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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혜의(恭敬惠義)
공손하고 경건하며 은혜롭고 의롭다는 뜻으로, 군자가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을 이르는 말이다.
恭 : 공손할 공(心/6)
敬 : 공경 경(攵/9)
惠 : 은혜 혜(心/8)
義 : 옳을 의(羊/7)
자신의 처신이나 몸가짐이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길 때 예의 바르게 받든다(恭敬). 아랫사람을 다룰 때는 더 많은 혜택을 베풀고 일을 시킬 때도 명분이 옳다고 한다(惠義)면 이보다 더 훌륭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작은 조직에서도 크게 떠받들어질 이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의 자리에 있다면 그 국민은 복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모든 예법의 기준을 설정한 성인 공자(孔子)에게서 이러한 극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바로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정(鄭)나라의 명신 자산(子産)이다. 공자보다 한 세대 앞의 인물로 공자가 흠모하여 사상적 선구가 되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자산은 정나라 국군이었던 목공(穆公)의 손자로 이름은 교(僑)이며 공손교(公孫僑)라고도 불린다. 정나라는 공자의 나라 노(魯)와 함께 강대국 진(晉)과 초(楚)의 위세에 눌린 소국이었다. 자산은 기원전 543년 내란을 진압한 뒤 재상이 되어 정치와 경제 개혁을 시행하고, 강국 사이에서 뛰어난 학식과 언변으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 최초의 성문법(成文法)을 완성하고 농지를 정리하여 국가재정을 강화하며 귀족정치를 배격했다. 정나라를 탄탄한 반석에 올리는데 기여한 그를 백성들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자산에 대해 공자가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편에서 높이 평가한 부분에 성어가 등장한다.
자산에게는 군자의 네 가지 도를 다 갖추고 있다며 말한다. ‘그의 행위와 태도는 공손했고, 윗사람을 섬길 때는 항상 삼가 겸손했다(其行己也恭 其事上也敬/ 기행기야공 기사상야경). 백성을 보살필 때에는 은혜로웠고, 백성을 부릴 때에도 도리에 맞게 했다(其養民也惠 其使民也義/ 기양민야혜 기사민야의).’
군자의 도리에 자신의 완성을 공경(恭敬)에서 찾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혜의(惠義)에 뒀다. 자산이 모두에 해당되니 훌륭할 수밖에 없겠다. 헌문(憲問)편에도 공자에게 어떤 사람이 자산에 대해 묻자 ‘그는 은혜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惠人也/ 혜인야)’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공자가 칭찬일색인 자산에 대해 맹자(孟子)는 비판적이라 이채롭다. 자산이 타는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 꽁꽁 언 강 위를 건너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꼬집었다. 얼기 전에 다리를 완성했으면 백성들이 강을 건너는데 수고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자산이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사는 모자랐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자산의 인품을 보아 훌륭하다고 했고 맹자는 정사의 꼼꼼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오늘날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려는 정치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자산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세세하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텐데 신뢰감이 떨어지기만 하니 갈수록 난망이다.
지도자는 바른 몸가짐으로 솔선수범해야
政者, 正也.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정자, 정야.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불종.
정치는 바르고 반듯한 것이다. 지도자가 몸이 바르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행하여지지만,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하더라도 인민들이 따르지 않는다.
이 글귀는 시진핑 주석이 쓴 '之江新語·要用人格魅力管好自己'란 글에 논어(論語) 안연(顏淵)과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시진핑은 줄곧 지도간부들이 바르고 깨끗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정당의 성격이나 주지(主旨)에 비춰볼 때 내재적인 요구라고 제창해 왔다. 그는 지도간부들이 덕과 도덕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고, 앞장서 이끌어 나가도록 강조했다. 시진핑은 업무기풍 시정·군중밀착과 관련한 8항 규정을 널리 실행하고, 좋은 기풍을 만들어 중앙이 솔선수범해 이끌어 나가면 위에서 하는 일을 아래에서 본받게 되고,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사에서 수많은 사상가들은 자신의 몸을 닦아 도덕을 세우는 것을 중시하고, 관리는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일단의 정직한 사대부들은 이런 도덕규범을 평생 관리로서의 준칙으로 삼아 지켜왔다. 시 주석은 여러 차례 선진(先秦) 시대의 청렴한 정치의 잠언을 인용해 지도간부들이 공정무사하고 몸소 모범을 보이는 언행일치의 우량 기풍을 진작시킬 것을 요구했다.
