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내면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
만나고 함께 지내고 웃고 우는 중에도 늘 가슴 한군데서 체한 것 처럼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보기 시작했다.
젊었을 적의 정열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남자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드리고 나의 모든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재혼.
세상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생활이 철저하게 짓밣히고 배신의 쓰디 쓴 잔을 마시며, 인연이 깨어진 이후 다시 결혼이란 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다.
남편과 제일 친한 친구와의 불륜 . 깜깜하게 모르고 지나쳐온 나의 어리석음과 위장된 미소로 내 앞에서 우정을 말하던 오랜 친구와 남편이었던 작자 .
죽고 싶었고, 죽이고 싶을만큼 분노와 울분에 떨게했던 기억을 다시 떠 올리기 싫었다
정말 나의 자존심과 나의 삶은 글자 그대로 폐허가 되어 버렸다 .
그런데 이 남자 !!
왜 나를 이렇게 흔들고 있는지, 아니 , 나 스스로 흔들리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를 볼 때마다 순수한 그의 영혼 속을 빨려 들어 가고 있었지만 . 나의 심연에서 거칠게 치고 올라 오는 거부의 손길도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남자는 보잘것 없는 나를 다 받아줄 사람일 것 같다.
겉으로는 툭툭거려도 밤이면 이 남자의 품이 그리워진다 .
하지만 마시면 안될 독배처럼 나는 나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파도가 거칠게 밀려 오면 올 수록 나는 더 웅크리며 나의 방을 걸어 잠갔다.
" 엄마 ! 그 아저씨 좋아해 ?"
" 에이 ~ 얘는 그냥 친구야. 요샛 말로 남사친 "
" 그런게 어디있어 . 말로는 남사친해도 그런거 별로 없더라 . 감정이 아주 무디면 몰라도 "
" 넌 어째 요즘 애들하고 다르니 ,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
" 엄마 , 내 말은 엄마가 그 아저씨를 사랑하는 것 같이 보여서 그래 "
" 어머 , 얘는 무슨 소리를 ...."
" 난 엄마 재혼하는것 반대야 .대신 엄마가 남사친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지내 .내가 엄마 늙어도 먹여 살릴 자신이 있으니까 "
" 미쳤니 ? 너한테 얻어 먹고 살게 "
" 뭐 요샌 딸 갖은 엄마가 갑중의 갑인것 몰라 ? 호호호 "
딸에게 나의 노후를 기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타국에 있는 아들은 이미 나의 자식이 아닌지 오래 되었다 .
자신의 삶을 알차게 살면서 엄마처럼 아픈 상처를 안고 살지 않기만을 바랄뿐이었다 .
그렇다고 내게 뾰쪽하게 노후 대책이 서있는 것도 아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한구석에 숨어서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만일 , 정현이라는 남자와 나머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도달하자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변해버린 나의 성격과 말투 .생활 습관과 버릇을 그 사람은 모두 받아줄 수 있을까 ?
또 나 역시 그 사람의 보이지 않던 단점을 용해시키면서 살아 갈 수 있을까 ?
그리고 그의 경제력. 집안 아이들과의 문제들도 하나하나 흔들거리는 징검다리처럼 불안하기만 하였다
젊음이 솟구치던 그때의 용기가 이제는 사그라지고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주판질이나 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세월의 잔때를 벗겨 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위 여자들 말대로 섹스파트너로 만나기에는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의 품에 나의 알몸을 맡기고 싶기도 하였다 . 차안에서의 키스는 식어버린 줄 알았던 나의 육체를 뜨겁고 황홀한 환희를 맛볼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였다
<그냥 날 데리고나 가지. 못이기는 척 따라 갈거 아니야. 바보 같은 녀석 >
그러면서도 욕망에 빠지려는 내 자신을 차갑게 식히려 일에 몰두하였다. 심지어는 집에 와서도 싱크대를 닦는다던지 화초의 잎파리를 닦아 준다던지 하였다.
이혼후부터 살기 위한 몸부림에서 고된 일은 잡념을 잊게 하는 방법이란 것을 터득해왔다
시어빠진 파김치처럼 온몸이 지치면 생각이 주는 괴로움없이 잠에 빠질 수가 있었다 . 마찬가지로 그와의 관계도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쉬임없이 일 속으로 나를 던졌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이 남자는 나의 곁을 지켜 주었다 .
