와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고후6:14-15,“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 하며 빛과 어둠이 어찌 사귀며,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예나 지금이나 청년들 중에서 안 믿는 자와 결혼해서 전도하면 되지 않느냐고 도전하는 경우가 있어요. 의도는 좋지만, 오늘 본문을 통해서 이것을 확실히 알아야 해요.
내가 남편이나 아내를 믿도록 일생을 다 바친다고 해서(내몸을 불살러 희생한다고 해도) 전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바울의 말도 그렇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임상 경험으로 드러난 일입니다. 전도 현장에서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이번 행복나눔 축제에 초대를 하고 있어요. 싹이 나고 자라는 것은 오늘 비유의 말씀과 같이 우리가 알 수 없어요. 한 영혼이 생명을 얻고 열매를 맺도록 자라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습니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울처럼 심기도 하고, 아볼로처럼 물을 주는 일에 협력할 수 있고, 협력하며 살아야 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요. 하지만, 우리의 수고로서만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님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수고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복음 제시
7. 복음의 근원-생명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이 나옵니다. 인생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유전공학이나 이와 유사한 노력을 하며 생명을 만들고자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의 영역이에요.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서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지만 세 가지 과정을 명시했어요.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씨 다음에 열매가 아니에요. 싹과 이삭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하나님께서 생명의 근원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시지만, 이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셨습니다.
출애굽기를 보세요.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40년이 걸렸어요. 40년의 여정-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도 성장의 과정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언제, 어디서나 이 과정을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이 과정을 무시하려는 것이 로또 인생입니다.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마음이에요. 로또 인생은 거의 100% 실패해요. 끝내 불행한 인생을 살아요. 최근 뉴스를 보아도. 대장동인지 어딘지. 그래도 사람들은 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삽니다. 우리 교회 건너편에도 로또 가게가 있어요. 주말이면 로또를 사려고 교회 앞에 주차 행렬이 그치지 않습니다.
8. 교회 성장과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도 씨를 뿌리고 싹-이삭-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겪는 것, 이것이 정상적인 일입니다. 씨가 바로 열매로 되지는 않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부흥하는 것은 대개 교회 성장이 아니고 교인들의 이동으로 가능합니다. 철새가 잠시 모이는 것처럼요. 이런 교회들이 건강하지 못하고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교회도 성장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 과정을 잘 지나며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오늘 비유는 열매로 마치지 않고 추수 때가 이를 것을 말하며 마칩니다. 29절,“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라.”
이르렀다, 파레스테켄은 완료형이에요. 과거에 완성을 향해 성장해서 현재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에요. 낫을 대고 추수하는 것은 마지막 종말, 심판의 때입니다. 복음의 최종 목적은 추수-심판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씨-싹-이삭-열매의 과정을 잘 겪어온 사람들은 심판이 대수롭지 않아요. 그들에게는 낯설지 않아요. 수많은 영적인 연단과 시련을 겪으면서 경험해 보았습니다. 결국 최후 심판은 그들에게 통과의례가 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무시한 사람들은 심판이 두렵습니다. 그들은 심판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라요. 영적인 연단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보다 세상이 좋고, 기복신앙만 누리고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기대
9. 오늘 비유를 나누면서, 내 마음에 부딪히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다면 잠시 후 찬송하며 기도할 때 그대로 하나님께 토합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믿음이 자라고 성숙해야 할 존재입니다. 엡4:15,“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우리가 목표하는 열매는 주님만큼 자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이 될 수는 없어요.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부처라고 하지만. 부처도 피조물입니다. 예수님은 피조물이 아니시고 하나님이세요. 이 땅에서 주님처럼 될 수는 없어도, 주님처럼 자라가도록 평생 나아갑니다.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가 됩니다. 우리 교회는 다음 주일 교회창립 5주년을 맞이합니다. 오늘 비유가 5주년을 준비하는 우리 가운데 위로를 줍니다.
성전건축까지는 참 쉽게 왔는데, 잠시 연단과 시련이 있었어요. 최근 이런 일이 있어서 오히려 참 다행이라는 마음을 제가 갖게 되었어요. 개척이 쉽게만 되었다면 당연하게 여겼을텐데. 나는 역시 행운아야 했을거에요. 세상에 우연히 공짜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영적 세계도-목회도 선교도 마찬가지에요. 씨가 싹-이삭-열매를 맺고 추수하는 때가 이르는 이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한국교회도) 신앙의 과정을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더욱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다 같이 일어나서 찬송하며, 이 과정을 잘 지나며 우리가 좋은 열매를 맺고 추수-심판의 때를 두려움이 없이 즐거이 맞이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구합시다.(오늘 찬송: 허락하신 새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