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제15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발표에 의하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 등에 대하여 이런 발언을 하였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안보 국제규범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3자와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었다고 순방 성과를 밝혔습니다.
이어 멕시코와 전력, 교통, 수자원 관리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및 보건의료, 에너지신산업 등의 분야에서 무려 34개의 MOU를 체결했다고 언급하며, 관계 부처가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와 GPS 전파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무모한 도발을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민의 단합된 힘과 의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강력한 힘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편, 이번 순방 시 진행된 1:1 비즈니스 상담회의 성과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은 크라우드펀딩법,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언급하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입법이 적기에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고, 시기를 놓쳐 잃어버린 손실과 시간에 대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일자리와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20대 국회는 민심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위해 성숙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날임을 전하며, 국민들이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핵 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를 비롯해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공정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가 될지 모르지만 여당이 제2당으로 추락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내어놓아야 한다. 이런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발언, 선거 간여 시비를 불렀으니 선거 결과에 대하여 (그런 시비의 염려도 없어졌으니) 어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대통령職의 의무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큰 행사는 선거이다.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어달라고 부탁만 하고 결과에 대하여는 이틀이 지나도 침묵한다?
朴 대통령은 장관들과 직접 대면을 피하고 서류로 결정을 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람을 5분 만나 듣는 설명은 서류를 한 시간 읽고 얻는 지식보다 더 핵심을 찌른다. 특히 전문가를 많이 만나면 고급 정보를 많이 얻어 國政을 장악할 수 있다. 아베 수상은 하루에도 국실장급 실무자 열 명 이상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정보 축적이 관료사회를 장악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정보화 사회에선 아는 것이 힘이다.
朴 대통령을 불통으로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책임자들은 청와대 출입기자이다. 이들은 대통령이 전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 기사를 써서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본 신문은 전날 수상 日程을 매일 거의 분 단위로 알려준다. 심지어 누구와 식사를 하고 언제 치과 치료를 받았는는지까지 보도한다. 한국의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자신들만 알고 국민들에겐 알려주지 않는다. 기자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데 앞장 선다.
박 대통령은 연설, 선언, 지시는 자주 하는데 그것이 과연 실천되는지 확인을 소홀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지시는 5%이고 확인은 95%이다"는 말을 하곤 하였다. 대통령의 지시가 관료집단을 거치면서 왜곡되지 않는지, 거꾸로 가는 게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통진당 경우처럼 된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하게 되었고 이게 가장 큰 업적으로 거론되는데 문제는 후속 조치이다. 대한민국을 뒤집어 엎어 북한식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만들겠다는 정당원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였어야 했다. 이 반역집단 소속원들의 출마 등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안하였어야 했다. 특히 반역정당에 공무원이 가입해 있는지를 수사하였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번 총선 때 이 정당 출신들이 다른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으로 출마, 두 사람이 당선되었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수가 있다.
교과서 개혁도 대통령이 개선 지시만 내리고 확인을 소홀히 한 결과 좌편향 교과서의 量産으로 나왔고 이 사태를 수습하도록 임명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소극적으로 대처, 타이밍을 놓치고, 교과서 국정화에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한국에서 가장 명석한 사람들은 관료집단 속에 있다. 이런 인재들에게 국민이 월급을 주는 이유는 그런 머리로 나라를 잘 관리하고 발전시켜달라는 뜻이다. 좋은 대통령은 이런 인재집단을 잘 부리는 사람이다. 절대로 지시만으론 안 된다. 지도부가 팀웍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 내각, 여당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어야 거대한 관료집단을 효율적으로 부린다. 그런 팀웍은 수많은 만남과 토론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면 대통령은 관료집단 위에 얹혀 있는 존재가 된다. 근사한 지시와 연설은 관료집단으로 스며들지 않고 말로만 끝난다. 대통령은 변명을 할 수 없는 자리이다. 막강한 국가권력을 가진 사람이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해먹겠다고 하면 자신의 무능을 폭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국회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것도 한 두 번이어야 한다.
장관이 대통령을 직접 對面, 보고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회장이 사장을 만나 주지 않고 비서를 시켜서 만나게 하면 그런 회사는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장관이 대통령을 면회하기 힘든 조직이라면 나라가 이렇게 굴러가는 것도 기적이다. 정치는 사람 장사라고 불리는데 사람 장사의 핵심은 만남이다.
어제 나왔어야 할 대통령의, 선거에 대한 입장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이 정부의 효율성을 가늠하게 한다. 레임덕은 국회나 언론이 만들기 앞서 대통령 자신이 만든다.
