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과 기후, 생태계와 인류세,
기후 정의와 기후 행동까지
지구의 미래를 투영하는 기후 변화의 모든 것을 담다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열띤 과학 토론의 장’ 풀빛의 청소년 교양 과학 시리즈 <과학 쫌 아는 십대>의 09번《기후 변화 쫌 아는 10대: 기후 정의의 메아리로 기후 위기에 답하라》가 출간되었다. 대중 과학 교양서의 독보적 작가 이지유 박사가 글과 그림을 맡았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부터 중고등 통합 교과 내용을 망라하며 핵심적인 내용을 꿰뚫고 있지만, 초등학생부터 누구라도 읽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매끄럽고 편안한 설명으로 기상과 기후 지식 전반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글 내용을 뒷받침하는 앙증맞은 삽화까지 더해져 한 편의 과학 웹툰 같다. 밀도와 편안함, 이 책을 표현하는 두 마디다.
물론 편안하게 읽힌다고 하여 전하는 내용까지 편안하지는 않다. 기후 변화라는 단어마저 안이하게 생각될 만큼 지구는 비상경보등이 오래전에 켜진 위기 상황이다. 예전보다 한층 덥고 빨리 오며 오래가는 여름, 어떤 해는 너무 춥고 또 어떤 해는 이상하게 따뜻한 겨울을 맞으며 사람들이 갖는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과 위기의식은 널리 퍼지고 있다. 기후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예측 불가능성은 두려움을 갖게 하기는 하나 아직 우리는 위기의식을 행동 변화로 옮길 만큼 그 위험한 실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더워진 만큼 에어컨을 더 높이 더 오랫동안 가동하고, 춥고 더운 만큼 자동차 속에 몸을 숨기는 시간이 늘어 간다. 더워서 문밖으로 나가기 힘들어지니 배달 음식을 통해 더 많은 일회용품을 내놓고, 쾌적함을 만끽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더 좋은 휴양지를 찾아 더 자주 이동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생긴 이산화탄소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초등학생이면 이미 다 알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 당장의 생활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찾는 노력보다 간절하지는 않다.
이 책은 진지한 자세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묘사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필요한 것은 현재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다. 기후가 무엇인지, 기후는 어떤 이유로 변하는지, 기후를 조절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기후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살펴 나간다. 그러나 포기는 금물. 아무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지만, 그것을 끌 소화기 또한 우리 손안에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그것을 모두가 함께했을 때 모두의 위기는 모두의 안전으로 끝날 수 있다.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는 것이다. 순배출 제로!를 향한 다양한 실천법까지 소화해 보자.
?? 우주인이 되어 멀리서 바라보는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탐험
여기는 지구. 우리은하의 나선팔 변두리에 위치한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 지구를 감싼 얇은 대기층과 지표면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물, 나머지가 땅으로 이루어진 곳. 대기와 물이 있기에 식물, 동물,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생물이 조화롭게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지적 생명체라 불리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마구 태워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풀어 놓는 바람에 지구 기온이 올라가 수많은 생물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은하계 10대를 태우고 지구라는 수학여행지를 향해 떠나는 우주선 안에서 가이드가 지구의 기후 변화와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설정의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마련이지만 남의 눈으로 바라보면 감정적 요소를 빼고 사안을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바라볼 판단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 우리는 우리 눈이 아닌 남의 눈을, 말하자면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는 우주인의 시선까지도 빌려야 하는 걸까. 그것은 그만큼 사안이 급박해서다. 단순히 ‘변화’라고 말하기에 지구의 현 상태는 적색 경보등이 켜진 지 오래다. 그 안에 사는 우리만 설마 그러겠어, 라며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오늘도 어제처럼 안이하게 소비를 이어 가지만 지구를 내려다보면 온난화로 붉은 열을 내뿜고 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의 순환 시스템 속에서 온 지구인의 현재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기 위해 쓰였다. 다만 그 위기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거리감을 두고 기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 나간다. 흔히 날씨라고 말하는 기상은 기후와 어떻게 다른지, 지구 시스템과 기후 시스템은 무엇인지, 지구를 기후대로 나누어 하나씩 살펴보고 기후를 조절하는 다양한 요소도 조목조목 살핀다. 기후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면서 인류가 지구를 좌우한다는 지질시대 인류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살피고 정치, 언론, 여성, 생활방식, 사고방식, 기후 정의, 기후 행동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과 실천법을 종합한다. 기후에 관한 다이제스트 사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기후 위기의 실체
기후는 대체 뭘까. 매일매일 일기예보를 듣고 보면서 우리는 내일 비가 오는지, 오늘보다 더운지, 바람은 많이 부는지 그러니 겉옷이나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한다. 이런 날씨 정보는 기후가 아닌 걸까? 한마디로 하면 기후는 한 지역에서 30년 이상 쌓인 날씨 정보를 모아 평균한 결과다. 그 지역에서 얻은 기온, 습도, 강수량, 풍향, 풍속, 전선 등에 관한 정보가 기후의 바탕이 된다. 때문에 내일 날씨를 정확하게 맞히기는 어려워도 한 지역의 기후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기후는 어떤 경향성이나 추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성을 나타내는 수많은 기후 분류법 중 이 책은 독일의 기후학자 쾨펜이 만든 기후 분류법을 소개한다. 월평균, 연평균기온과 강수처럼 아주 간단한 기준으로 작성한 분류법이어서 가장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경향성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열대우림, 사바나 등을 보자. 1년 내내 푸르고 울창한 활엽수로 구성된, 적도 부근에 위치한 열대우림.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훨씬 더 익숙하게 들리는 사바나 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 열대 지역과 사막 사이에 있는 ‘열대 습윤 건조’ 지역이다. 가뭄에 내성이 있는 나무들이 거리를 두고 자라는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 경향성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던 이런 지역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열대우림을 지탱하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인간들이 농경지로 사용하기 위해 베어 사용하는 등 나무가 없어지면서 열대우림의 토양은 영양소가 모두 빠져나가 생명이 살지 못하는 불모지로 변하고 있다. 사바나 지역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띄엄띄엄 분포한 나무마저 인간들이 태우면서 사바나는 사막화가 되고 있다. 사막화는 바다로 불렸던 아랄해의 호수 바닥이 흉하게 드러난 모습과도 연관된다. 나무와 땅이 자라는 곳이 사막으로 변하는 사막화. 최근 사막화가 되는 추세는 훨씬 더 심해졌다.
