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여성 재혼 건수, 30년 전의 10배인 1만2300건
신창재(62)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 11월 40대 초반의 중년 여성과 재혼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
창재 회장은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40대 초반의 미혼 여성과 두 달전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결혼 전
1년여 교제했으며, 결혼식은 직계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단출하게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결혼 사실은 지난해 임원들이
참석한 송년 행사에 부인을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부인은 이화여자대학교 기획예산처 교직원으로 재직했으나 신 회장과 결혼한 동시에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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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 16일 신창재(59) 교보생명 회장. 국내 보험업계에서 신창재 회장은‘이단아’로 통한다.
1996년 교보생명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서울대 병원 산부인과 교수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5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창업주(신용호)의 장남이지만‘보험쟁이’가 아니었다. “산부인과 의사가 회사를 망가뜨린다”며
반발도 거셌다. 그로부터 10여년. 부도설까지 나돌던 교보생명은 2008회계연도 29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생명보험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서울시 종로 1번지, 교보생명 사옥에서 신 회장을 만났다.‘닥터 인슈어런스’라는 별명을 지닌 신 회장은
유머가 많은 사람이었다. 십수 년‘보험밥’을 먹었지만 그에겐 여전히‘의사선생님’이미지가 남아 있다. 인사철이 다가오면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서 더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다. “매일 산보해요. 세로토닌 워킹이 최고지요. 내가 의사
해봐서 잘 알아요. 하하!”
금융권은 신 회장의 ‘황혼로맨스’를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해 가을쯤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자주 꺼냈다”면서 “(그 말을 듣고) ‘신 회장이 사귀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정식 결혼 전에 부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업계는 신 회장의 재혼이 교보생명 경영권 승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인 주의깊게 보고 있다. 최근 신창재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등 교보생명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
보생명의 현재 자산규모는 75조원. 신창재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3.78%로 약 3조원으로 신 회장이 앞으로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 자산만 3조원에 달한다. 현재 교보생명의 자산승계율이 0%이며, 신 회장은 슬하에 신중하(34), 신중현(32)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자산증계율은 경영권이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갖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가운데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자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김재철 회장 부인 ‘세련된 외모에 유쾌한 성격’ 신
창재 회장 뿐만 아니라, 재벌 회장님과 유명 CEO 사이에 황혼재혼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에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비롯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구학서 신세계 회장 등 세 명이 재혼했다. 이들은 모두 20년 안팎 연하의 ‘젊은 상대’와 재혼했고,
모두 새 배우자와 ‘행복한 신혼’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CEO로 근무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내 남은 재산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쓰지 마라”고 선언하고 황혼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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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13일 창업 40주년 맞는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뱃사람에서
출발, 동원그룹을 키워냈기 때문일까. 김재철 회장은 유독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가 한국과 한국기업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재철 회장은 지난해 4월쯤 현 부인과 재혼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10월 김 회장의 동생인 재웅·재중씨가 소개한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6개월만인 지난해 4월 결혼에 골인했다. 김 회장의 재혼은 직계 가족을 중심으로
극비리에 추진됐다. 결혼을 주저하는 김 회장에게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차남인 김남정 동원산업 부회장 등
두 아들이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회장의 부인은 60대 초반의 세련된 외모의 중년
여성으로, 외모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안(童顔)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로 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고, 유쾌한 성격으로 김 회장과 말이 잘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는 등 예술 계통에서
종사했으나, 현재는 일을 그만두고 동원그룹에서 마련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 역시 결혼식에 일가 친척과
지인만 불러 소박하게 치렀다. 재계 관계자는 “두 분은 예술에 대한 공통적 관심사와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연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조선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문학에 관심이 컸다. 김 회장의 새 부인에
대해 그는 “(부인을 따로) 수행하는 비서나 운전기사가 없을 정도로 소탈한 분이며, 회사에 찾아오는 일도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14살 연하 연세대 동문 후배와 재혼한 구학서 회장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지난달 14세 연하 김은경(52)씨와 재혼했다. 김씨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초혼으로 구
회장과는 연세대 동문이다. 결혼식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가족과 몇몇 지인만 초대한 채 조촐히 치렀다. 구 회장은 2012년 말
임기 3년을 채운 후 회장 직을 유지하면서 대외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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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학서 신세계 회장/연세대 총동문회 제공
지난해 재혼한 세 사람은 병이나 사고로 전 부인을 잃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전 부인 고(故) 정혜원 여사는 지난
2010년 8월 54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재철 회장의 전 부인인 조덕희 여사는 지난 2010년 8월 75세 일기에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11년 7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 때 부인과 사별(死別)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재철 회장에 대해 “주변에서 부인과 사별하고 외로워하는 김 회장에게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안다”면서 “김 회장은 전
부인인 조덕희 여사를 7년여 가량 병수발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상태였고, 현 부인이 이런 부분을 잘 보듬어 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버미팅 프로그램 성황…노년층 짝 찾기 열풍
수명 연장과 젊어지는
신체나이 등으로 황혼 재혼은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이혼·재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여성의 재혼 건수는 1만2300건으로 30년 전인 1982년(1100건)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50대 이상 남성의 재혼 비율은
1982년 15.5%에서 지난해 35.6%로 증가했다.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고령자 전문 미팅업체가 수십곳에 달한다.
결혼정보회사 퍼플스 관계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나 노인복지관 등이 운영
중인 ‘실버미팅’ 프로그램이 노인들로 성황을 이루는 등 60대 이상 노년층 사이에 ‘짝 찾기’ 열풍이 일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60대라고 하면 아무 일도 못하는 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운동과 식이조절로 체력관리를 해서 노인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젊게
사는 60대가 많다”고 말했다.
20살 가량의 나이 차를 극복한 ‘황혼로맨스’는 어떻게 가능한걸까. 이 관계자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남성들은 연령대가 차이가 나며 세련된 스타일의 여성을 선호한다”면서 “재혼일 때는
외모보다는 성격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재혼일 경우 초혼 때보다 외모나 신체적 조건을 더 까다롭게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성들은 재혼 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업가를
선호한다”면서 “나이 차는 10세 이상도 무관하지만, 노후보장이 확실한 남성과의 재혼을 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 재혼 희망 남성 가운데 ‘이상형’ 조건으로 재혼 후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인가와 결혼 후에도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건 사람도 있다.
듀오의 재혼·만혼 전문 커플매니저인 이효주 매니저는 “남성의
경우 사별한 후에 재혼할 확률이 높은 반면, 여성은 이혼한 후 재혼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면서 “남성이 이혼하면 전부인이
있어 자녀 양육 등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고 분담할 수 있지만, 사별 후에는 집안일을 모두 혼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재혼을 재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