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아편 같은 사랑)
전정현
양파 껍질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수깡 속살 핥고
소나무 속살 핥으며 허기를 채우던
달짝지근한 향기를 씹는다
시간이 겹겹이 층을 이루어도
아련히 그리운
열일곱 시절의 흑백사진 속의 현과 현
똑 부러지는 당돌한 네가 좋았어
별 같이 반짝이는 눈
하얀 치아
양파 같은 이마
검게 그을린 깜순이
처음 본 순간, 감전되었어
현은 나의 우물이야
목마름이었다면 나의 옹달샘이야
가슴에 샘솟는 꿈과 사랑이었어
꿈과 사랑이 잠을 깨웠는데
우물에 비친 자화상이 초라하여
그때는 종을 울리지 못했다
서울에 유학을 와서
너의 학교에 갔었지
정문을 지나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얼마나 설렘이 있었던지?
야속한 엇갈린 운명은
가혹한 겨울이었어요
꽃이 피는 봄이었다면 우물에 비친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였을까
야생화 피는 꽃정원이었을 거야
노원의 백화점에서 현을 만났을 때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던지
나의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현의 모든 것을 보아주고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었다
현은 너를 만나서 시인의 길을 가고 있어
너와 내가 주고받는 안부가
시이고
사랑이야
이 땅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
가끔 주고받는 안부가 소중한
현!
하얀 정장과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목련 같고
장미 같은,
현, 그대의 마음을 보고 있듯
그대도 내 마음과 닿아 있음을 알기에
마지막 소망은 들판의 꽃처럼
우리의 정표 같은 한 편의 시를
남기고 그대의 눈동자에 기억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