광대한 군중은 눈을 똑바로 뜨고 지도간부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가를 지켜본다. 때문에 지도간부들이 군중으로부터 위신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가 모범적 구실을 하고, 인간적인 품격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도간부들이 일 처리하는 데 인민들에게 영향력이 있고 호소력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지도간부들이 바른 몸가짐을 갖고 언행일치로 실천할 때 인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럴 때만이 지도간부들이 사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국리민복의 정치를 펼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논어 안연편의 원전은 다음과 같다.
季康子問政于孔子. 孔子對曰: 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노(魯) 나라 대부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정(政)이란 정(正)입니다. 대부 자신이 바르게 처신한다면 누가 감히 부정한 행위를 하겠습니까?".
논어 자로편의 원전은 다음과 같다.
子曰: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공자가 말했다: "자세가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지고, 태도가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해도 백성은 따라오지 않는다."
공자는 정치를 '바른 것(正)'으로 이름 지으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바르고 단정한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漢) 나라 때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은 서한(西漢) 시대 흉노족과 70여 차례 싸워 흉노족으로부터 '비장군(飛將軍)'이라고 불린 불우한 명장 이광(李廣)을 평가한 '사기 이장군열전'에서 공자의 이 말을 인용했다. 사마천은 "말 하건대 자세가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지고, 태도가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해도 백성은 따라오지 않는다(傳曰: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라면서 "그것은 이 장군을 일컬음이라!(其李將軍之謂也)"고 이광을 높이 평가했다.
사마천은 "속담에 복숭아와 오얏은 말이 없으나, 그 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 이 말의 뜻은 비록 작을지 모르지만 큰 의미가 있다(諺曰 '桃李不言, 下自成蹊'. 此言雖小, 可以論大也)"라고 말했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이 없으나, 그 나무 아래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 즉, 몸이 바르고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은 내세우지 않아도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사마천의 '복숭아와 오얏나무' 비유는 "몸을 바르게 하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하여진다(其身正, 不令而行)"의 멋진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바른 처신과 현명한 처세
범려는 일국의 재상으로 자신의 주군을 춘추오패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홀연 그 자리를 떠난다. 제나라로 건너가 유명한 거부가 되자 제안받은 재상 자리를 내던진다. 상인으로도 세 번이나 천금을 모았지만 세상에 환원하고 유유자적 세상을 살았다. 전설이나 신화 속의 인물처럼 이 세상을 살다 간 범려는 후대에 재상과 상인이 아닌 처세의 대가로 이름을 더 떨쳤다.
범려는 원래 초나라 사람으로 월나라의 대부로 있으면서 와신상담의 주인공 월왕 구천을 보좌하여 오나라에 복수를 가하고 패업을 이루게 했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이 어려움을 같이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할 수 없는 인물이라 여겨 과감히 월나라를 떠난다. 이때 범려는 친구 문종에게 편지를 보내 그 유명한 토사구팽을 거론하며 속히 떠날 것을 권했다. 문종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는 사이 구천은 끝내 검을 내려 문종을 자결케 한다.
월나라를 떠난 범려는 제나라에 머물다가 다시 교역의 중심지인 도(陶) 지방으로 가서 이름을 주공(朱公)으로 바꿔 살면서 양쪽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범려가 19년에 걸쳐 3차례 천금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물자를 쌓아 두었다가 시세의 흐름을 보고 판 것인데 이는 계연이 구천에게 제시한 일곱 계책 중 하나인 ‘때와 쓰임을 알면 그때 필요한 물건을 알게 된다’는 것을 적절히 실천한 결과였다. 범려는 이렇게 번 재산을 두 차례에 걸쳐 가난한 이웃들과 먼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사마천은 이를 ‘부유하면 그 덕을 즐겨 행한다’는 것이라 했다.
사회생활에서 처세술을 간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의사 결정권자와 지지자의 도움 없이는 성과를 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428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처세술의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90.4%가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동료 및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76.7%, 복수응답)’란 이유가 가장 많았고 이어 ‘업무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어서’(38.5%)’ ‘능력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26.9%)’ ‘승진 등 성과 보상이 유리해서(22.7%)’ ‘다들 하고 있어서(9.8%)’ 순이었다.
