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가? “순교적 삶”
2024.9.20.금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101위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서라벌 옛 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
선비네 흰옷자락에 어둠에 짙어갈제,
진리의 찬란한 빛 그몸에 담뿍 안고,
한떨기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오늘은 9월 순교자 성월의 절정을 이루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101위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최민순 작사, 이문근 작곡의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 287장 입당성가는 늘 들어도 감동입니다. 퇴장 성가 역시 두분의 작품인 “순교자 찬가” 283장을 부르게 됩니다. 오늘 적당한 시간되면 두 성가를 부르면서, 또 다음 시편 화답송 후렴을 노래하면서 순교영성을 새롭게 하시기 바랍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126,5)
오늘 우리는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내지만 전 세계의 가톨릭 교회의 신자들은 의무기념으로 지냅니다. 한국천주교회의 18-19세기 100여년에 걸친 박해시기 10000여명 순교자들을 낸 것은 세계 천주교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명례방 사건(1785년), 신해박해(1791년), 을묘박해(1795년), 정사박해(1797년), 신유박해(1801년), 을해박해(1815년), 정해박해(1827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경신박해(1860년), 병인박해(1866년), 한티 천주교 박해(1868년), 제주도 교난(1901년)등, 무려 1세기 100여년 동안 상상하기도 끔찍한 순교자들의 피로 삼천리 금수강산이 물든 때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박해역사를 결코 잊어선 안됩니다. 말그대로 순교자들의 한국천주교회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현 상황의 매우 위중하고 심각합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는데 폭력의 악순환, 전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도대체 앞이,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만 해도 심각한데 국내외 상황은 여전히 어지럽고 혼란합니다. 길과 희망, 진리와 빛을 잃고 방황하는 세상 사람들같습니다. 그래서 죄도 많고 병도 많습니다. 무엇하나 낙관적 징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우리 믿는 가톨릭 신자들만이라도 순교영성을 새로이 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주님의 전사, 진리의 전사, 평화의 전사, 빛과 생명의 전사”로 영적전투에 영적승리의 삶을 살아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물음은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로 구체화되며 오늘 복음이 답을 줍니다. 제1독서 지혜서의 의인들처럼 한결같은 내적평화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찬 삶을 사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 중심의 신뢰와 사랑의 순교적 삶에 충실할 때 이런 은총의 선물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축복이 뒤따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기일전 용기를 내십시오. 참으로 이런 은총에 힘입어 제2독서 바오로의 고백을 내 고백으로 삼아 주님 사랑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바오로의 다음 고백이 우리를 사기충천하게 합니다. 새삼 주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자 삶의 의미이고, 삶의 목표이자 삶의 방향임을 깨닫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입니까?...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온마음, 온정신, 온힘으로 사랑하며 한결같이, 끊임없이, 주님 중심의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이 우리 모두 순교영성을, 백절불굴의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나?”로 답을 줍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누구든지’, 종파를 초월하여 예외없이,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구원의 길, 생명의 길, 참사람의 성인이 되는 길은 이 진리의 길 주님 하나뿐이라고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길과 희망, 빛과 생명, 진리의 주님을 잃었기에 죄도 많고 병도 많은 세상이요 무지의 어둠 속에 방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주님을 잃고 자기를 잃은 삶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좀비’와 ‘헛것’의 유령같은 삶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을 새로이 하며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 미사입니다. 끝으로 제 평생 좌우명 고백 기도시로 강론을 마칩니다. 구원은 요란한 구호가 아닌 한곁같은 파스카 삶의 실천으로 성취됩니다. 늘 고백해도 늘 새롭게 와닿은 영적 전의(戰意)를 새롭게 하는 기도시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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