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아재 덕후 감성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생략)
저도 새 것을 좋아합니다. 새 책을 샀을 때의 그 반딱반딱함과, 표지를 만질때의 깨끗함이나, 뒤에 난 흠집에 대한 격렬한 분노나, 처음으로 책을 펴본다는 그 짜릿함은 늘 절 기분 좋게 하죠. 문화심리학으로 유명하신 김정운 교수님에 따르면, 그 자체가 리추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 젊지만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굳이 새거여야 하느냐,라는 겁니다. 어릴 땐 돈이 없어서 중고서점에 갔지만, 지금도 중고서점의 그 분위기, 책냄새와 뜻하지 않았던 책을 조우했을 때의 반가움은 절 들뜨게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못볼 거라 생각했던 책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책이 새거인지 중고인지가 중요할까요?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하듯, 사랑을 안하는 것이 사랑하다 잃는 것보다 더 쓸쓸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심지어 되찾은 거죠.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끊어진 이야기를 이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재 감성을 자극한 중고 양판소를 좀 샀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린 중고책입니다. 저에 대해 밝히는게 싫어서 편집좀 했습니다 헤헷(..)
제가 바란 것들이 그대로 들어있군요. 저 뒷표지의 2005년 여름과 신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퇴마록은 이우혁 자까님인데..그때도 지금도 신경쓰이네요.
지르고 싶어진 계기가 된 책입니다. 가시나무왕. 6권 완.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만, 이 때는 잘나가는 만화들은 당연 10~20권 찍고, 지금은 몰락한 원나블 같은건 수십권이 나오던 시절이죠. 끽해야 42권인줄 알던 시절..
그런 의미에서 6권이면 짧은 편에 속합니다만, 당시에도 꽤 짜임새 있어서 재밌게 봤고, 마지막 엔딩도 황당깔끔하게 끝났던 기억이 납니다. 볼 땐 '재밌네' 정도였는데, 지나고보니 다시 보고 싶어지는 만화,란 평이 적절하겠네요.
인기가 있어선지 제가 산 것들중 제일 비쌌습니다. 10년도 넘은건데 한권에 1500원!(..)
(당시엔) 양판소계의 이단아였던 정구 자까님의 세번째 장편...일뻔한 소설, 불의 왕입니다. 엘란도, 신승도 실시간으로 재밌게 보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작가님이죠. 하루가 멀다하고 대여점 들락날락거리면서 나왔나 안나왔나 확인했었는데...아주머니 잘 지내시죠?
아무튼 불의왕은 이 두 장편 덕에 정말 기대했는데....2권까지 봤을 땐, 당시 제 취향에 너무 맞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인용이지만 여윾시 작가님이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그 다음권이 문제가 아니라 처음 두권도 사라졌습니다. 잘 안나갔나봐요(..)
그 뒤로 중고서점도 몇번 가봤지만 못나간 책답게 어디에도 찾을 수 없어서 단념하고 있었는데, 가시나무왕을 찾으면서 혹시나해서 봤는데 있더군요. 완전 득템 ㅎㅎ 드디어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가격은 권당 300원으로 1500원! 김밥 한줄 가격이죠!....내가 그 시절 두권에 1600원 주고 빌렸었는데... 뭔가 미묘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아까 위에 2005년도라고 큼직하게 적혀있던 그 고전 양판소. 더스크 워치입니다. 사실 그 때도, 지금도 그렇지만, 더스크 워치란 제목보단 내용에 적혀있는 '황혼 파수꾼'이란 표현이 더 울림 있고 좋다고 생각해요. 처음 읽은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단어였습니다. 왜냐면 전 중2병을 못벗어났거든요 헤헤헿 헤헤헤헿(..)
아무튼, 이 책은 당시 제가 읽은 판소들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란, 신승, 더스크워치, 군림천하(이건 정통무협에 가깝지만), 학사검전 등등...진짜 수많은 양판소를 읽으며 제 돈을 대여점에 꼴아박았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면서 감각적이거나 독특했던 소설들은 정말 손에 꼽는 것 같네요. 당시 나온 웬만한 양판소들은 하얀 로냐프강이나 퇴마록,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등 1세대, 특히 킹갓제너럴이영도자까님께는 범접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 책들은 그 느낌이나 내용으로 킹갓제너럴마제스티영도자까님과 본좌들을 제외하고 버금가거나 어떤 면에선 넘어섰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스크 워치는 완결편에 2부가 나온다고 해서 정말 기대했습니다만, 결국 대여점이 문을 닫고 저도 양판소를 거의 읽지 않는 지금까지 안나왔네요. 1부는 품절..이라지만 사실상 절판. 세월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가격은 8000원. 한권당 900원이 안되네요. 그 시절에 800원 주고 빌렸으니, 물가 생각하면 더 싸진 셈입니다. 띵작인데..ㅜㅜ
쓰다보니 주절주절 나왔습니다만, 이렇게 두고보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다합쳐도 이만원을 못넘는 가격에 추억을 산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마침 소설들이 전부 북박스 거네요. 요즘은 모르겠지만, 제 땐 가즈나이트 시절 자음과 모음 시대와 아린이야기 시절 청어람 시대를 지났을 때라, 북박스가 가장 잘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재밌는 양판소들 보면 거의 북박스고. 그만큼 지뢰작도 많긴 했습니다만 ㅎㅎ. 요즘은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여기까지 구매 후기입니다. 막상 샀는데 책 이야기는 커녕 추억팔이만 해서 이 글이 아재감성을 자극했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좋았습니다.(..)
그럼 20000!
첫댓글 학교다닐때 봐왓던 책들!
학교 안인가요 밖인가요?(..)
@검은모자 수업시간에 봐야 꿀잼
@월터 크으...비행청소년이시군요!(?)
허허허허허허
언젯적에 보던 책이냐
못해도 10년!(..)
가시나무왕...동네 미용실에 있어서 기다릴때 재밌게 봤었는데...
그런 데서 읽는 책이 또 재밌죠 ㅎ 읽다 나가서 아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