처세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는,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4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업무 배정의 불이익(40.2%)’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 소원해짐(34.3%)’ ‘승진 등 인사고과의 불이익(29.9%)’ 순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인간이 품고 있는 감정 가운데 가장 강렬한 본성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인간관계 전문가 데일 카네기(Dale B. Carnegie)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간관계론'에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최고의 방법은 상대가 원하는 바를 베푸는 것”이라며 “만일 타인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타인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상대로 하여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처세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 조조, 손권 등이지만 제갈량의 활약은 이들을 능가한다. 그는 적벽대전 등 여러 전투에서 유비를 도와 신출귀몰한 전술로 전공을 세우며 유비와 유선을 잇는 2대에 걸친 충성으로 충신과 영웅의 귀감이 된다.
제갈량을 주목하는 이유는 유비나 조조가 갖는 1인자의 리더십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 제갈량은 유비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오늘날의 총리 격인 승상이 되어 촉을 지휘하고 유비 사후에는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2인자로 확고한 지위를 올랐지만 승상으로서의 리더십과 2인자로서의 처세술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처지였다.
유비의 삼고초려로 발탁 되었음에도 제갈량의 초기 벼슬은 낮았다. 출사 직후 특별한 벼슬도 없이 유비의 개인적인 고문으로 있다가 유비가 익주 목사가 되자 처음으로 군사중랑장이라는 관직을 받게 된다. 이 직책은 세금을 걷고 군량 운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제갈량의 화려한 등장에 비하면 매우 낮은 직책인 셈이다.
그리고 유비가 익주와 형주를 차지해 한중왕이라는 칭호를 쓰기 시작하면서 제갈량은 군사장군이란 벼슬을 하사 받았는데 이 역시 그의 역량에 비하면 낮은 직책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견제이기도 했다. 유비의 주변인물은 의형제 그룹인 관우, 장비를 비롯하여 모두가 익주와 형주의 호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런 견제는 제갈량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처세술 덕이었다. 제갈량은 병법은 물론 육도삼략과 유학, 법가, 천기, 주역 등 모든 학문에 능통했지만 특히 사람과의 관계 즉 처세학에서 조조에 버금가는 실력가였다. 이같은 능력으로 인해 제갈량은 27세에 출사해 자신보다 스무 살 정도 연상의 유비 그룹은 물론 여러 장수들을 지휘할 수 있었다.
제갈량의 처세술을 이해하려면 공개, 공정, 공평의 이른바 ‘삼공(三公)’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모든 정책이나 전투 계획을 세울 때 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며, 그것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처리했다. 계획을 수립하여 지시하고, 결과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본인에게 조차 엄격하게 이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제갈량은 전투에서 실패하면 스스로의 지위를 강등하기도 했고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떠나 이 원칙으로 인사하고 나라를 다스린 것이다. 훗날 그가 죽은 뒤 그가 남긴 것은 땅 몇 마지기와 뽕나무 몇 백 그루뿐이었다는 점에서 제갈량의 강직함과 청렴함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처신이 있었기에 촉은 국가로서의 틀을 갖추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팽양은 한낱 서좌에다가 죄인 출신인 신분으로 기용되어 하루 아침에 주의 사람들의 위에 서게 되자 기세가 당당해졌고 갈수록 총애를 많이 받아 오만해졌다. 제갈량이 겉으로는 팽양을 대우했지만 속으로는 좋아할 수 없었고 유비에게 은밀히 팽양은 원대한 야심을 갖고 있어 안전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 여러 번 진언했다. 이에 유비는 그를 강등시켜 지방의 관리로 내려 보냈다.
제갈량은 그곳에서 팽양이 자기관리를 잘하고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면 다시 불러올리려는 생각을 했지만 팽양은 마초를 찾아갔다. 그리고 마초에게 “유비가 늙어서 사람을 못 알아본다. 내가 안에서 내정을 하고 당신이 밖에서 군사를 다스리면 어찌 이 나라를 운영하지 못하겠느냐?”고 넌지시 반란을 제안하다. 그러나 마초는 이 사실을 유비에게 고하고 유비는 제갈량을 시켜 팽양을 처형한다. 이때 제갈량은 이런 말을 한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절대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라는 처세의 한 부분을 지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늘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직장에서 상사로부터의 칭찬과 꾸중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못난 짓이다. 칭찬을 받았다고, 작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동기보다 조금 일찍 승진했다고 우쭐거리거나 자만심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다.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타인의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남의 능력에 관대하고 자신의 능력에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자기 과신은 경쟁자를 만드는 가장 불필요한 행동이며,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지름길이다. 마찬가지로 실패의 순간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그럴 때마다 대들거나 사표를 던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조직은 조직원에 대해 다면적인 평가를 하는 곳이다. 항상 업무 성과만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칭찬을 받았을 때, 억울한 불이익을 당했을 때 그 모두를 회사는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냉정하게 평가의 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처세란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가는 일로 외양적인 반면 처신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뜻하는 내면적인 것이다. 때문에 처세의 근본은 처신이라 할 수 있다. 논어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처신은 쇄소응대진퇴(洒掃應對進退)이다. 논어 자장(子張)편에 나오는 이 말은 중국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로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인 자하(子夏)가 가장 중시한 근본 교육법으로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꼭 해야하는 기본 처신법이다.
