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만남
#20
하지만 그것을 알 턱없는 그는 갑자기 자신의 두 눈을 가려오는 그녀의 손을 떼려고 한다.
그렇다고 순순히 손을 치워 줄 그녀가 아니었다.
“이런 거 보면 안 돼요.”
“넌 보잖아.”
“난 같은 여자니까 괜찮아요.”
“나도 괜찮아.”
“안 돼요.”
막무가내로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는 그녀의 두 손목을 붙잡던 그가,
문득 얼굴을 붉히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어서인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러나 그 미소를 보지 못한 그녀는 당황한 채 얼른 샤워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 커플들이 민망한 신음을 내며 애정행각을 펼친다.
더욱 민망해진 그녀가 두 귀를 꼭 막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새 그녀의 손을 떼어 낸 그가 그녀를 무심히 바라본다.
“앗, 안된다니까요!”
다급히 다시 손을 뻗는 그녀의 얇은 두 손목을 잡아 제지하는 그의 시선은 스크린으로
향해있었고, 무심한 표정은 하나 변하지 않았다.
“괜찮아, 익숙하니까.”
그의 말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본다.
그 또한 아차 싶었는지 그녀를 힐끔 훔쳐본다.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뜻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이제는 그를 노려보는 것에 이르렀다.
가슴 한구석이 여간 따끔거리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덮어버린다.
“익숙하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영화나 봐.”
그의 손을 치우며 그녀는 알면서도 그에게 확인을 요구했고,
그는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한 채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그녀가 샐쭉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민다.
“바람둥이.”
“뭐?”
“저질.”
“이봐, 너…”
“시끄러워요. 영화나 봐요.”
고개를 홱 돌리며 새침하게 스크린을 바라보는,
아니 노려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살짝 웃음을 흘린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는 질러?”
“제가 언제 소리를 질렀다고….”
그녀는 입술을 툭 내밀며 흘러가는 영화를 응시한다.
그녀의 귀에 영화 소리는 어쩐지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방금 자신이 했던 행동과 그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녀 자신의 말은 질투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뒤늦게 자신의 입을 원망한다.
특별히 그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와 함께 있었을 여자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이유는 몰랐다. 그저, 그저 신경 쓰였다. 그리고… 그뿐 이었다.
갑자기 복잡한 생각이 밀려오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는 새에 영화는 막을 내려 버렸다.
불이 켜지면서 하나 둘씩 상영관을 빠져나가고,
그 또한 기지개를 쭉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아직까지 꺼진 스크린을 응시하는 그녀의 어깨를 툭 쳐본다.
“에? 뭐예요?”
“안 가?”
그제 서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황급히 자리에 일어나는 그녀.
생각을 골똘히 한 터라 영화가 끝났는지도 몰랐었다.
살짝 볼을 붉히며 괜히 투덜거리던 그녀는 앞서 나가버린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던 그는 다시금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띠운다.
“무지 깜깜하네요.”
자정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늦은 시각.
새까만 밤하늘에는 그 흔한 별 하나 떠 있지 않았다.
물끄러미 하늘을 응시하던 그녀의 시선이
어느 새 자신의 어깨 위에 얹어지는 손에게로 향했다.
언제 다가왔는지 그녀의 작은 어깨 위에 자신의 팔을 올려놓는 그 때문에,
그녀의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지만 모른 채 하며 무심하게 그의 팔을 툭 쳐낸다.
“왜 그래?”
“왜 그러다니요. 당연하잖아요.”
그녀의 말과 행동에 잠시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그가,
그녀의 다음 대답을 기다리는 듯 눈짓을 보낸다.
그러자 그녀는 붉어지려 하는 자신의 두 볼을 쓱쓱 문지르며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제 어깨는 아무나 손을 올릴 수 있는 건 줄 알아요?”
하는 그녀의 물음 아닌 물음에 그는 픽 웃어버린다.
그녀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던 그는 다시금 팔을 올리려 했고, 그녀는 저지한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어깨동무 하는 걸 포기하고는 입을 연다.
“남자 친구 있어?”
“있으면 제가 이러고 있겠어요?”
“하긴, 그 얼굴에 있을 리가 없지.”
중얼거리는 듯한 그의 말에 그녀가 “뭐라고요?!” 하며 발끈 했지만,
그는 어린 아이 달래 듯 그녀를 향해 살짝 웃으며 진정시킨다.
그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대고 톡 쏘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웃음이 많아진 그의 웃음을 보아하니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럼 그 꼬맹이는?”
“누구요?”
“그 때 네가 상처 치료해줬던….”
그는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얘기를 관심 없는 척 슬쩍 꺼내었고,
무슨 말인지 갸우뚱하던 그녀는 이내 작은 탄성을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살짝 굳어지며 긴장한 듯 움츠러든다.
“아는 동생이에요.”
라며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음을 그는 감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의 차에 다다르자 그녀가 조수석 문을 열었고,
그녀가 탔음을 확인한 그가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는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부드럽게 출발하는 차의 움직임을 느끼던 그녀가 묻자,
그는 정면을 바라본 채로 무심히 대답한다.
“그냥. 얼굴이 좀 낯익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힐끔 그녀를 바라본다.
아무런 감정 없이 한 말이었다고 해도,
그녀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옆얼굴을 살핀다.
“착각하는 거겠죠.”
그녀의 조심스런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동의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시선을 틀어 창밖으로 시선을 내미는 그녀는 점점 짙어지는 어둠을 응시한다.
* * *
k.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설은 이틀에 한 편 업데이트 됩니다.
저에게 '힘'을 주세요.
첫댓글 아~오늘도 읽고 갑니다~작가님 화이팅이요^^
정말 매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