사설 심부름센타의 직원처럼 , 때론 경호원처럼
애인처럼 . 남편처럼 . 친구처럼 내 곁에 있어 주었다 .
가끔씩 끌고 나오는 나의 작은 차의 오일을 갈아 준다던지 , 은행일을 대신 해 준다던지 .
내가 모르는 것을 물으면 어느새 준비를 했는지 백과사전보다 더 꼼꼼하게 카톡으로 잔뜩 보내 오기도 했다
" 나 초밥이 먹고 싶어 "
" 요새 어떤 영화가 재미 있다던데 "
이런 말을 무심코 하다보면 즉시 신호가 왔다
그 며칠후 내가 늦게 끝나던 날 나를 태우고 교외의 자동차극장으로 데리고 갔다 .
향긋한 제철 과일과 초밥 도시락을 풀어서
내 앞에 내 놓기도 하였다
"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
" 어디서 샀는데 ? 초밥은 광화문에 무슨 초밥이 맛있어 "
나는 그가 그렇게 해 주어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되려 뭐가 부족합네 하면서 핀잔을 주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
하지만 내 안에는 눈물이 날 만큼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
아마 이 남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내 발등에 키스를 하라하면 할 남자였다
미안하고 미안했다 .
남자를 받아 드리기에는 나의 영혼은 메마르고 빽빽하게 상처와 아픔으로 가득차 있었다
또한 현실의 불안감은 단단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나로 인해 아픔을 그의 줄여 주어야 했다
또한 나를 위해서도 그만 그를 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모진 년 . 그러고도 니가 잘 될것 같으니 ?>
< 그냥 지내봐 . 인생은 짧은데 이 순간을 느끼면서 살어. 이 바보야 ! >
< 야 ! 구 정희 ! 그 정도도 자신이 없어?>
숱한 고뇌와 갈등의 끝을 맺어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
" 정현씨. 나 동해 바다가 보고 싶어
잠에서 깨어나면 해가 솟아 오르는 바다가 보고 싶어 . 침대에서 말이야 "
분명 이 남자는 소풍가는 아이처럼 갖가지 준비를 해 놓을 것이다.
소소한 준비. 이를테면 내가 좋아 할만한 음식점과 처음으로 처음으로 잠자리를 함께 하은 우리에게 환상적인 침실을 얻을 것이고 .
음악을 들려주려 블루투스 스피커에 내가 좋아 하는 음악만 골라 담아 올 것이다 .
지난 일년 가까이 나는 그에게 길들여 왔고 또 남자도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할 것이다 .
바보 같은 남자 !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느닷없이 동해바다를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난 나는 의아했다
순간 어떤 예감이 머릿속을 강하게 때렸다 .
< 그래 . 결국은 이렇게 되는가 >
아 ! 이놈의 빌어먹을 예감은 틀리기나 하면 얼마나 좋아 !
그녀를 알고 그녀와 함께 지냈던 짧고 강한 악보의 스타카토처럼 점찍힌 마디 마디 같은 시간들이 떠올랐다 .
그러나 만나고 . 밥을 먹고 . 영화를 보고 . 그녀의 집에서 무언가 일을 할때도 그녀는 어딘지 불안해 있었음을 보았다
한마디 한마디 가시처럼 찌르는 말들도 모두 거짓으로 그런다는 것쯤 알고 있었지만 속일 수 없는 것은 그녀의 눈빛이었다 .
나를 갈망하면서도 가까이 올 줄 모르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 가면서 나 역시 숱한 밤을 고뇌속에서 보내야 했다 .
그동안 그녀에게 헌신적이었다고 까지 할만한 나의 행동들이 그녀의 마음을 내게 오게끔 하려는 의도는 눈꼽만치도 없었다.
사랑하니까 당연히 해 주었을 뿐이고 그녀의 의도대로 고맙다는 한 마디 말도 없었지만
눈빛에서는 감추려 하는 진심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
" 얌마 정신차려 세상이 팍팍하고 어려운데 너 이대로 살거냐 ? "
오랜 친구 녀석은 내게 속 차리라고 충고를 하였지만 한 여자에게 미쳐 있는 열정만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해 주었다.