쇄소(洒掃)는 물 뿌리고 바닥을 쓰는 청소를 의미한다. 즉 아침에 일어나서 방과 마루를 쓸고 닦으며 뜰에 물을 뿌리고 쓰는 등의 청소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정돈할 줄 아는 것이 사회생활의 시작인데 청소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관리도 하지 않는 사람이 조직과 사회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학 재학 중 아일랜드로 단기연수를 떠났다가 트렁크 하나만 있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리정돈 컨설턴트가 된 고마츠 야스시는 정리정돈이 성공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정리가 끝나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결단력과 실행력, 판단력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과 정리정돈은 똑 같은 원리여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응대(應對)는 부름이나 물음 또는 요구 따위에 응하여 상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상관, 동료, 고객이 부를 때, 공손하게 대응하고 사안에 따라 잘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자세를 바르게, 말은 정중하게 하며, 밝은 표정과 미소로 대한다면 기분이 좋듯이 자신도 남에게 그렇게 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를 진행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대방이 알아듣게 구체적인 표현으로 응대하는 것이 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제갈량은 항상 ‘궁신접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말은 물을 받기 위해서는 항상 물보다 낮은 곳에 내가 위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주전자의 물을 받기 위해서는 찻잔은 주전자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다는 겸손과 겸양을 말하는 것이다.
진퇴(進退)는 상황에 맞추어 상관들 앞에 예의바르게 나아가고 물러남을 알아서 행동거지를 단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언제 들어가고 나오는가를 아는 것이다. 사실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아는, 진퇴(進退)의 판단은 상당한 내공과 눈치, 그리고 무엇보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 진퇴를 적시에 제대로 못할 때 우리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이런 나아가고 물러나는 지혜가 쌓이면서 사실 우리는 처하는 상황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사람으로서 어떤 일을 마땅히 해야 되는지 안해야 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군자(君子)라면
논어(論語)의 마지막 장은 요왈편(堯曰編)이다. 공자의 제자 중 자장이 "어떠하여야 정사에 종사할 수 있습니까" 라고 물으니 공자는 "다섯 가지 미덕을 높이고 네 가지 악덕을 물리치면 정사에 종사할 수 있다." 라 답한다.
자장이 "무엇을 다섯 가지 미덕이라 합니까" 다시 묻자 "군자는 은혜를 베풀되 허비하지 않으며 수고롭게 하되 원망을 받지 않도록 하며 바라는 것을 하면서도 탐하지 않으며 태연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며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이다."(子曰 "君子惠而不費 勞而不怨 欲而不貪 泰而不驕 威而不猛.")라고 답한다.
논어의 마지막 장은 이렇듯 공자 유학사상의 결론을 담고 있다. 논어는 전부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자가 동경해 마지않는 요순시대를 재현할 수 있는 군자의 덕목을 결론으로 도출하고자 앞 편의 논어 장(章)들에서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가치관들을 풀어 놓은 것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성군(聖君)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덕목이자 미덕을 그리 대답하고 있다. 또한 행하면 안 된다는 네 가지 악덕이란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을 학(虐)이라 하고 미리 경계하지도 않고 만들어 내라고 감시하는 것을 포(暴)라 하고 명령을 함부로 하고 기일을 각박히 하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똑같이 남에게 주면서도 출납할 때는 인색하게 하는 것을 유사(有司)같은 짓이라고 한다." 라고 했다.
오늘 날로 치환하자면 나라를 다스림에 포학함과 세금을 걷을 때 각박하며 베풀 일이 있을 때 인색하고 번다한 절차를 만드는 일 정도로 바꿔 볼 수 있겠다. 정치가 무엇이겠는가. 백성을 다스림에 바르게 이끄는 것인데 바르게 이끈다는 것은 사심을 버리고 만인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 것이다.
