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멋대로해라의이명은님 글 퍼옴
동감이 많이가서요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중절모에 담배를 꼰아 물고 건들거리던 '쟝 폴 벨몽도'였습니다...
정말 유치한 제목... 연출자가 도대체 누구이길래,
'고다르'의 무정체성 작가 정신에 그대로 편입하려 하는가...
나의 시선은 애초부터 곱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동근...
검은 자킷으로 말쑥하게 차려입고 소매치기를 하는 그의 모습이
소개된 연예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나는 채널을 돌려 버렸습니다...
지금이 몇 년도 인데... '누벨바그'를 빼기려고 하는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의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 축구 외에 다른 것을 볼 의향이
전혀 없던 나에게 그 속보이는 '표절'드라마는 그렇게 다가 왔습니다...
드라마를 가리리 않고 잘 보는 제 아내가 어느 날 '네멋' 2부를
보자고 하던군요... (저도 1부는 다시보기로 봤습니다.) 이 드라마는
뭔가 다른 거 같아... 함 봐봐...
나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행여 손톱 만큼이라도 고다르를 흉내내기만 해봐라...
아내에게 모든 걸 까발려 주리라...
더더군다나 저는 그 시간에 축구 뉴스를 보고 싶었는데
못 보니 속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전 충분히 난도질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이 없게도...
그 놈의 양동근...
그의 대사는 포르테, 피아노 구분이 너무 확연해서
일부 대사를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무슨 말을 했는지 짐작은 갔지만...)
저는 대사를 정확히 듣기 위해 드라마에 더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머릿 속에 혼돈이 왔습니다...
일부러 저렇게 연기하는 건가... 저게 양동근의 실제 연기 모습?...
아니면 연출자가 정형화된 틀보다 실제 삶의 모습을
더 추구하는 누벨바그 방식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고
있는 건가...
제가 제 생각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양동근... 아니 복수는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대사로 이리저리 절 끌고 다녔습니다...
그는 마치 운율이 잘 갖춰진 시를 읽듯,
제대로된 호흡으로 대사를 술술 내뱉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그에게 1 시간을 끌려 다녔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 모르게 훌쩍 흐르더니...
마지막은 복수의 뇌종양 판정...
한 방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누벨바그적 요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한국 드라마적인 코드...
뇌종양...
다른 드라마 같으면 이 시점에서 역시 그러면 그렇지 이런 말이
나올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통 이럴 때 이나영 같은 예쁜 여자 주인공이
뇌종양에 걸리던데...
그리고 주인공이 뇌종양 걸렸다면 곧 죽는 다는 얘긴데...
이거 너무 빨리 얘기를 결론짓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결론도 못 내린 채, 다음회를 기다렸습니다..
계속해서 3부, 4부, 5부 다 보았습니다...
복수가 얼마 안남은 삶을 정리하기 위해 제대로 한 번 살아
보겠다고 덤비는데...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연출가의 짓궃은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을 듣고
쟝 폴 벨몽도를 떠 올렸던 많은 사람들에게
완전 꺼꾸로지?... 하며 놀리는 듯한...
그의 얼굴이 떠 올랐습니다...
모든 게 꺼꾸로 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랑 고백도 여주인공이 먼저
하는 식입니다. 그것도 꽃미남이 아닌 주인공한테...
이나영은 연기를 할 때 순서를 바꿉니다...
그녀는 많은 부분에서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고개를 끄덕입니다. 보는 시청자의
심리적 속도는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것은 트렌디 드라마의 스피드를 가차없이
파괴해 버립니다...
그리고 인정옥 작가의 대사도 왜 그리
주어와 술어가 뒤집힌 게 많은지....
(예를 들면 이런거...
1부, 젊은 중섭이 복수를 고아원에 두고 오는 첫 장면
젊은 중섭 : 3년만 참아, 아빠, 부자되서 올게. 복수야.
5부 복수가 경 대신 낙관한테 대드는 장면
복수 : 아버님? 이쁘잖아요, 따님.)
그녀는 들어보면 당연하고 쉬운 언어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함으로서 때론 저급하기까지한
언어들을 시어(詩語)로 승화시켰습니다...
저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빠른 전개와 일상적인 것을 거부할 것 같은 제목을 들고 나와서
반박자 쉬고 가는 여유와 함께 틀에 박힌 통속 코드들을
꺼꾸로 배열함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섣부른 예측을
못하게 하는 마력...
연출가 박성수 감독은 이러한 다양한 소스들을 잘 뒤섞어서
드라마는 통속도 예술도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기가 막히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는 누구보다 박성수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가장 궁금합니다...
카페 게시글
이러쿵 저러쿵
Re:Re:네 멋대로해라!를 보고 내 멋대로 지껄이다.
건빵봉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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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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