왜일까? 인간들이 농경지 경작을 위해 숲을 베고 주변의 물을 끌어다 쓰면서 물의 양이 현저하게 급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농사는커녕 당장 먹고살 물도 없을 테지만 사람들은 당장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농사를 포기하지 못한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대 지역의 위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원히 녹지 않는다는 툰드라 지역의 지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며 온실가스의 주범 메탄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해빙이 녹으며 햇빛을 막는 반사판 역할을 못하고 그로 인해 지구는 또다시 기온이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있다.
기후 위기란 일정한 경향성과 예측가능성이 존재하는 기후를 더 이상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원인은 자연의 속도를 능가하는 인간들의 과도한 활동 때문이다. 물이 다시 차기 전에 물을 끌어다 쓰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편리한 도구들이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게 만든다. 화석연료를 태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와 미량 기체를 당장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올해 물이 부족하더라도 내년이면 또 비가 오겠지라는 안이해서 위험한 희망 때문에 위기 상황은 가속도가 붙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 현황을 살피기 위한 이 책의 접근법은 치밀하다. 기후대에 따른 지역별 기후 상태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기후를 조절하는 요소를 조목조목 짚어 본다. 위도?육지?물?탁월풍?산맥 등 다양한 기후 조절 인자들을 살펴본 뒤 화산과 기후, 태양과 기후, 미량 기체와 기후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알아본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지구 자전축의 변화 그리고 세차운동을 수학적으로 종합해 만든 밀란코비치 주기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다. 대기와 물, 생태계 등 수많은 요인이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상호작용하는 기후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는 기후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호한 희망을 주거나 과도한 위기의식으로 기후 변화를 전달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문제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 기후 위기, 정의로운 작은 실천들로 극복할 수 있다
모든 해결책이 성공하려면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기후 위기 극복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실천법이 나오려면 해결의 원칙과 방향이 있어야만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향성은 ‘기후 정의’와 ‘기후 행동’이다.
기후 정의는 “기후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후 변화로 카트리나처럼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생겼을 때, 그 책임은 누가 더 많이 져야 할까. 돈이 있는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 중에 말이다. 당연히 돈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에어컨을 틀어도 더 많이 틀었고, 냉장고??자동차??각종 공산품과 식료품 등 한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돈 많은 사람 쪽이 훨씬 크다. 하지만 피해는 돈 없는 사람이 더 크게 보고 보상을 받을 때는 모두 같은 비율로 받고 있다. 단위를 개인에서 국가로 넓혀 보아도 기후 변화로 인해 생긴 피해는 안타깝게도 개발도상국과 빈곤층들의 몫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에 대한 대비가 잘되어 있는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은 재해를 대비할 기술적 준비가 부족하다. 결국 기후 변화 때문에 생긴 쓰나미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를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은 선진국이 더 많이 했지만 책임은 개발도상국이 대신 지고 있는 셈이다.
기후 문제에조차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그동안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룬 선진국이 기금을 조성해 개발도상국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나라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국제조직과 협약 효력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후 정의의 관점은 거대한 나라 단위의 일을 풀어 가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실천에 있어서도 행동의 원칙이 될 수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 이 자세야말로 기후 문제를 풀어 가는 해법이다.
우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후가 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을 기후 행동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1인 시위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알려진 기후 행동은 많은 이가 동참하는 일이 되었다. 2018년 ICPP 특별회의는 지구 온난화 폭주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에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인의 문제의식과 행동 촉구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냉장고와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걷기를 하고, 성평등도 이루어야 한다. 왜 이런 일들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책은 지치지 않고 안내한다.
오늘의 무더위로 숨이 막힌다면,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기후 변화 쫌 아는 10대》를 펼쳐 보자. 왜에 대한 논리적인 대답과 어떻게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