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의 '산페드로디마코리스(이하 산페드로)'라는 작은 도시는 놀라운 곳이다. 이 마을은 제당산업이 발달해 주민 대부분이 제당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사탕수수의 수확철이 되면 노동자들이 몰려 들어 수도인 산토도밍고 못지 않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그런 '산페드로'에는 설탕보다 더 유명한 특산물이 있다. 바로 이 마을에서 배출되는 메이저리거들이다.
그동안 숱한 '산페드로' 태생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거쳐 갔고, 지금도 시카고 컵스의 홈런왕 새미 소사와 뉴욕 양키스의 만능 2루수 알폰소 소리아노가 그 명성을 잇고 있다. 지난해 로스터를 기준으로 할 때 무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산페드로 태생 선수들은 모두 9명. 뉴욕 출신이 3명, LA 출신이 6명뿐인 것과 비교하면 '산페드로의 경이로움'은 엄청난 것이다.
거기에서 지구 반바퀴나 떨어진 한국의 광주광역시. 광주 하고도 광주일고. 이 학교가 '동방의 산페드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이 학교 출신의 메이저리거 3명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애리조나의 김병현은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했고,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도 거의 주전 1루수 자리를 굳힌 상태다. 거기에 뉴욕 메츠의 서재응도 시범경기에서 연일 호투, 뒤늦게 메이저리그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서재응이 3학년 때 김병현이 2학년으로, 막내 최희섭이 1학년으로 같은 팀에서 활약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배리 본즈, 랜디 존슨, 마크 맥과이어가 고교 시절 같은 캘리포니아에서 같은 시기에 야구를 했다지만 출생지와 학교가 엄연히 달랐고, 맥과이어와 존슨이 같은 USC 동문이라지만 고등학교와는 또 의미가 다르다.
2001년 월드시리즈 때는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티노 마르티네스와 루이스 곤살레스가 맞대결을 벌인다고 해서 커다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올해 이들 광주일고 출신 3명이 치고 받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이들의 인연이 미국 언론에도 각광받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