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시작해서 토요일 귀한 10시부터 11시 30분을 글 읽고 토론하는데 쓴 시간이 있다. 하루에 1시간 반, 한달에 4번, 이 수업이 나에게서 가져간 시간은 자그마치 176시간이 넘는다. 그 긴 시간동안, 난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오늘 여기서 쓰는 이 마지막 글에서 말해보겠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참 막막했었다. 떄로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당시에 엄마가 좋은 기회라고 해서 간 것이었지만, 사실 갑작스럽게 주말의 귀중한 잘 시간, 쉬는 시간을 뺏긴 중2로써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말하는 시간 자체는 즐겁게 보냈었던 것 같다. 난, 이제 와서 말하면, 제대로 글을 쓴 적은 거의 없다. 요즘 와서는 제대로 글을 쓴거 같지만서도, 예전에는 책도 제대로 안 읽고, "아 오늘은 뭐 쓰지? 이거에 대해서 써 볼까?" 이러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많았다. 책이나 영화를 본다고 해도, 그냥 줄거리만 대충 적고 끝내는 일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옛날 나와 비슷한 또래인 지금의 하진이나 은찬이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무거나 막 쓴 글은 생각외로 나에게 또 다른 능력을 주었는데, 바로 무엇인가를 설명하거나 주장하는 글을 쓰는 능력이었다. 행복에 대한 가치관을 적는 사회 수행평가에서, 다른 애들과 달리 인터넷을 조사하거나 논문 따위를 인용해버리지 않고도 100점을 맞는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또한, 그로 인한 부족한 책 읽기 능력은 다른 애들의 글을 보며 보완되었다. 나와는 글 쓰는 성향, 실력마저 달랐던 나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았던 은성이, 오늘도 글을 짧게 쓰는 하진이, 최근와서 글 쓰는 것에 두각을 드러낸 은찬이를 통해 난 내 자신의 글을 성찰하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희림쌤도 좋은 멘토가 되어 주셨다.
이것보다도, 나를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저자와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처음 저자와의 만남을 했을 때는, 질문도 이상하게 써오고 결과도 그리 좋지 않았어서, 나중에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질문을 하고 이것에 대한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저자와의 만남을 할 때만은 온 심혈을 기울여, 어떻게 하면 내가 책에서 궁금했던 점을 찾아내고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글을 쓰곤 했다. 사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책을 다 읽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좁은 범위 안에서 답을 찾아내곤 했다.
솔직히, 가장 큰 도움은 희림쌤이 주었다. 요즘도 가끔 3개도 안되는 글을 가지고 1시간 반동안 수업을 이어가시는 것을 보고 엄청난 재량에 감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남이 쓴 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면서 질문을 유도한 것이었다. 이런 활동,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뭉쳐저서, 내가 여기 와서 한시간 반동안 글만 읽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의 관점을 생각하고, 글에 대해 탐구하는 짓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2년 반 동안 수업을 하면서, 얻은 게 참 많았다. 그전까지는 문학에는 아예 알 못이었고 공감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나였는데, 로고스서원을 하며 문학을 둘째라고 하면 서러워할 문학충(?)이 된 것 같았다. 나를 참 많이 성장 시켜준 로고스서원이다. 덕분에, 난 3모 국어에서 반 3등, 6모 국어에서 반 1등, 전교 6등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1학년 전체 학생 수는 485명이다. 중간고사는 서술형이 말해서 말하지 않겠다. 어쨋든, 솔직히 수업하면서 후회되는 것도 없었고, 매 순간이 소중했지만, 나도 은성이와 비슷한 이유로 로고스 서원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시간의 압박을 느꼈었고, 진실로 학업의 중요성과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나보다 더 괜찮게 글을 써주어 내가 글을 쓸 때 등불이 되어 주었던 은성이의 부재(놀릴 사람이 없어진 것도 있다)도 로고스서원을 하기가 힘들어진 이유이다. 제일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이제부터 국어 학원을 다니려 했기 때문이다. 내가 로고스서원을 다녔던 이유가 이유인 것처럼, 떠나는 이유도 비슷하다. 새로운 환경에 다가가서 그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내가 잘 모르는 문법, 화법과 작문을 배우고, 어떻게 공부하는 지 알아보고 싶었다.
솔직히 참 씁쓸하다. 그래도 이정도면 좋은 마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에 영원한 만남은 없고, 솔직히 말해서 이거 청소년인문학방이라서 고3, 아니 고2가 됐어도 떠나야 했다. 그래도, 이거 하면서 참 좋은 것들 많이 얻어가고, 좋은 사람들 많이 봤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올려서 갑작스럽게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선생님의 심정이 어떨 지 난 상상이 안 간다. 내가 2년반동안 만났던 소중한 사람한테 대못을 박은 기분이다. 가장 아쉬운 건, 비대면 수업이라 막상 이 사람들과 2년동안 만났지만, 만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나중에, 여기 있는 이 내 글을 보는 사람들아. 부산 명지 오면 폴코스로 대접해드릴테니 오십시오. 아마도 마지막 글일 내 오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