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햬화
혜화역 딥페이크성착취 규탄시위에서의 발언인데
여시들도 꼭 들어봐줬으면 좋겠어서 하나하나 타이핑했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평범한 페미니스트였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고, 2018년 혜화역 시위에 갔다가 머리를 자른, 정말 지극히 평범한 페미니스트입니다.
제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요. 여러분 한번 들어보시고 혹시 칭찬해줄만하다 싶으면 함성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혜화역 불편한 용기 시위 때부터 익명의 2030 여성들이 주최한 집회는 거의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참석했습니다. 그때 저는 대학생이었는데요, 제가 그때 꾸준히 집회에 참석했던 이유는 정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혼란과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여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 매일매일 여자들이 남자친구에게 맞아죽고, 불법촬영 당해 자신의 목숨을 끊고, 심지어 이제는 만나본 적도 없는 남자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를 당해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침묵할까.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갈 수가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떤 여성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죽음인데도 그 사람이 살아 있던 어제와 그 사람이 없는 오늘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절반이 이유 없이 죽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남성들이 장악한 정치권에 묻고 싶고 지금 당장 해결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집회에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오늘 이 자리에 그 긴 시간 동안 그 모든 시위를 주최하셨던 분들, 그리고 스태프로 참여하셨던 분들 와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때 여자끼리 한 자리에 모여서 목소리 내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면 저는 지난 6년간 이렇게 꾸준히 여성주의 실천을 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거리에서 여자들하고 소리치는 동안 우리가 언제 모여야 하는지, 어디로 다가가야 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그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6년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외로웠던 적도 많습니다. 여성주의 활동 꾸준히 해온 분들끼리 만나면 그런 얘기가 자주 나오거든요. 그때 혜화에 모였던 여자들 다 어디 갔을까? 난 그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우리가 바꿔야 할 게 세상에 아직 많은데 그 여자들 다 어디 갔을까? 우리가 다시 혜화를 그만큼 채울 수 있는 날이 올까? 저는 안 될 거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여러분, 그날이 왔네요. 오늘을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6년이 지나 이 자리에 다시 모인 여러분을 보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옵니다. 지난 집회 때 제가 페미니즘 백래시 이제 끝났다고, 여기 모인 우리가 지금부터 끝낼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난 시위 오셨던 분들 여기 많이 계시죠. 그때 우리 300명 모였었는데 오늘 우리 이제 3,000명 넘게 모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모이고 뭉치면 절대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날들이 분명 올 것입니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하는 그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이 자리에 피해자분도 많이 와계실 것 같은데요. 여러분, 오늘 여기 모인 3,000명은 내가 여자로서 무슨 일을 당하면 3,000명의 여자들이 이 자리에 다시 나타나서 같이 소리쳐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갈 것입니다. 그게 여기 모인 여러분 한분 한분의 발걸음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저도 한 가지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단지 여자라서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반드시 나타나서 여러분들과 함께 외치겠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이번에야말로 국회 담장을 넘어 전해질 수 있도록, 마침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가장 앞장서서 소리치겠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다시 나타나주실 거죠?
-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24년 5월 11일 서초역에서 진행되었던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판결 규탄 시위
24년 9월 21일 혜화역에서는 총 6,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모임
첫댓글 나 이거 그자리에서 듣고 진짜 펑펑 울었어.. 목소리 떨리는거 듣는데.. 진짜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음 다 같은 마음으로 나왔을거라고 생각해 그때 불용시위때 모였던 자매들 생각하면서.. 진짜 든든한 빽이 생긴느낌이었음
나도 듣는 내내 눈물났어 타이핑하려고 다시 보는데도 울컥하더라.. 힘이 되는 발언이었는데 많은 여시들이 들어봐줬으면 좋겠다🥹
너무 멋있다. 나도 그때 혜화역 시위 갔던 기억으로 살고 있어. 늘 선두에서 이끌어주는 분들 너무 존경스러워!! 저만큼은 못하더라도 나도 꾸준히 힘을 보태고 싶다
다음 시위 언제야~~~!!
2018 혜화시위때 못간게 너무 후회됐었는데 이번에 가서 정말 다행이야 2차시위 하면 또 갈꺼야
2차때는 꼭 갈게
나도 이때 울었어 그냥 눈물이 나더라...갈까 말까 고민했던 순간이 죄송했음ㅠㅠ
시위에서 들었을때도 눈물 났는데 다시 들어도 눈물난다 한글자 한글자 타이핑 해줘서 고마워
🫶
현장에서 오열한 여성69등장 선글라스 끼고 있었는데 눈물 닦느라 이마만 가린 여성 됐다죠...
작성자 여시가 자막 다 따준거야…?ㅠㅠ 나 늦게가서 뒤에 앉느라 연설 하나도 못 들었는데 정말 고마워
응 마침 영상 있길래 공유하고싶어서 하나하나 다 쳤어ㅎㅎ
나도 진짜 이거 듣고 울었어...
울컥하네..
감동적이면서 이런 현실에 화가나면서,, 속상하다
다시 보고 들어도 눈물나 ㅠ 두고 두고 어제 기억하고 싶을 때 되새기는 글이 될 것 같아 글쓴여시 고마워!!!
휴.. 뭉클하다ㅜㅜㅜㅜㅜㅜㅜ
이때 눈물나서 혼났음 ㅜㅜ 그땐 불편한 용기를 내기엔 너무나 소심했던 나.. 그게 부채감으로 두고두고 남아서 이번에 다녀왔다. 진짜 별거아니데ㅋㅋㅋ 속이 후련하지만 동시에 왜이렇게 당연한 것을 투쟁해서 얻어야하나 현타도 오고.. 이 땅 어디에선가 여전히 나와 연대하는 자매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도 들고.. 많은 감정이 오가는 자리였음 ㅜㅜ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그땐 피켓 만들어가야지
진짜 큰 감동……. 벅차다 공유 고마워 🥹
글 고마워!!! 300명에서 6000명이라니
진짜 눈물났음
이렇게 간절할 수 없어 제발 많이 관심가져줘 ㅜㅜ..
공유 고마워
다들 멋있고 고맙다...
저때 엄청 울었어 ㅜㅜ
또봐도울어
공유 고마워... 뒷자리여서 초반연설은 잘 안들렸었는데.. 뒤에 울먹이시던건 기억나... 정말 공감간다..2차 했음 좋겠다...또갈거야
너무 공감가서 들으면서 엄청 울컥했어
다시 들어도 눈물나
ㅠㅠ
아 눈물난다 진짜ㅜㅠㅠㅠㅠㅠㅠ
진짜 눈물난다...
이분 말씀 들으면서 울었어... 너무 공감돼서
뒷자리여서 잘 못들었는데 진짜 눈물난다..
타이핑 고마워
멋지다 진짜ㅠㅠ
아 눈물난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게 여기 모인 여러분 한분 한분의 발걸음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눈물 줄줄났음..
눈물ㅠㅠ 타이핑 고마워 여시야... 고마워 ㅠㅠ
계속 생각났는데 덕분에 잘 읽었어 고마워!!
참 감동이야.. 가져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