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鄭芝溶)-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 앞 잣나무가 자꾸 커 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가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 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대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흔 화재가 오른다.
*위 시는 “한국 현대 문학 대표 시인 필사 노트 시리즈 05 정지용, 향수”(원저 정지용, 신미희 엮음)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정지용(鄭芝溶, 1902. 6. 20~1950. 9. 25. 충북 옥천 출생) 시인은 물의 고장 충북 옥천군에서 1902년 6월 20일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 교수 등을 역임하시다, 6.25때 납북되어 1950년 9월 25일 폭격으로 49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휘문고교 재학 시절에 ‘서광’ 창간호에 소설 ‘삼인’ 발표, 일본 유학시절 대표작인 향수를 썼고, 1930년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 활동 전개, 구인회 결성, 문장지의 추천 위원으로 활동,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을 추천하여 문단에 등단시킴.
*정지용 시인은 서정적이고 토속적이며, 자연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여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주어 산수시라고 불리어 왔고,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 구사와 생생하고 선명한 대상 묘사에 특유한 빛을 발하며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향수는 가요로도 불러진 시인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외에도 유리창, 석류, 카페 프랑스, 춘설, 고향, 홍춘 호수 등의 아름다운 시를 남겼으며, 저서로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문학독본” 등이 있고, 옥천에는 시인의 생가가 초가집 형태로 조그맣게 남아 사람들이 종종 찾고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신미희-신문방송학과 졸업, MBC문화방송, TBS교통방송, SK사내방송 작가로 활동, 그 밖에 다큐멘타리 제작 및 취재 작가 활동 등
*위 시는 1930년에 지은 유리창1에 이어 지은 것인데, 유리창1은 시인이 자식을 폐렴으로 잃은 뒤 그 안타까운 심정을 시로 표현한 것으로 감정의 절제를 통한 시상의 승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바 있으며, 참고로 어린 자식을 떠나보낸 아픔을 읊은 시로는 유리창1 외에도 김광균 시인의 “은수저”, 김현승 시인의 “눈물” 등이 있고, 그리고 세월호 1주기 추모시로 정호승 시인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