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서 신은 희망의 한 종류였다. 잘못된 이를 벌해주기를, 비참한 나를 구원해주기를, 죄를 용서해주기를 인간은 그렇게 신에게 간청하며, 희망을 찾았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이, 신은 그런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신에게 좋은 면도 있겠지만,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신은 불행의 방관자로 한 일족을 비참하게 만든다. 신은 무엇일까? 우리가 삶을 버티게 해주는 한 줄기의 희망일까, 혹은 우리를 조롱하는 관찰자일까.
오이디푸스를 읽으면서 수수께끼를 풀고 사람들을 구한 왕의 뒤틀려버린 운명을 우리는 마주하게 된다. 명예와 존경을 받던 왕이 끝내 자기 눈을 찌르고 모든 걸 잃어 버린다. 예언자들은 그가 태어나기 전에도 운명을 경고했고, 그가 죄를 저지르기 전에도 경고했다. 모두가 나름대로 운명을 벗어나고자 애썼으나, 그 모든 시도들은 모든 비극의 시작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운명은 절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법칙이다. 인간들은 바꿔보려 발버둥 치다가, 항상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애초에 운명을 인간이 벗어날 수 없다면, 돕지 않는 신들이 참 미워진다. 모든 불행의 시작을 방관한 신의 태도는 인간에 대한 조롱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 책에는 내가 신을 안 믿는 이유가 잘 담겨 있다. 신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다. 세상 돌아가는게 다 그 분의 뜻이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도 내가 불행해지는 것도 다 그분이 내게 주신 거란다. 그런데 손짓 하나로 불행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왜 이 모양일까. 범죄도 위대한 그분의 뜻인가? 이렇게 나쁜 방관자가 인간에게는 선한 행동만 요구하는 게 어이가 없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찬양을 요구하다니, 차라리 이재용을 따르고 돈을 받겠다. 선하다면서, 우리를 위한다면서 세상에서 하는 짓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방관자는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분쟁과 전쟁,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어떤 신은 여자를 싫어하고, 어떤 신은 동성애는 죄악이란다. 2000년이 지났으면 종교를 좀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종교 전쟁도 일어나고 세상 이 모양인 것 아닌가.
오늘은 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나는 종교인이 될 수가 없다. 숭배하고 찬양하는 모든 행위가 시간 낭비 같다고 느껴지는 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나 싶다. 내 기준에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같은 일개 캐릭터보다 별로인 신을 따를 수가 없다. 힘에 대한 책임은 없으면서 가르치려 드는 게 보기가 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