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손녀의 그림
석야 신웅순
쥬세뻬 비탈레와 함께 하는,‘상상속의 관계 - 편견 없는 우정’을 표방한 나의 새 친구 이야기 그림 축제이다. 손녀가 응모 마감 일주일 전에 접수 번호가 2천명대(?)였다고 하니, 큰 대회는 아니나 신뢰할만한 상은 분명한 것 같다. 손녀가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은 백만원, 최우수상 오십만원, 우수상은 삼십만원이다. 유치부 전체에선 두 번째 상이다. 이들 중에 제일 어리단다. 4살이다. 제목은 「동물 친구들과 신나는 운동회」이다.
만국기가 있고 동물들과 신나게 운동회 하는 모습을 그렸다. 자연의 모든 벌레, 동물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편견 없는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그런 주제이다.
큰 딸은 나를 닮고 손녀는 제 에미를 닮은 모양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그림대회에 나갔고 집사람 또한 그랬다고 한다. 어른들의 말씀에 피는 못 속인다더니 용케도 큰 딸이 물려받았다.
큰 애는 공부시키려고 했는데 결국 미대를 갔다. 유치원 때였던가. 큰 딸도 무슨 방송국(?)주최 대회인가에서 미술 특선을 했다. 그 딸에 그 딸이다. 집사람도 화가요 딸도 화가이다. 나이 꽤 든 나도 화가 초년생이다. 수구초심, 고향이 그림인가 결국은 3대가 그림 고을로 돌아왔다. 이를 숙명이라고 하나.
“여보, 내가 만약 젊다면 공부 더 하고 싶어요.”
“질리지도 않아요? 그렇게 공부하고서도.”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젊었을 땐 몰랐는데 이제와 보니 공부할 게 너무나 많다. 얼마나 내가 부족하고 작은 지를 더더욱 알겠더라. 그래서 그런 말을 했는데 그만 된서리를 맞고 말았다. 글씨도 낙묵을 따라 머나먼 길을 걸어왔는데, 이제사 그림이라니. 아내가 보기에도 딱하고 철딱서니 없는 남편으로 보였던가 보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이런 얘기를 했다.
“돈을 쫓지 마라. 하고 싶은 것을 쫓아라. 그러면 돈이 생긴다.”
당장 돈인데 학생들에게 무슨 말인들 들릴까. 한 번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먼 훗날 누군가가 그 한마디가 가슴을 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식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각자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나보다. 손녀가 무엇을 하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 부귀영화, 호의호식?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지 않은가.
- 2024.6.6. 여여재, 석야 신웅순의 서재.
첫댓글 오..축하드립니다.
행복해 하시는 교수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문인화방에 사모님 그림도 감상할 기회 주세요.^^
예. 그리할께요.
오랫만여요.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