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버크(Edmund Burke)의 생애에 일어난 아름다운 일화.
그는 영국의 대주교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영국의 대 주교는 카톨릭의 교황과 같은 존재다.
영국 국교의 입장에서 대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이다.
버크와 대주교는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기 때문에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대 주교는 때로 버크의 강의가 있을 때 마다 그것을 들으러 오곤 했다.
그러나 버크는 대 주교의 설교를 들으러 간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마침내 대 주교는 스스로 버크를 초대 했다.
“이번 일요일에는 반드시 교회에 오게. 다른 핑계를 대지 말게.”
그리고 대 주교는 자기의 생애에서 가장 훌륭한 설교를 준비했다. 그는 버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대 주교는 설교도중에 계속해서 버크를 쳐다보았다. 버크는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대 주교는 차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버크의 얼굴에서 어떤 감동이나 깊은 인상을 받은 기색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강단을 내리치고 기독교 선교사들이 훈련 받은 대로 온갖 종류의 체조를 다 펼쳐보여도,
버크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저 침묵 속에 잠겨있었다.
설교가 끝나고 그들은 같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
버크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대 주교는 그가 지금쯤이면 무슨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릴 때가 되자 대 주교는 더 이상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자네는 내 설교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군. 무슨 말이든 해 보게. 내용이 좋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하게.
안 그러면 난 그대가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계속 궁금할 것일세.” 버크가 말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 그저 어리석을 뿐이지. 자네는 어찌나 바보 같은 말만 하는지.
나는 자네처럼 지성을 가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어.”
대 주교가 물었다.
“어떤 대목이 그렇게 바보 같았는가?”
버크가 말했다.
“자네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선을 행하는 사람은 천국에 간다고 말했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악을 행하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말했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 같은 말인지 모르겠는가?”
대 주교가 말했다.
“난 아직 잘 모르겠네.”
버크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내가 가르쳐 주지. 만약 어떤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선을 행했다면, 그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만 악을 행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선한 일과 악한 행위가 판단의 기준인가?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불필요한 것인가?
혹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기준이라면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의 문제는 무관한 것이 아닌가?”
대 주교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종교인들은 아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어떤 종교를 믿지 않고서도, 정말로 종교적으로 될 수 있는가?
어떤 신을 믿지 않고서도 어떤 예언자나 구세주를 믿지 않고서도,
한 인간의 삶은 정말로 지혜 있고 선한 삶이 될 수 있는가?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인간이 신을 믿고 예수를 믿지만 여전히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수도 있는가?
대주교는 말했다.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군. 난 그 점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네. 나에게 일주일만 시간을 주게.
다음 월요일 설교시간에 그 대답을 하겠네. 그러니 자네는 한 번만 더 와주게.
나는 모든 신도가 모인 자리에서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하고 싶네.”
버크는 그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고, 그 일주일은 대주교에게 무척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그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연구했지만 도저히 해답을 구할 수 없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기준이라고 말하면, 미덕과 죄, 선과 악은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모든 도덕성은 시궁창에 빠지고 만다. 만일 그가 도덕성이 하나의 판단기준이라고 말하면,
그 때는 예수 그리스도가 무슨 필요인가? 그렇게 되면 예수 그리스도가 시궁창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는 둘 다를 조화시킬 방법을 찾았다. 그는 일주일 동안 꼬박 밤을 새웠다.
밤새도록 똑같은 의문이 그의 마음속에서 돌고 돌았다. 일주일 째 되는 날 그는 약간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아직 해답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아직 날이 밝지 않았더라도 약간 일찍 교회로 가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렇게 기도하는 거다.
“주여 당신께서 길을 보여 주십시오. 저는 도저히 이 수수께끼에서 헤어나는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내리는 결론은 어떤 것이든지 틀린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고민은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절 도와주소서!”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피곤했다. 일주일동안 잠 한 숨 자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앞에 머리를 떨구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 속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기차를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물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말했다.
“당신은 모른 단 말이오? 이차는 천국으로 가고 있소.” 그러자 그가 말했다.
“맙소사! 어쩌면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응답인지도 모른다. 내 눈으로 직접 보라고 말이다.”
기차가 역에 섰다. 그곳에는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흐릿한 글씨로 “천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곳은 매우 황량한 곳으로 사막 같은 곳이었다. 그는 천국이 이런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오.”
그는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 전체가 불결하고 더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성자 몇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수척한 모습으로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나무 아래 앉아서 ‘할렐루야’를 계속 외치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이곳이 진짜 천국입니까?” 그러자 그들이 말했다.
“그대는 우리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위대한 성자이며 철저한 금욕생활로 천국에 들어왔다.”
그는 말했다. “참으로 이상한 천국이군요. 꽃 한 송이도 피어있지 않다니.”
그리고 나서 그는 한 성자에게 물었다.
“고타마 붓다도 천국에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소크라테스는? 에피쿠로스도 이곳에 있습니까?”
물론 이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을 가능성도 없었다. 그러자 그 성자가 말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름은 이곳에서 한 번도 들어 본적이 없네.”
그러나 그들은 더 없이 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선의 진수였다.
그는 다시 역으로 달려가서 물었다.
“이곳에는 지옥으로 가는 기차도 있습니까?” 그들이 말했다.
“이제 곧 그 기차가 떠나려 하고 있소. 플랫폼에 서 있는 기차가 바로 그 기차라오.”
그래서 그는 지옥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가 지옥의 정거장에 들어서자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천국이 바로 이런 곳이어야 하는데! 그곳은 초목이 푸르고 각종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빛이 나고 기쁨이 넘쳐흘렀다. 아름다운 음악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축제일 같은 분위기였다.
그는 물었다.
“오늘 무슨 축제가 있습니까?” 그들이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날마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축제가 곧 우리의 삶입니다.” 그래서 그는 또 물었다.
“고타마 붓다가 여기에 있습니까? 소크라테스도, 에피쿠로스도 이곳에 삽니까?”
그들이 말했다.
“그들은 모두 이곳에 삽니다. 길옆에 있는 정원을 보십시오. 고타마 붓다가 정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곳에 온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옥은 저 천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타마 붓다와 소크라테스, 헤라클레이토스, 에피쿠로스, 마하비라,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모두 지옥에 와서 모든 상황을 다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지옥이 진짜 천국이 되었습니다.
옛날의 명칭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삶은 이제 하나의 끝없는 춤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축복으로 변했습니다. 그들은 시와 음악과 예술을 가져와서 모든 장소를 탈바꿈 시켰습니다.”
그는 그 상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이 교회로 오기 시작했다.
버크도 벌써 와서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대주교는 최소한 진실한 사람이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말했다. “나는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예수에게 기도했습니다.
나는 이 꿈이 예수가 보여준 꿈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 꾸게 된 꿈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이것입니다.”
그는 자기가 꾸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어리석은 말을 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는 그것을 정정하고자 합니다.
진정으로 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지 바로 천국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악한 사람이 사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심리적인 공간, 영적인 공간입니다.”
달마는 언젠가 “천국과 지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대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천국이나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깨어있는 사람의 자리가 천국이고, 깨어있지 못한 사람의 자리가 지옥이다.”
- 오쇼 라즈니쉬《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