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풍이다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가슴 밑바닥부터 진한 아픔이 몰려오는 겁니다.
갈매기 때문이었습니다. 애증의 그녀가 자칫하면 생을 마감한다는 겁니다.
어판장에서 소문을 듣고 그 순간부터 허공을 집고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 장면이 떠올려지는 겁니다.
나는 그 날을 떠올리고 겨우 가슴 한쪽이 환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를 편하게 보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 날, 갈매기 그녀는 훤칠하게 크고 잘 생긴 50대 남자와 함께 있었습니다.
남자의 팔은 그녀의 어께에 걸쳐져 있었고, 두 사람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갈매기 그녀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바다에서 죽고 어머니는 도망가서 친척집에서 눈치 밥 먹고 살다가, 친척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고아원으로 보내져서 형제들과도 헤어졌습니다.
고아원을 나와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 하다가, 우연하게 술집을 알게 되고 그렇게 살았던 겁니다.
그렇게 흘러흘러 묵호항에 오게 된 겁니다.
묵호항에 와서, 저인망 선원을 한 명 알게 되었는데, 그는 유부남이었습니다.
부인과 사이가 나빴던 그는 갈매기 그녀에게 흠뻑 빠졌고 그녀 역시 정에 굶주렸던 터라, 쉽게 그와 묵호항 앞에서 동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의 부인이 알고 찾아와서 갈매기가 다니던 술집이며 어판장을 뒤집어 놓고도 모자라 갈매기 그녀를 간통으로 고소까지 하였습니다.
행복할 줄 알았던 그녀의 사랑은그렇게 끝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가 그 동안 벌어 놓았던 돈을 그의 부인에게 주고 나서 그 사건은 해결 되었고, 갈매기 그녀의 사랑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후 그녀는 술만 마셨습니다. 술을 너무 마셔 집으로 가다가 공사장에서 넘어져 이빨이 뿌러지고, 입이 퉁퉁 부었는데도 술만 마셨습니다.
얼마 후, 그녀는 강경화 진단을 받았습니다.
삼척 미로의 아는 언니집으로 가서 요양을 했습니다.
한번 찾아갔더니 표정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말을 하였습니다.
“오빠, 나 울 오빠 찾았어. 제일 큰 오빠야. 내일 나보러 온데요.”
“그래? 그거 잘 됐다.”
“오빠도 내일까지 있다가, 울 오빠 보고 가. 오빠와 나이가 비슷할거야”
다음 날, 그녀가 오빠를 만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처음 이었습니다.
갈매기 그녀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그날 너무나 좋아했던 그 장면이 떠올려지는 겁니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처럼 나의 머릿속에 박혀있고, 그녀에게는 소풍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단 한번의 소풍을 생각하는 순간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겁니다.
아마, 죽어가는 갈매기 그녀도 그 장면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겁니다.
힘들게 살았던 그녀에게 인생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풍이었습니다.
인생은 찰라의 소풍에 지나지 않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소풍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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