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쿄에서 일본 고등법원 재판을 지켜보며 느낀 점 내 안엔 없애야 할 선입견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 행복한 하루, 신선한 하루였다. 박선영(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시간 순으로 말하자면, 1. 재판정에서 판사 목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정리가 '판사가 입장할 때 판사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일어나주세요. 착석하십시오.' 같은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이 일체 없었다. 정리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앞문이 열리고 판사가 입장을 하자 방청객 모두가 일어서더라. 2. 판사와 방청객이 서로를 향해 절?을 하더라. 침묵 속에 판사 입장, 방청객 기립, 그리고 판사들이 방청객한테 목례보다는 조금 깊게 머리를 숙이자 방청객들은 그보다 좀 더 깊숙히 절을 했고, 판사들이 자리에 앉자 방청객들도 침묵 속에 자리에 앉았다. 사전에 누가 시키거나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경건한 마음이 들더라. 옷깃도 여며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3. 판사들은 법복을 입지 않았고, 심지어 남자판사들은 넥타이도 매지 않았더라. 판사들이 입장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허전하기도 하고. 바로 법복. 법복이 생각났다. 판사들이 하나같이 법복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재판장은 여성이었는데, 검은 옷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입어서인지, 재판장이 입장할 때는 이상한 걸 못 느꼈는데, 좌우배석 남자 판사들이 입장할 때는 보조자들이 들어오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이상하고 허전했다. 법복을 왜 안 입을까? 언제부터 안 입었을까? 외국도 법복은 입고, 심지어는 가발도 쓰는데… 법복을 입는 게 좋을까? 벗는 게 좋을까? 가발도 쓰는 게 좋을까? 모르겠더라. 판단도 안 서고. 참, 일본은 모자 벗으란 말도 안 하더라. 한국 법정에 들어가면 꼭 나한테 모자 벗으라고 하던데 ㅠ 만일 내가 암환자여서 머리가 다 빠졌더라면 모자를 벗으라고 할 때 내 심정이 어땠을까? 4. 이슬람 변호사 나는 내가 꽤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늘 사건의 원고측 변호인이 5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여자 변호사. 그런데 그녀는 히잡을 쓰고 나타났다. 마스크도 쓰고. 국적은 일본인. 미국에서 만난 남편이 이슬람이라 히잡을 쓰고 다닌다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지. 왜 나는 그동안 이슬람을 북한인권과 분리해서 생각했을까? 그동안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북한인권운동을 서포트해주기도 하고, 컨퍼런스도 열어줬는데… 오늘은 왜 그렇게 이질적으로 느껴졌을까? 법정에서 히잡을 쓴 여인을, 그것도 변호인석에 앉아있는 장면을 처음 봐서 그랬을까? 어쨌든 내 안엔 없애야 할 선입견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 행복한 하루, 신선한 하루였다. 내 안엔 또 다른 내가 아직도 너무 많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