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당신이 소유할 수 없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하나뿐인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서 당신이 무사히 빠져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 임경섭 詩『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 시집〈종종〉민음사
내가 일하는 서점은 회전교차로 가까이 있다. 덕분에 활기차다. 가게의 입지로는 더없이 좋지만, 더러 곤란한 점도 있긴 하다. 예민한 사람에겐 치명적이기까지 한, 쉼 없는 자동차 경적이 그것이다. 하루 종일 사방에서 울려댄다. 하도 잦아 세어보려다 포기한 적도 있다.
회전교차로는 상호 간 신뢰를 전제로 한다. 덕분에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슬아슬 위태로운 것도 실은 그 탓이다. 단 한 사람만 욕심을 부려도 정체는 물론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저곳에서 울리는 경적은 필연적이며 각자의 위치를 알리는 선의라고 믿어보려 애쓴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신경질적이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가 아닐까 싶게 길게 반복적으로 울려대는 통에 무슨 일이 생겼나 창문 쪽으로 가보는 일이 다반사이다. 막상 내려다보면 끼어들고 싶어서, 비켜주기 싫어서, 꾸물대서…. 각양각색 까닭으로 벌어지는 소란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 거개다. 각자의 운전석에 앉아 고립돼 자신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운전이 서툴러서, 다급한 상황에 처해서. 보이지 않는 상대의 사정을, 이야기를 상상하기가 쉬울 리 있겠는가. 납득이 되면서도 마음이 복잡해지는 까닭은, 작금의 삶의 양태란 늘 이와 같지 않은가 싶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나는 거기에 있는 너와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삶이고 사회이다. 모바일로 세상을 보고 운전석에 앉아 이동하더라도 함께 살아야 한다. 회전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한다. 당신이 모르는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기. 선택이 아닌 모두의 상식이자 공통 감각을 환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