정치(政治)와 군자(君子)
정치(政治)란 정(政)과 치(治)의 결합어다. 정(政)은 바를 정(正)과 두드릴 복()자가 결합된 회의(會意)문자로 보거나 형성(形聲)문자로 본다. 정(政)은 ‘바르다’는 뜻의 정(正)으로도 쓰였으며, ‘정리정돈’을 뜻하는 정(整)자와도 통용됐다. ‘바르다’는 뜻의 정(正)은 원래 ‘정벌한다’, ‘바르게 한다’는 뜻인 정(征)의 본자다.
갑골문에는 두 가지가 나타난다. 하나는 ‘행군한다’는 지(止)의 원 갑골문 위에 ‘읍성’을 뜻하는 ‘ㅂ’자처럼 생긴 글자를 덧붙여, ‘마을 위를 행군해 질서를 잡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正)자 오른쪽에 ‘무기를 들고 두들겨 공격한다’는 복()자를 붙여, ‘무력으로 정복해 힘으로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처음에 정(政)은 ‘무력으로 질서를 잡는다’는 뜻이 있었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황의(皇矣)에 나타나는 정(政)의 뜻은 '기정불획(其政不獲)' 즉 “그 질서를 잡음이 민심을 얻지 못했다”에 나타나는데, '무력으로 다스린다' 보다는 정치교화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벌, 세금, 정책 또는 법령, 전술적 책략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정치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논어(論語)에 정(政) 자는 43번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위정(爲政)편에서 공자(孔子)는 “정(政)으로 이끌고 형벌[刑]로 질서를 잡으면 백성이 법망만을 피해가며 부끄러움이라곤 없는데,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질서를 잡으면 마음으로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행실이 바르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찌 정무에 종사해야만 정(政)을 하는 것이겠는가?”라고 했다.
공자는 정(政)을 정치행위의 일로 보면서도, 효(孝)와 우애(友愛) 신의(信義)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친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와 도덕적 행위 일체를 포함해 질서를 잡는 것 일체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치(治)자는 본래 산동(山東)성의 동래(東萊) 곡성(曲城) 양구산(陽丘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는 고대의 하천 이름에서 비롯된 형성(形聲)문자다. 나중에 '우임금의 치수'라는 표현에 쓰이기도 하고, '옥결처럼 잘 다듬어지고 질서가 잡힌 상태'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치(治)자는 논어에 6번 나타난다. 여기서 치(治) 자는 대동소이하게 '질서가 잘 잡힌 상태'를 뜻한다. 공자에게는 형(刑), 덕(德), 예(禮), 정(正) 등이 치의 질서 상태에 이르는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공자는 형벌보다는 덕과 어짊으로 다스리는 것을 정치의 최고 가치로 여긴다.
심지어 예(禮)와 악(樂) 또한 치에 이르기 위한 정치행위로 본다. '된 사람' 또는 '될 사람'을 뜻하는 군자(君子)가 바로 총체적 덕목들을 한몸에 갖춘 정치가의 표상인 것이다. 일상 삶에서 도의(道義)가 실현되어 인간관계의 완전한 질서체계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된 사람'이 온전한 정치를 실행하는 이상적인 인간인 것이다.
군자(君子)의 정치, 소인(小人)의 정치
웅변은 은이지만 침묵의 신독은 금이다
군자(君子)는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사람이다. 먼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정치에 나서서 나라를 바르게 이끄는 사람의 별칭인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를 주제로 75회에 걸쳐 말하였다. “군자는 의로써 수기의 본질로 삼고 예로써 행하고 겸손으로써 말하고 신의로써 완성시킨다.” “군자는 자기의 무능함을 병폐로 여기되 남이 알아주지 않음은 걱정하지 않는다.” “군자는 세상을 떠난 뒤 이름이 잊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군자는 책임을 자기에게서 구하되 소인은 책임을 남에게서 구한다.” “군자는 긍지를 가지되 다투지 않으며 무리와 어울리되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 “군자는 말만 듣고 사람을 쓰지 않으며 사람만 보고 그의 말을 버리지도 않는다.”
또 실행이 어려운 군자의 덕목으로 신독(愼獨)이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대학과 중용에서 배워 일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말씀이 '군자 신독'이다. '군자는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삼간다'는 뜻이다. 중용에서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조심한다'고 했다.
