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따로 살아온 아버지가 사망한 후 아파트가 남겨졌다. 40년 전 재혼한 계모는 자신의 돈으로 산 아파트라며 상속 포기를 요구해왔다. 아들은 정말 아무것도 물려받을 수 없는 걸까?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버지의 유산 상속에 관한 제보가 다뤄졌다.
제보자 A씨는 “아버지가 재혼한 뒤 새어머니의 눈칫밥을 견디지 못해 중학교 때부터 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며 “새어머니 몰래 아버지와 연락하고 만나온 지 40년이 흘렀다”고 했다.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계모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 한 채가 있는데, 명의만 그럴 뿐이지 실제로는 계모가 사업해서 모은 돈으로 산 것이니 상속 포기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그 얘기를 듣고 참담했다”며 “실제 사업을 운영하신 건 아버지였고, 새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미 새어머니와 배다른 형제들에게 재산을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저도 아버지의 자식인데, 새어머니가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새어머니는 자신이 아버지와 40년이나 살아왔기 때문에 기여분이 있다면서 상속재산은 모두 본인의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이냐”고 물었다.
◇아버지 명의 아파트, 계모가 취득 경위 입증해야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르면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 사람 개인의 재산을 말한다.
김미루 변호사는 “이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대가를 부담해 해당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모가 아파트 매수 대금 출처 등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사연자의 아버지가 실질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했고, 아파트를 살 때 아버지의 자산이 들어갔다는 사정이 밝혀진다면 새어머니의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아버지가 생전 증여한 재산, 상속분 나눌 때 포함
민법 제118조에 의하면 공동상속인 중에 미리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상속분에 이를 포함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추가로 상속받을 수 있다.
즉, 계모가 A씨 아버지에게서 과거 받은 재산은 상속받아야 할 부분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본다.
또한 아버지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새어머니나 배다른 형제들에게 간 재산까지 모두 포함해 상속재산을 나누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40년 산 계모, 기여분 인정은 가능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사망자를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 때 상속분 산정에 이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새어머니가 40년간 부친과 배우자로서 살았고, 아버지가 새어머니 명의를 빌려서 사업을 운영했으며 새어머니도 잠시 이에 참여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기여분은 어느 정도 인정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