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태(76) 전 국회의장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매를 한 번 더 맞고 있다. 두 달 전 불거진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은 그가 캐디 측에 거액을 주고 합의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 S(70)씨의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골프장 캐디와 골프장 여직원이 피해자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방송과 인터넷 매체들이 박 전 의장 사건을 배경 화면에 올리거나 비교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란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박 전 의장은 1980년대 초 춘천지검장 시절 군 장성들이나 지역 기관장 모임 때 폭탄주를 선보이면서 우리 사회에 폭탄주 문화를 널리 퍼뜨린 사람이기도 하다.
S씨는 누구인가. 지방 도시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서울법대 수석 졸업에 사법시험 수석 합격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평검사와 중간 간부 시절에는 공안·특수·기획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검사장 승진 때 한 번 좌절을 겪었을 뿐 김대중 정부에서는 검찰국장→대검 차장→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골프장 회장이기도 한 그가 여직원 기숙사에서 보여줬다는 언동은 충격적이다. 여직원의 자필 진술서를 보면 밤늦게 기숙사를 불쑥 찾아가 샤워를 하고 나온 여직원에게 "넌 우리 와이프보다 100배는 예쁘다. (이젠) 내 애인이다"라면서 아직 말리지도 못한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으며 강제로 껴안고 안아달라고 하고, 나중에는 뽀뽀를 해달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여직원이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를 한다"고 하자 "나보다 네 아빠가 더 대단하냐"고 했고, 함께 있던 여직원들이 음료수를 준비하는 사이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는 5만원을 주고 나갔다고 한다. 여직원은 그 돈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사표를 내고 골프장을 떠났다. 최근 골프장 노조가 여직원에게 연락해 당시 사건을 공론화하려 하자 여직원이 아버지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지난 일을 뒤늦게 꺼내면서 표면화됐다.
S씨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극구 부인해 진상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상상을 해서 이렇게까지 상세한 진술서를 지어낼 수 있을까 싶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총장님 지인들' 얘기다. "총장님이 자꾸 내 애인이라고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총장님 지인 분들께서도 돈을 바꿔달라고 하시면서 손을 만지고 프런트 앞에서 뽀뽀하는 시늉을 하고, 집이 어디냐, 핸드폰 번호 알려달라,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등 온갖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
혹시 이런 '총장님 지인들'이 법조인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의장과 S씨는 물론, 혼외자를 둔 전직 총장, 별장 성폭행 의혹을 받는 전직 차관, 길거리 음란행위를 한 전직 지검장 등이 모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다. 이들 사건 전모는 모두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이니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왜 검찰 간부 출신들의 일탈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지 고민해보고, 현직 검사들에겐 문제가 없는지 전국 검사 회의라도 열어 정신 상태부터 다잡아야 할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