" 왠일이야 ? 일벌레가 돈은 안 벌고 바닷가로 놀러 가자니 ?"
" 픽 ~ 바다에 퐁당 빠지려고 그런다 . 왜 !"
" 참나 . 너같이 못생긴 여자를 용왕님이 받아 주기나한대 !"
" 그러는 너는 왜 못생긴 나를 좋아하는데 ?"
" 이구 ~ 못생긴 건 잘 아네 . 너 만큼 못난이 누가 사랑해 주냐 .나니까 어마마마 모시듯 위해주지 "
" 됐네요 ~ 너 아니래도 따라다니는 놈팽이들이 쌔고 쌨다 흥 "
우리는 마치 의좋은 오누이처럼 토닥거리며 긴 여행길을 나섰다
산그림자가 어둑해 질 즈음 속초시의 한적한 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 다 왔어요 "
인제를 지날 쯤해서부터 잠이 들던 그녀였다
" 벌써 ? 바다가 보여 ?"
" 응 . 저기 뚝방너머가 바다야 ."
그녀는 차를 대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차에서 내려 깡총거리며 뚝방 위로 올라섰다
" 에게 ! 너무 얕어 이게 무슨 바다야 "
" 조심해 . 얕어 보여도 한길이 넘어 "
" 깔깔깔깔 . 내가 빠질까 두려워 ?"
" 어옇든 조심해 "
정희가 바다에 온 것은 무척 오래 전이었다 .
바다는 남의 나라였었다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곳을 오늘에야 온 것이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걸음에 달려 올 수 있는 곳을 오지 못했을 만큼 그녀의 마음은 꽉 막힌 상자 속에 담겨 팽겨쳐 있었다
나프탈렌의 냄새 속에서 몇년간 한번도 꺼내어 써 본적없는 유행지난 옥양목 이불호청처럼
그녀의 삶을 낡은 과거의 궤짝안에 쳐 박아 두고 있었다
" 배 고프지 ? "
" 아니 . 나 술 한잔 하고 싶어 "
" 웬일이래 ? 한 잔만 마시면 인사불성인 사람이 "
" 바다 보고 밥 먹으러 가자 "
정희는 나의 팔을 잡아 자신에 가슴에 끌어 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방파제를 마냥 걸었다
모래사장의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끝없이 으르렁거리며 밀려오는 파도를 상대로 장난을 했다. 자갈을 찾아 파도를 향해 물수제비를 떠보기도 하고 모래밭으로 숨어드는 포말에 발을 담그고 정희의 웃음소리는 다른 때보다 크고 활기가 차 있었다.
정희가 그렇게 기뻐하면서 터질것 같이 웃는 얼굴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다.
밤이 젖어 드는 봄바다는 잔잔한 파도소리를 쉼없이 이어갔다
" 오늘은 특별한 것 없어 ? "
" 뭐 ? "
나는 짐짓 모른척하며 되물었다 .
" 정말 오랫만에 . 십년도 넘게 와 보는 바다인데 "
" 응 . 오늘은 네 마음대로 . 하고 싶은대로 다 해도 좋은게 특별히 준비한거야"
" 프로포즈 하려고 반지 같은것도 안했어 ?"
" 응 "
" 나 삐진다 "
" 응 . 삐지는 것도 네 마음대로 해. 오늘은 니가 여왕폐하야 "
" 피잇 바보. 언제는 안 그랬나 ? "
회가 나오기전 몇가지 반찬이 나왔다
" 한 잔 받아요 . 정현씨 "
" 갑자기 왠 존댓말 ?"
" 서방님한테 술 따르면서 반말 하겠니 !"
" 그럼 ~ 어부인님도 한 잔 받으시지요 "
" 암요 . 바다가 있고 맛난 음식이 있고 내 서방님이 계신데 한 잔 아니 마실 수 없지요."
정희는 내 앞으로 빈잔을 불쑥 내밀었다
나는 말없이 소주를 따랐다
눈물같은 맑은 액체가 잔으로 떨어졌다
최후의 만찬아닌 최후의 만찬이라는 현실이 자꾸 뇌리를 파고들었다.
