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는 지난 9월 7일 김관진교무님(봉도훈련원)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 장산님 열반 3주년 맞아 정전마음공부 문답감정 책자를 발간하기 위해 장산님에게 직접 문답감정 받은 일기, 법문, 행사 사진 있으면 보내 달라는 문자 - 찾아 보낸 일기 중 한 편입니다.
제목 ; 신발을 사러가서
원기 86(2001)년 1 월 26 일 금요일
5년 전?의 일이었다.
막내 용귀의 신발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막내 용귀는 스키화처럼 생긴 신발을 사달라고 하였다.(그 당시에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던 신발) 남편은 그 신발은 깡패나 신는 신발이라며 사지 못하게 하였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그 신발은 신고 벗기에 너무 불편해 보이는 신발이었다. 나는 그 신발을 그냥 사주자고 하였다. 신어보아서 본인이 불편하면 다음에는 신으라고 해도 신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완강하게 반대를 하였다. 남편은 고등학교 선생이다. 남편의 생각은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복이 없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겨울에는 검은색이나 감색, 그리고 여름에는 흰색 남방셔츠와 운동화를 입고 신도록 해왔었다. 그러나 유행을 따르는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싶고, 신발을 신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남편은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당신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갈 때에는 체크무늬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갔잖아요. 그리고 용귀도 직접 그 신발을 제가 신어보면 그 신발의 불편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냥 사 줍시다.”
그러나 남편은 안 된다고 하였다. 남편과 내가 신발 가게로 되돌아 왔을 때 다행히 용귀는 울음을 그치고 다른 신발을 골라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네가 신고 싶은 신발을 고르지 않고 왜 이걸 골랐어?”
하고 물었더니 지금 고른 신발은 요즘 유행하는 신발이어서 골랐다고 하였다. 다행이 그 신발은 나와 남편의 마음에도 쏙 드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그런 신발이었다.
이 이야기를 원불교 교사회 훈련에 가서 쉬는 시간에 여러 선생님들이 계시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였다. (원불교 교사회에서 처음 마음 대조 공부를 안내 받은 날) 저녁에 박선태 교무님과 장산 황직평 법사님께서 훈련원에 오셔서 마음공부 문답 감정을 해 주셨다. 박영훈 원무(경남 합천 원경 고등학교 교감선생님)가
“백선생님, 아까 쉬는 시간에 했던 신발 사러 간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시지요?”
라고 말하였다. 나는
“부끄럽게 그 이야기를 왜 이 자리에서 합니까?”
라고 하였더니
“그게 좋은 공부거리입니다.”
라고 하여 할 수 없이 다시 하게 되었다. 두 분 어른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신발은 신발일 뿐이고 옷은 옷일 뿐이다. 원래 깡패가 입는 옷이, 신발이 어디에 따로 있느냐? 그것은 이 선생이 가지고 있는 분별심이요 주착심이다. 다시 말해서 이 선생이 자신의 틀과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틀과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 사람은 깡패나 불량학생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그리고 백선생은 남편을 내가 꾸중하니 우쭐해져서 남편은 속이 좁은 사람이고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꽉 막힌 사람이고 자신은 아주 너그러운 사람이고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남편에게 '어때 내 말이 맞지?' 하며 지금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분별심이고 주착심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마음 대조 공부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분별심, 주착심, 내가 만든 기준, 틀, 규범, 도덕에 맞추어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부정하며 틀렸다고 단정 지으며 살아왔던 수많은 세월을 돌아보게 되니 부끄럽기 한이 없었다. 나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기쁨의 눈물을 흐렸고 혼자 기뻐 혼자 웃기도 하였다. 자연히 생활은 기쁨에 넘쳤고 행복해 젖어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라고 노래하게 되었다. 이 행복을 나와 만나는 인연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 학급어린이들과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 행복을 또 다른 인연들에게 이 공부와 행복을 나누어주기 위해 오늘도 나는 마음 공부방을 찾는다.
찾는다
첫댓글 모든 기준을 떠나서 보는 것이라면 깡패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신발 안사주고 싶으니 다른 것을 골라라 한다면 그도 맞는 것이 되지요.
그때는 그런 지혜가 나오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 아빠가 그 신발은 깡패가 신는 신발처럼 보인다고 하시니 다른 신발 골라보면 어떻겠니? 라고 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남편에게만 양보하라는 마음이 강했었습니다.
이 경계로 장산님과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이 경계를 계기로 마음공부의 싹을 틔울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자하신 장산님 새삼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