스스로 군자이기를 포기한 소인배(小人輩)는 보는 눈이 없을 때 함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평소 법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 사람들이 지중해 휴양지에서는 종종 함부로 행동한다는 데 결국 그들도 소인배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산 정약용도 신독에 대한 글을 남겼다. 서학(西學)에 영향을 받은 다산은 '하나님 앞에 만민이 평등하므로 군자와 소인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정치철학자 양계초도 그의 저서 '신민설'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신독을 권했다. 공부란 모름지기 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기 위해서 하는 수양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인 윤동주의 신독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가 불가능하다면 그저 한 점 아쉬움이 없기를 기원해야 할 것이다. 삶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뼈저리게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얘기지만 이 또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온 나라가 홀로 있을 때는 고사하고 남들과 함께 있을 때도 삼가지 않는 자들로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군자와 소인은 본디 구분하기 어렵지만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구분은 확실하다. 권력이나 재물을 가진 자는 신독의 가르침을 명심해야 한다.
혼자만의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란 얘기다. 대략 450만대의 감시카메라와 자동차 블랙박스와 파파라치의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 그 뒤로 퍼 나르는 SNS가 있다. 입가진 자마다 비난과 해법을 내놓고 글 쓰는 자마다 난필을 휘갈겨대니 국민전체가 뱃사공이다. 잠잠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웅변은 은이지만 침묵의 신독은 금이다.
▶️ 恭(공손할 공)은 ❶형성문자로 心(심)의 변한 모양이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밑(㣺=心, 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두 손을 마주잡다'의 뜻을 가진 共(공)으로 이루어졌다. 공손한 마음 가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恭자는 '공손하다'나 '받들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恭자는 共(함께 공)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共자는 양손으로 물건을 받드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함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본래 '공손하다'는 뜻은 龍(용 룡)자가 들어간 龔(공손할 공)자가 쓰였었다. 갑골문에 나온 恭자를 보면 용을 양손으로 떠받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경배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에서 용은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신성시됐었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용을 받드는 모습으로 그려져 '삼가다'나 '공손하다'는 뜻을 표현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가 간략화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恭(공)은 ①공손(恭遜)하다, 예의 바르다 ②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직분(職分)을 다하다 ③받들다 ④섬기다 ⑤높이다, 존중(尊重)하다 ⑥고분고분하다, 순종(順從)하다 ⑦조심하다 ⑧크다 ⑨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공경 경(敬), 공경할 흠(欽), 공경할 지(祗), 겸손할 손(遜), 공경할 건(虔)이다. 용례로는 삼가서 공손히 섬김을 공경(恭敬), 공경하고 겸손함을 공손(恭遜), 공손하고 온순함을 공순(恭順), 삼가 생각함을 공유(恭惟), 공손하고 삼감을 공건(恭虔), 공손하고 검소함을 공검(恭儉), 공손하고 부지런함을 공근(恭勤), 공손히 대접함을 공대(恭待), 공손하고 삼감을 공근(恭謹), 삼가 기뻐함을 공열(恭悅), 공손하고 말이 없음을 묵공(恭黙),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춤을 뜻하는 말을 겸공(謙恭), 극히 공손함을 극공(極恭), 삼가고 존경함을 경공(敬恭), 삼가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모양을 건공(虔恭), 공손하지 아니함을 불공(不恭), 온화하고 공손함을 온공(溫恭), 인정이 많고 공손함을 독공(篤恭), 지나치게 공손함을 과공(過恭), 다할 수 없이 지극히 공손함을 지공(至恭),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말을 공하신년(恭賀新年),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을 공즉불모(恭則不侮), 언행이 공손하지 아니하고 건방지며 버릇이 없다는 말을 불공불손(不恭不遜), 공손한 태도가 없이 함부로 하는 말을 불공지설(不恭之說),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는 말을 과공비례(過恭非禮), 주는 것을 물리치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다는 말을 각지불공(却之不恭), 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세이공청(洗耳恭聽), 처음에는 거만하다가 나중에는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거후공(前倨後恭) 등에 쓰인다.