< 정현 . 인간 정현! 절대로 화내지 말것 슬퍼하지도 말것 . 구차하게도 굴지 말것 끝까지 담담하게 . 늘 해왔던 거처럼 그리고 웃어 줄것 !!! > 을 주문을 외우다시피 하였다
" 먹어봐 봄도다리라 하네 . 옛적엔 감히 먹어보기 힘든 회였어 . "
짧은 입을 갖은 그녀였지만 맛있게 먹었다 마치 연구원들의 날카로운 오감을 모두 동웡하여 세세하게 음식을 음미하듯 먹었다 .
지난 가을이었다 .
시골 오일장이 가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강원도의 유명 하다는 장을 찾아 새벽길을
떠났다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들떴던 그녀는 장터에서 만드는 음식을 하나 하나 거의 맛을 보았다
수수부꾸미 한 장 . 배추전 한 장 .옥수수술빵 한개 . 마악 기름솥에서 튀겨나온 꽈배기도 주인 눈총을 주거나 말거나 한개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
" 정현씨 . 수구레가 뭐야 ? "
" 응 그거 먹을게 못되 . 아주 가난하던 시절 고기대신 먹던 소 껍질이야 "
" 으아 맛있겠다 . 응 ~ 저거 한번 먹어 보자 "
결국은 우기던 그녀에게 한 점을 맛뵈기로 했다
나는 대포집 뚱뚱한 주모에게 아양을 떨어가며
수구레 한 점을 얻어 내었다
그녀는 입에 넣고는 씹지도 못하고 버리려고 하였다
내손에 뱉어 낸 그녀가 먹던 수구레를 주인이 보는 앞에 버릴 수도 없었다 .나는 그녀가 씹던 수구레를 얼른 내 입으로 집어 넣었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던 주모의 표정도 떠 올랐다
그녀는 무엇을 먹어도 아주 맛나게 음식을 연구하는듯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씹는다 .
그리고는 마지막엔 맛 평가라도 하는듯 내 앞에서 가늘게 눈을 뜨며 입술을 뾰쪽히 내밀며 익살스레 미소를 보였다 .
" 괜찮다 . 맛집 고르는게 제법이야 "
" 어때 회맛이 ?"
" 바닷가라 그런지 싱싱해 . 바닷냄새가 코끝에서 향긋하게 멈춰서 있는 것 같애 "
나는 소주 두 잔을 거푸 마셨다 .
" 천천히 마셔 . 술 마구 마셔대는 사람 나는 무섭더라 "
" 응 오늘은 마음껏 마셔도 될것 같아 "
" 그래도 천천히 마셔 "
" 후후 ~ 너 만나고 오늘 처음으로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거 몰랐지 ?"
" 그랬나 ? "
" 술 안하거나 못하는 사람은 그런것 잘 모를 수 밖에 없어 "
" 그래 그건 맞아 . 내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도 아닐거라 생각할 수 있지 . 그런데 너는 다 보여 "
" 뭐가 ?"
" 아까 바닷속이 바닥까지 훤하게 다 보였지 ? 너의 마음도 그렇게 다 들여다 보여 . 아주 투명하게 말이야 "
" 뭐 정희, 너는 안들여다 보이는 줄 알어 ?
아주 세세히 다 보여 .아주 빤히 ~ "
" 피 ~ 웃겨 . 바보퉁이 주제에 "
창밖에는 커다란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붉은 끼를 신비롭게 담고있는 만월은 잔잔한 파도에 잘게 부셔져 윤슬을 뿌리고 있었다
" 정현씨 , 오늘 여기 왜 왔는줄 알어 ?"
" 응 "
" 왜 왔는데 ?"
" 이별 여행 "
" 뭐 ?"
" 왜 ?"
" 무슨 사람이 퀴즈 정답 맞추듯 간단하고 힘차게 한번에 맞추고 그래 . 재미없게 "
"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내 마음은 모두가 꺼져버리는 것 같았다
< 빌어먹을 내 예감은 틀리지를 않아 >
" 응 . 나 무척 생각했어 "
" 그래 너의 마음 알아 "
" 고마워 "
그녀는 비로서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 정희야 . 이젠 편하게 살아 . 나는 너의 그런 마음. 나를 차버리는 그런 마음도 존중하고 싶어 . "
" 뭐야 ? 너 나 안 사랑했어 ?"
