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투르카네는 인도의 젊은 엔지니어이다. 그는 지금 신을 벗고 두 손을 모으고 땡볕 아래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하며 진정한 불교도가 되기 위하여 정진하고 있다. "나는 오늘부터 힌두교 신자가 아니다. 더 이상 힌두 우상에게 기도하러 사원에 갈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이다." 투르카네는 이렇게 되뇌이고 있다. 그가 사는 지방에서도 이와같이 하층 카스트에 속한 인도인들이 힌두교를 이탈하여 다른 종교, 특히 불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많다. 전국적으로 수백만의 최하층 천민들이 이렇게 개종을 하고 있는데 그 개종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영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종을 해야만 3천년간 그들을 짓눌러왔던 지긋지긋한 카스트제도에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카스트제도는 최상계급인 소수의 브라만들 이외에는 존중받지 못하는 제도이고, 그들은 더 이상 이 제도의 영향력 아래 머물러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힌두교의 경전은 사람을 브라만 사제, 귀족과 전사들, 농부들, 노동자들 이렇게 네 계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네 계급안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달리트라고 부르는데 힌두교 사회에서는 이들 달리트들은 사람으로 치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이들 달리트들을 너무 천하게 여겨 자칫 그들의 몸에 손이라도 닿는 것조차 불결하게 여기기 때문에 우리말로는 불가촉천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개 천하고 불결한 직종에 종사한다. 인도는 외형적으로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서구 사회에 그 존재를 알려가고 있으나 아직도 이러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시대착오적인 신분제도가 깊숙히 뿌리 박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투르카네는 올해 29살이며, 인도의 테크놀로지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히데라바드에서 일하고 있는 하드웨어 엔지니어이다. 그는 동료 엔지니어 친구들과의 관계가 매우 원만해서 별다른 차별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불과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고향에 사는 가족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면화를 재배하는 마을에 사는 가족들은 자신들이 이른바 달리트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마을의 공동 우물을 사용하는 것 조차 금지하고 있다. 투르카네는 첨단 지식인 사회에서 기술자로 일하기 때문에 차별을 크게 실감하지는 못하지만 문득 자신이 달리트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마음이 어두워진다. 투르카네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힌두 사원에 갈 수도 없고, 힌두사원에서는 우리 같은 사람의 결혼식도 열어주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도 없다. 우리 마을에는 내 가족 말고도 25가정이 이러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인도의 헌법은 카스트제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11억 인도인의 16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달리트들 가운데는 마을의 공동우물을 사용하거나 다른 상위 카스트 사람들이 이용하는 힌두 사원에 출입하며 힌두신에게 예배하다가 적발당해 살해 당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우리는 수천 년간 힌두교가 쳐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좋은 점이 무엇인가? 당한 것이라고는 착취와 굴욕 뿐이다."라고 투르카네는 말한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에 나그푸르에서 열린 달리트 집단개종행사에 참가하여 9천 명의 다른 달리트들과 함께 불교로 개종했다. "우리가 불교나 기독교 같은 다른 종교에서 얼마든지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존엄성을 존중 받을 수 있는데, 왜 우리를 사람으로도 여기지 않는 힌두교를 믿어야 하는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투르카네의 가족들도 그와 함께 불교로 개종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달리트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차별을 당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 개종은 인도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힌두교 우익단체들은 개종의 주범으로 기독교 선교사들을 지목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무료 진료나 무상교육 등을 통해 가난한 힌두교인들의 환심을 사서 개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트들의 인권을 줄곧 옹호해온 교회 측은 달리트들이 개종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호의, 힌두교 우익의 용어로 하면 뇌물 때문이 아니라, 힌두 카스트제도의 압제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그들은 또 힌두교 우익들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선동하며 자신들 앞으로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인도의 헌법은 자신의 종교를 남에게 설득할 수 있고, 스스로 종교를 설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왜 그들은 이러한 우리들의 권리를 빼앗으려 하는가?"라고 달리트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힌두교 관련 정치단체들과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러한 헌법적 권리를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개종을 하는 것이 범죄인양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곳곳에서는 선교사들이 살해당하고, 교회가 폭도들에 의해 파괴되고,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으며, 힌두교 우익단체들은 힌두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들을 강제로 다시 힌두교로 재개종시키는 의식을 연쇄적으로 열고 있다.
지금 기독교인들은 이웃이 병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도와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만일 이웃을 개인적으로라도 도와주면 바로 개종을 위한 회유 혐의가 씌워져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힌두교인구는 여전히 인도인구의 80%를 넘기고 있고, 이슬람 신자도 13%나 된다. 기독교인구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꾸준히 늘어나 전인구의 3%를 약간 밑돌고 있으며,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파르시교 등은 미미하나마 존재하는 수준이다. 최근 인도에서는 5-6개 주가 반개종법을 제정하거나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해다. 이러한 작업은 힌두교 원리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인 바하르티야 자나타당이나 그와 동맹관계에 있는 정치조직이 주도했다. 반개종법의 명분은 인도의 종교적 정통성과 존엄성을 수호하고, 사회의 조화와 평화를 지킨다는 것이다.
기독교계와 이슬람계는 이에 대해 바하르티야자나타당이 정치적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여 유권자들을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힌두교계 인사인 세계힌두위원회의 파라샨트 하르팔카르는 "왜 개종자들이 모두 가난한 사람들인지 생각해 보라."고 반문한다. 현재의 제도상으로는 어떤 사람이 힌두교로부터 벗어나려면, 즉 힌두교에 대한 믿음을 철회하고 무종교인이 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가 되려면 법원으로부터 자신이 회유 등 부정한 방법이 아닌,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개종한 것임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받고, 이 증명서를 관청에 제출하여 개종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달리트 인권운동가이며, 저명한 정치학자이기도 한 칸차 일라이는 "헌법은 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느 종교활동이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누구나 원하면 현재의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를 믿을 수 있다."고 현실을 개탄한다.
최근 구자라트주는 힌두교인들의 개종을 막기 위해 기상천외한 법률을 내 놓았다. 불교와 자이나교를 힌두교의 한 지류로 보아 불교나 자이나교 신자도 힌두교인으로 간주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와 자이나교계는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힌두교계가 다른 종교인을 힌두교인으로 간주하여 힌두교인의 수를 결과적으로 늘리는 숫자 뻥튀기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