▶️ 敬(공경 경)은 ❶회의문자로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苟(구)의 합자(合字)이다. 등글월문(攵)部는 급박하여 다가온다는 뜻이다. 혁은 엄격하게 격려한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는 뜻이 있는데 다시 등글월문(攵)部를 더하여 敬(경)은 한층 더 게을리하지 않음을 뜻으로 삼가다, 조심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敬자는 '공경하다'나 '정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敬자는 苟(진실로 구)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苟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개를 그린 것으로 '진실로'나 '참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진실되다'라는 뜻을 가진 苟자에 攵자가 결합한 敬자는 '진실하도록 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敬자에 쓰인 攵자는 예의를 갖추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제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고대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많다. 그래서 敬(경)은 성(姓)의 하나로 ①공경(恭敬) ②예(禮), 감사(感謝)하는 예(禮) ③공경(恭敬)하다 ④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마음을 절제(節制)하다 ⑤정중(鄭重)하다, 예의가 바르다 ⑥훈계(訓戒)하다, 잡도리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공손할 공(恭), 공경할 흠(欽), 공경할 지(祗), 공경할 건(虔)이다. 용례로는 노인을 공경함을 경로(敬老), 공경하는 마음을 경의(敬意), 존경하고 사모함을 경모(敬慕), 남의 말을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을 경청(敬聽),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경례(敬禮), 존경하여 일컬음을 경칭(敬稱), 초월적이거나 위대한 대상 앞에서 우러르고 받드는 마음으로 삼가고 조심하는 상태에 있음을 경건(敬虔), 공경하고 중하게 여김을 경중(敬重), 공경하고 사랑함을 경애(敬愛), 존경하여 높이어 부르는 말을 경어(敬語),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멀리함을 경원(敬遠), 공경하여 삼가 답장한다는 경복(敬復), 존중히 여겨 공경함을 존경(尊敬), 삼가서 공손히 섬김을 공경(恭敬), 존경하는 마음이나 예의가 없음을 불경(不敬), 숭배하고 존경함을 숭경(崇敬), 공경하고 두려워함을 외경(畏敬), 더욱 공경함을 가경(加敬), 항상 마음을 바르게 가져 덕성을 닦음을 거경(居敬), 부모를 잘 섬기고 공경함을 효경(孝敬), 씩씩하고 공경스러움을 장경(莊敬),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신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신숭조(敬神崇祖), 노인을 공경하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경로사상(敬老思想),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경외지심(敬畏之心) 등에 쓰인다.
▶️ 惠(은혜 혜)는 ❶회의문자로 恵(혜)의 본자(本字)이다. 언행을 삼가고(부수를 제외한 글자) 어진 마음(心)을 베푸니 은혜를 뜻한다. 어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삼가고 남을 위함이다. ❷회의문자로 惠자는 '은혜'나 '사랑', '자애'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惠자는 心(마음 심)자와 專(오로지 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專자는 실을 감아두던 '방추(紡錘)'를 돌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은혜나 사랑이 방추를 돌리는 것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은혜'나 '사랑', '자애'란 남에게 베푸는 선한 마음을 말한다. 그래서 惠자는 실을 푸는 모습을 그린 專자에 心자를 결합하여 선한 마음을 베푼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러니까 惠자는 실을 푸는 모습을 선한 마음을 베푸는 것에 비유한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惠(혜)는 ①은혜(恩惠), 사랑, 자애(慈愛) ②경어(敬語: 상대를 공경하는 뜻의 말) ③세모창(세모진 창) ④털매미(매밋과의 곤충), 씽씽매미(털매미) ⑤(은혜를)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사랑하다 ⑥인자(仁慈)하다 ⑦순(順)하다, 유순(柔順)하다 ⑧슬기롭다, 총명(聰明)하다 ⑨아름답다, 곱다 ⑩꾸미다, 장식(裝飾)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은혜 은(恩),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한(恨), 원망할 원(怨)이다. 용례로는 은혜와 덕택으로 자연이나 문명이나 단체 등이 사람에게 베푸는 이로움이나 이익을 혜택(惠澤), 은혜를 베풀어 돌보아 줌을 혜고(惠顧), 동정하여 주는 생각을 혜념(惠念), 남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혜시(惠示), 자비로운 임금을 혜군(惠君), 은혜로 사랑하여 생각함을 혜사(惠思), 은혜롭게 사랑함을 혜애(惠愛), 은혜롭게 무엇을 줌을 혜여(惠與), 사랑으로 베풀어주는 신세나 혜택을 혜은(惠恩), 은혜를 배풀어 교화함을 혜화(惠化), 자혜로 가르침 또는 자비로운 가르침을 혜훈(惠訓), 은혜를 베푸는 방법을 혜술(惠術), 자연이나 남에게서 받는 고마운 혜택을 은혜(恩惠), 특별한 은혜 또는 혜택을 특혜(特惠), 은혜를 입음이나 혜택을 받음을 수혜(受惠), 은혜를 베풂 또는 그 은혜를 시혜(施惠), 서로 도와 편익을 주어서 끼치는 은혜를 호혜(互惠), 하늘의 은혜를 천혜(天惠), 은혜를 입음을 몽혜(蒙惠), 말로만 베푸는 은혜로 말만하고 실지가 없어서 남의 미움을 받는 일을 구혜(口惠), 인자하게 돌보아 주는 은혜를 자혜(慈惠), 사사로이 입은 은혜로 한 쪽으로만 치우친 불공평한 은혜를 사혜(私惠), 위정자는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되 낭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혜이불비(惠而不費), 자기에게는 해가 될 것이 없어도 남에게는 이익이 될 만 하게 베풀어 주는 은혜를 이르는 말을 불비지혜(不費之惠) 등에 쓰인다.