" 아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
" 나쁜 새끼 "
"....."
" 나를 사랑하다는게 고작 그런 말 뿐이야
그래야 속이 시원하겠어 ?"
" 나쁘고 좋고가 없어 . 네 안에 내가 없어서 네가 편안하다면 나 하나쯤 없은들 어때 !
다만 바램이 있다면 네가 이 위기의 시간들을 아프지 않게 잘 넘어갔으면 하는거야 "
" 나쁜 새끼 . 그런데 왜 니가 나랑 헤어져야 하는지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는거야 ?"
" 너의 마음을 알고 있느니까 ....
내가 물어보면 너는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
그러고 난 후에 네가 후회하고 말것 같아서 "
" 짜식 ! 끝까지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군"
헝클어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왔다
그러나 내가 감정에 휩싸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량이 딸리는 그녀도 취해가고 있었다
" 정희야 . 오늘만큼은 아무런 말을 하지 말자 .
우리가 왔던 것처럼 이밤도 그렇게 지나가자
내일 아침에는 길고 애틋한 꿈에서 깨어난듯
그렇게 눈을 뜨자 ."
" 한 잔 더 따라 줄래 ?"
나는 말없이 그녀의 잔에 눈물을 따랐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엄숙한 이별의 의식처럼 마주 앉아 서로의 눈빛을 외면한 채 부서지는 달빛만 바라볼 뿐이었다
" 나 언제 당신한테 마음이 끌렸는지 알아 ?"
" 언제 ?"
" 두번째 우리집 오던 날 . 내 뒤에서 안아줄 때였어 . 평생 백허그 한번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
" 그랬구나 . 그걸 알았으면 매일 안아줬을텐데"
" 그때부터 이상하게 너한테 끌려가고 있었어
그리고 여름비 오던 날 늦게 영화보고 나올때 당신이 입혀줬던 슈트! 너의 품 같았어."
그녀는 감추고 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조금씩 보여 풀어내고 있었다
그 실타래의 끝은 헝크러져 뭉쳐져서 스스로 풀어 낼 수 없을 것을 알았다
" 나는 첫날부터 너한테 내 마음을 모두 빼앗겼어 . 사랑하지 않으면 내 죄가 될 것 같았지 . 지금도 이후에도 너를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야 "
" 그건 당신의 운명일뿐이야.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당신만의 . 그 아픔도 당신은 이겨내야해 "
호텔에서 바라다 보이는 밤바다는 암흑이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의 전조등 불빛조차도 어둠으로 빨아들일 뿐이었다 .
" 나 많이 갖고 싶었지 ?"
샤워를 마친 그녀는 전라의 몸으로 내게 다가왔다 .
물기가 덜 마른 머릿카락에서 바닷냄새가 났다
" 나 지난번에 얼마나 떨었 ...."
나는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차가운 키스가 오랫동안 그들을 묶어 놓고 있었다 .
새벽이 되었다 .
주위는 아직 어둠이 벗겨지지 않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샀다.
끊었던 담배를 연거푸 피웠다.
가슴이 시려왔다
빙산이 무너지듯 나의 마음은 스러지고 있었다
쓴 담배를 한 개피 더 입에 물었다 .
" 담배 피고 왔구나 !"
정희는 잠이 깨어 있었다
" 응 .더 자 . 아직 해 뜨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어 "
" 여보 ~ 이리와서 나 좀 안아줘 "
정희가 나를 부르눈 호칭에 가슴이 더 참담하게 무너졌다 .
" 양치하고 "
" 아니 당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신 체취를 기억하고 싶어 "
우리는 뜨겁게 한 몸이 되었다
조금 후면 지구의 종말을 맞는 연인들 처럼
허겁지겁 서로의 육체를 영혼을 탐했다.
그녀는 나의 모든 곳에 흔적이라도 남기려는듯
손길이 지나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가 지나고 그녀는 나의 품에 안겨 있었다.
" 나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
" 나도 그래 "
아직도 마르지 않은 육체를 품안에 안고 정말 시간이 멈추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 나 여기서 내려 줘 "
정희는 서울로 들어 오는 입구에서 헤어지자고 하였다 .
