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黃眞伊)-夜之半(야지반)(동짓달 기나긴 밤을)
截取冬之夜半强(절취동지야반강)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春風被裏屈幡藏(춘풍피리굴번장)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有燈無月郞來夕(유등무월랑래석) 고은 님 불 밝혀 오실 때에
曲曲鋪舒寸寸長(곡곡포서촌촌장) 차곡차곡 꺼내어 굽이 굽이 길게 펴리라
*위 시는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시 김용택의 한시산책1(김용택 엮음)(화니북스)”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김용택님은 “일년 중 가장 긴 동짓달의 밤을 잘라놓는답니다. 그러니까 홀로 보내는 겨울밤의 막막한 시간을 잘라내어 잘 간직해둔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님과 함께 지내게 될 봄밤에 이어 붙여 길게 보내겠다는 애틋하고도 절실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사랑시입니다. 어느 날 이 시를 읽고 황진이 이후의 사랑시는 없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사랑하는 님이란 서경덕을 말하고 있습니다. 화담 서경덕, 황진이가 별별 수단을 다 써 유혹하려 하였으나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 후 황진이는 서경덕의 제자가 되었구요”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황진이[黃眞伊,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 출생]는 조선 중종 때 사람으로 추정될 뿐 출생, 사망이 모두 미상이고, 황진이의 출생에 관하여는 황진사(黃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다는 설과 맹인의 딸이었다고는 설이 전하는데, 황진사의 서녀로 다룬 기록이 숫자적으로는 우세하지만 기생의 신분이라는 점에서 맹인의 딸로 태어났다는 설이 오히려 유력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황진이가 기생이 된 동기는 15세경에 이웃 총각이 혼자 황진이를 연모하다 병으로 죽자 서둘러서 기계(妓界)에 투신하였다고 전해지고, 용모가 출중하며 뛰어난 총명과 민감한 예술적 재능을 갖추어 그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하고 있는데, 미모와 가창뿐만 아니라 서사(書史)에도 정통하고 시가에도 능하였고, 당대의 석학 서경덕(徐敬德)을 사숙하여 거문고와 주효(酒肴)를 가지고 그의 정사를 자주 방문하여 당시(唐詩)를 정공(精工)하였다고 합니다.
*황진이는 자존심도 강하여 당시 최고의 군자라 불린 벽계수를 유혹하여 군자로서 허울을 벗게 하고, 당시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하여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천마산 지족암의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시키기도 하였으며, 한편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에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며, 박연폭포(朴淵瀑布)·서경덕·황진이를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하였습니다.
*황진이가 지은 한시는 ‘박연 朴淵’ ‘영반월 詠半月’ ‘등만월대회고 登滿月臺懷古’ ‘여소양곡 與蘇陽谷’ 등이 전하고 있고, 시조 작품으로는 6수가 전한다고 하는데, 그 중 ‘청산리 벽계수야’ ‘동짓달 기나긴 밤을’ ‘내언제 신이없어’ ‘산은 옛산이로되’ ‘어져 내일이여’의 5수는 진본(珍本) “청구영언”과 “해동가요”의 각 이본들을 비롯하여 후대의 많은 시조집에 전하고 있습니다.
*황진이는 벽계수 등 사대부의 허울을 벗기는데도 노력하였지만, 한양 제일의 소리꾼이라는 이사종을 사랑하여 6년간 전국을 유람하였고, 이사종과의 열정적인 사랑을 읊은 시조 ‘동짓날 기나긴 밤’은 오늘날까지도 애송되는 옛시조입니다.
*황진이는 소세양과의 30일간의 짧지만 애틋한 사랑을 하였는데, 소세양은 중종 4년에 등과하여 시문에 능했고, 대제학까지 올랐으며, 젊어서부터 여색을 밝혔다고 전해지고, 송도의 명기 황진이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황진이가 절색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녀와 30일만 함께 하고 깨끗하게 헤어질 것이다. 만약 하루라도 더 머물게 된다면 너희들이 나를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고 말하며 황진이를 만난 소세양은 30일의 약속으로 동거에 들어가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소세양은 황진이와 함께 이별의 술잔을 나누었고, 황진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시 한수를 소세양에게 써주었다고 하는데 “소세양 판서를 보내며”라고 하고, 그녀의 시 한수가 소세양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친구들은 약속을 어긴 소세양을 인간이 아니라고 놀렸다고 전해진다 합니다.
*截(끊을 절) : 1.끊다, 2.말을 잘하다, 3.다스리다
*幡(번) : 깃발 번/날 번, 1.깃발(旗-), 2.먹수건(-手巾: 먹물을 닦는 헝겊), 3.행주(그릇, 밥상 따위를 닦거나 씻는 데 쓰는 헝겊)
*鋪(포) : 펼 포/가게 포, 1.펴다, 2.늘어놓다, 3.두루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舒(서) : 펼 서, 1.펴다, 신장시키다(伸張--), 2.퍼지다, 3.흩다(한데 모였던 것을 따로따로 떨어지게 하다), 흩어지다.
첫댓글 그 시대에 태어나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송도삼절이라 일컫는 황진이의 삶....그 님의 열정적인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ㅎ, 요즘 태어났다면 특급 연예인, 대스타가 되었을 것 같아요,
회장님의 멋진 댓글에 감사드리고,
행복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간도 저축했다가 꺼내 쓸수 있다면 좋겠네요.
ㅎ, 시간 저축이 되려면 아마도 신의 경지에 도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손대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