▶️ 義(옳을 의)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义(의)는 통자(通字), 义(의)는 간자(簡字)이다. 나(我)의 마음 씀을 양(羊)처럼 착하고 의리있게 가진다는 뜻을 합(合)하여 옳다를 뜻한다. 羊(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양으로 양을 바쳐 신에게 비는 의식(儀式)이 나중에 바르다, 의로운 일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義자는 '옳다'나 '의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義자는 羊(양 양)자와 我(나 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我자는 삼지창을 그린 것이다. 義자의 갑골문을 보면 창 위에 양 머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양 머리를 장식으로 한 의장용 창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창은 권위나 권력을 상징했다. 상서로움을 뜻하는 양 머리를 창에 꽂아 권위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義자는 종족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역할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옳다'나 '의롭다',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義(의)는 (1)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道理). 오상(五常)의 하나임 (2)남과 골육(骨肉)과 같은 관계를 맺음 (3)글이나 글자의 뜻. 의미(意味) (4)경서의 뜻을 해석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 등의 뜻으로 ①옳다, 의롭다 ②바르다 ③선량하다, 착하다 ④순응하다 ⑤맺다 ⑥해 넣다 ⑦섞다, 혼합하다 ⑧간사하다(마음이 바르지 않다), 옳지 않다 ⑨의(義), 정의(正義), 올바른 도리(道理) ⑩의리(義理), 우의(友誼) ⑪뜻, 의미(意味), 의의(意義) ⑫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예절(禮節), 의식(儀式) ⑬정의에 합당한 행동, 의로운 일 ⑭명분(名分) ⑮법도(法道) ⑯용모(容貌),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⑰의로 맺은 친족 관계, 의리(義理)의 관계 ⑱공적인 것, 공익을 위한 것 ⑲인공적인 것 ⑳가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의로운 사람을 의인(義人), 義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義兄弟),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일을 의무(義務), 정의를 위하여 거사함을 의거(義擧), 수양 아버지를 의부(義父), 글이나 학설의 뜻을 설명하여 가르침을 강의(講義), 굳게 지키는 일정한 방침을 주의(主義),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믿음과 의리를 신의(信義),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같은 뜻나 같은 의미를 동의(同義),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갚아야 할 의리와 은혜를 은의(恩義), 의리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불의(不義), 어진 것과 의로운 것을 인의(仁義),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의방지훈(義方之訓), 의기에 불타 일어나는 용맹을 일컫는 말을 의기지용(義氣之勇),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당연함을 이르는 말을 의리당연(義理當然), 의가 있는 사람은 어버이를 거역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의불배친(義不背親), 의로써 이利의 근본을 삼음을 이르는 말을 의이건리(義以建利), 의는 바다와 같고 은혜는 산과 같다는 뜻으로 은의恩義가 대단히 크고 깊음을 이르는 말을 의해은산(義海恩山),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다는 뜻으로 의형제를 맺음 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목적을 향해 합심할 것을 결의함을 이르는 말을 도원결의(桃園結義), 봉건시대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좇음을 이르는 말을 삼종지의(三從之義), 남남끼리 의리로써 형제 관계를 맺음 또는 그런 형제를 일컫는 말을 결의형제(結義兄弟),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이르는 말을 인의예지(仁義禮智),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일컫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단장취의(斷章取義),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예의염치(禮義廉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