" 아냐 . 당신이 사는 집 앞까지 당신을 데려다 주어야 이별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
강변도로를 따라 그녀에 집에 도착한 것은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이었다
" 잘 지내 "
정희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 응, 너두 "
그녀의 손이 가볍게 떨고 있었다
첫댓글 오분전님 소설 중 제일 멋집니다.
멋진 오분전님~
이번 글은 신경 많이 썼습니다 ㅡ ^^*
@오분전 실화 같은데
아니길 빕니다
@반길 안타깝게도 실화가 아닙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
덕분에 실화같은 글..어쩜 경험같은 이야기..감사합니다.
다들 그렇게 말씀 하시지요 .
댓들 감사합니다
휴우 ㅡ
내는 꿈도 못꾸는
먼나라 이야기로 들리는데
오분전님은
실화를 어쩌면 해본거같이 그려내죠 ?
부립습니다
행복하세요
평소에 줏어 들은 이야기에 살 붙히고 화장 좀 그려 넣은 겁니다 ^^*~
이런 사랑보다는 은근하고 풍파없는 사랑이 더 낫기야 하지요 ^^*~
조런 알콩달콩한 사랑
받아본지가 언젠지 사랑받고
싶네요 ~~ㅎ ㅎ
63 세시면 얼마든 ~받기 보다는 주려 하세요
그러면 준 만큼은 받으실 겁니다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실화같은 허구가 글이지요 ~^^*
에구 ~ 허접한 글쟁이한테 어인 팬 클럽이신지 ㅠㅠ
행복한 날을 찾아 보자구요 ~ ^^*
긴 글을 쓰다 지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오분전님 .!!!
신뢰가 뿌리내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말이 되어졌음 하는 바램입니다
미숙하지만
정현과 정희의 내면을 알거 같습니다
저도 몇번씩 답글을 썼다가 지웁니다
사랑은 보편적인 것이 가장 편할지는 모릅니다.
너무 깊게 . 너무 무겁게 받아 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ㅡ 지금까지 이들의 사랑은 F 학점도 아깝다 생각 합니다 ~ 남자나 여자나 .....
읽는 내내 긴장을 놓을수가 없네요ㆍ
너무 사실적입니다ㆍ
가슴도 아프고,애휴~
좀은 뻔뻔해야 사랑도 하고 하는데ㆍ
세상살이가 그렇죠,착하면 복받는다는 말은 로또보다 희박해요ㆍㅎㅎ
맞습니다 .
이기적이고 뻔뻔해야 합니다
그리나 . 사랑의 기본은 희생입니다 .
에공~~
이렇게 결말이 날것으로 예감을 했었다는.......ㅠ
우리들의 사랑이.
재혼이 쉽지 않기에.......
그냥 연애만 해도 될텐데요. 아픈 사랑이 시러요....ㅠ
우리 누이 ~
열 받게 만들었나 봐요 ~^^*
다음 주에 만나요
ㅡ 정현 . 정희 ㅡ
@오분전 아..
새벽에 일어나서
비몽사몽~급한 맘에 읽어보고...
댓글을 달았네요.
(1편을 잠시 잊고서...^^)
이제 마지막 편을 기다려봅니다.
(성숙된 사랑의 결말을요~♡♡)
수고하셨습니다 ^^
훌쩍
바다를 다녀오시더니
실화인듯 한
글을 ~~~
네 .새벽 바닷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래알갱이 하나 하나에도
이야기가 숨겨 있습니다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
두번째 댓글..
정현씨는 저정도 사랑이라면
다시는 사랑 안할듯..
저같은 경우라도..
맞습니다
^^*~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황님 멋쟁이 ~^^*
@오분전
연애소설은..해피엔딩은
없어야하는건가여ㅜㅜ
힘든마음속갈등을
이겨내고.
노을바라보며 그때 애 끓이던시간을 생각하며 사랑의눈맞춤으로
하나가되길바랬는데ㅠ
사랑의결말은 해피엔딩은
없는건가여...
사랑하기에
보내준다는말은 거짓이라생각하고싶네여..
사랑한다면
사랑해야져..ㅜㅜ
@나르샤(하늘을날다) 나르샤님 때문에...