장관이 강해야 대통령이 강해질 수 있다. 장관의 힘은 대통령을 만나는 데서 나온다. 머리 좋은 공무원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잘 안 되는 장관을 우습게 본다. 그 결과는 國政의 마비이고 국민들의 피해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회심판론이 안 먹히고, 정권심판론이 먹힌 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국회마비를 가져온 자칭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을 통과시킨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에 대하여 솔직한 사과나 해명 없이 야당만 공격하니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反感이 생긴 것이다. '국회 마비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데' 하는 생각은 행정기능을 혼란시키는 세종시 건설에 찬동한 이도 지금의 대통령이란 사실에 이르면 반감으로 바뀐다. 요사이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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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朴槿惠(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9월 일정표이다. 중요 일정만 적은 것 같은데 일본의 아베 수상 일정과 비교하면 너무 간단하다.
09월 01일 월요일
오전 노사 대표 간담회
오후 MBC 상암시대 개막기념식
09월 02일 화요일
오전 제38회 국무회의
오후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
오후 제51회 방송의 날 축하연
09월 03일 수요일
오전 '하쏘 플래트너'SAP 창업자 접견
오후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09월 04일 목요일
오전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
오후 무지개 청소년센터 방문
09월 05일 금요일
오후 답십리 현대시장 방문
09월 12일 금요일
오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오후 퇴임대법관 및 신임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오후 제1군 사령관 진급 및 보직신고
09월 15일 월요일
오전 대구 창조경제 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오후 벤처·중소·중견기업인과의 오찬
오후 대구 창조경제단지 예정부지 방문
오후 창조경제 기업 맞춤형 인재육성 현장방문
09월 16일 화요일
오전 제40회 국무회의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 접견
09월 17일 수요일
오전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식
09월 18일 목요일
오전 '토마스 바흐'IOC 위원장 접견
09월 19일 금요일
오후 '모리 요시로'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접견
09월 20일 토요일
오후 서울공항 출발행사
일본 신문엔 매일 '수상의 하루 日程(일정)'을 알리는 난이 있다. 전날 수상이 한 일을 자세히 적는다. 한국 언론도 이런 난을 만들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4년 7월24일의 아베 수상 일정을 소개한다.
오전
8시59분 公邸(공저)에서 중의원 제1의원회관으로. 치과진료실에서 치료.
9시29분 관저. 46분 외교관계의 비디오메시지 수록.
10시 히라마츠(平松賢司)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 면담, 22분 외무성의 스기야마 외무심의관, 야마다 중남미 국장, 농림수산심의관, 경제산업심의관, 재무성국제국장, 국토교통성 국제통괄관, 관방副장관, 副내각상, 수상보좌관 동석.
오후
정오 4분 자민당 간사장 면담
1시1분 정부여당 정책 간담회, 58분 신궁 앞 國連(국련)대학 방문, 59분 유엔개발기구 총재 면담.
2시13분 유엔개발기구의 2014년판 '인간개발보고서' 공식발표에 출석, 인사. 41분 관저로 복귀. 45분 경제재생담당상, 내각부 사무차관, 경제산업성 경제산업정책국장 면담, 52분엔 담당상과 국장 따로 면담.
3시11분 북방소년교류사업에 참가한 북해도 네무로 시립중학교 학생들이 인사차 방문. 31분 사토 후쿠시마 지사 면담. 45분 내각 정보관 면담.
5시7분 국가안전보장회의, 경제산업상 동석. 30분 前 중의원 부의장 면담. 55분 자민당의 '북조선에 의한 납치문제대책본부' 본부장과 사무국장 면담.
6시31분 도쿄 오데마치의 經團連 회관 방문, 하계 포럼에 참석, 인사.
7시13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전국여성의원정책연구회 간담회에 출석, 인사, 사진촬영. 38분 도쿄 나가다초의 더 캐피털 호텔 도큐의 레스토랑 '오리가미'에서 비서관과 식사.
아베 수상은 거의 分 단위로 사람을 만나고 행사에 참석한다. 국장, 심의관 등 실무책임자들을 많이 만나는 게 특징이다. 24일에 그가 만난 국장, 심의관, 정보관은 10명이다. 수상은 그런 만남을 통하여 고급정보를 축적, 國政(국정)의 핵심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朴 대통령은 국장급은커녕 장관들과도 자주 만나지 않고 서류보고에 의존한다고 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형식적인 일정 말고 朴 대통령의 자세한 진짜 일정을 공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일정을 미리 알리는 것은 경호에 지장을 주지만 지나간 일정을 알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 권리는 국민들에게 있는 게 아닌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이 일곱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가 쟁점이 된다는 것은 청와대와 언론이 직무를 다하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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