다시만나서 알콩달콩 머리 터지게 사랑하며 살게 해야겠네요 푸하하 ~^^*
@나르샤(하늘을날다) 내일 시간나시면 술렁술렁 명동성당이라도 들러보심이 ?
@오분전
전..불자입니다.
좋은시간보내세요^^
@나르샤(하늘을날다) 네 . 그러시군요 .
혹시 절 모임 있으면 불러 주세요 ^^*~
정희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아요
마음보다는 생각이 앞서서 쉽게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든게 중년이 아닐까?
감정이입이 되어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저 글이라 생각하시고 언잖았던 마음 풀으세요 .
세상이 어두워도 별빛은 밝게 빛나고 있어요
희망의 별빛 ~
숨어서 우리들에게 희망의 손짓을 흔들고 있어요
힘내세요 ^^*
이별여행 다녀와서 더 뜨거워졌었다는 전설이 있읍니다 ㅋㅋ
베트남 다낭 여행중에 댓글을 답니다
가슴이 아리는 이야기,,,,
어쩌면 가능할것 같으면서도
막상 닥치게 된다면
스스로 뒷걸음치게 되는 ,,,,,,재혼ㅠ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는
정희~라는 여인의 고뇌가 공감되네요
모니카님 말씀처럼 사랑해도 재혼이라는 거대한 벽앞에서 몇번이고 다시 돌아보게 하지요.
현실이 녹녹치 않아요 ㅡ
뛰어넘을 용기와 눈 앞에 보이는 현실과 희미한 안개속의 미래도 불안하기만 하구요 ~^^*
즐거운 여행되세요 ~^^*
실화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하네여 .
사랑해도 맘대로 재혼할수 없게 하는 여러가지 일들이... 여기서도 배울점이 있네여
즐독 했읍니다.
싱글카페에서 만나 재혼 직전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 벗들을 많이 봐왔어요 .
어떤 이유로서든 결실을 맺기에는 어려움이 많음은 안타깝기만 한 일이지요
나같이 단순무식인으로서는 이해불가, 어느 유행가에도 사랑하기에 떠난다라는 내용의 가사가 있는 듯한데 ... 우리의 꿈속에서나 존재하는 사랑이겠지요. 그쵸? 구라꾼 오분전님! ㅋㅎㅎ
ㅎㅎㅎ ~
형님 말씀이 정답에 가깝지요 ^^*
하지만 그쯤은 사랑해야지 사랑했노라 말할수 있지요 ^^*
@오분전 하긴, 나도 아직 여친을 못구하는 것이 결국 내 꼴은 외면하고 순수를 사랑코자하는 이상의 결과물인 듯...무튼 오분전님 덕에 모처럼 주일 아침을 정화해 봅니다. ^^
이~러언~~~
왜 이래야 되는데~~우쒸
왜 빨리 끝내는데?
좀 더 우여곡절을 만들고 비틀고 악당 한놈 등장ㅅㅣ켜 막장도 비장의 무기로 써먹고..... 너무 곱게끝나 실망했슈 ~^^
담엔 내 스따일로도 한편 써주오~~
아직 안 끝남!
그렇게 써 드릴께요 ㅋㅋ
즐독입니당
소설속 멋진남자는
뿅~~~
저한테 보내주시라요 ㅎ
나는 칠득이인가 봅니다 왜 ??무엇이 어떻게 어쨌어 함께 가지 못하는지 그냥 화가납니다 가면 될 길을?
정희씨!
세상 어딜 둘러봐도 정현씨 같은 남자, 없어요.
정희씨의 진심을 알고 싶어요.
사랑은 세상을 녹입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면 뚫고 나갈 문이 열립니다.
사랑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깁니다.
저는 두 분의 가슴이 더 따뜻해져서 행함과 진실함으로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기를 기대합니다.
"사랑은 그가 덜 외롭고,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현 마음]-----
이런 사랑
다시 할 수 있을까요?
22일 단양 여벙가서 글을 읽는데 주변이 소란해서 집중이 안되서 접었다. 오늘에야 제대로 보았습니다
남녀이별? 은 끝났다고 다 끝난게 아니더라구요
작가님~~ 다음글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