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땐 대북 감시 구멍 우려
정동영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이전에 한·미 정부가 인정한 적 없는 ‘평북 구성’을 지목한 후, 미국 정부가 이재명 정부에 공유를 중단한 정보는 구성을 포함한 북한 핵 시설의 위성 정보 등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정동영은 ‘공개 자료를 사용한 설명’이라고 했지만, 미국 측은 자국이 수집한 기밀 정보의 누설로 판단해 같은 계통의 정보 제공을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장기적·기술적 정보들의 공유를 제한했으며, 미국 정찰 위성이 포착한 구성 등 핵 시설의 정보도 한 달째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보 공유가 장기간 제한되면 한미 간의 정보 격차가 더 커지고, 우리나라의 대북 감시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안규백은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보 공유가 “크게 제한된 사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상황에서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왔다는 취지”라고 했다.
실제 미국은 당장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미사일 정보는 계속 공유하고 있으며, 북한이 지난 8일과 1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집속탄’을 실험했을 때도 정보 공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핵 개발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 측이 공유를 제한한 핵 시설 관련 위성 정보 등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단지나 관련성이 의심되는 지역 내의 원자로, 우라늄 농축 시설, 핵연료봉 생산 시설, 폐연료봉 저장소, 플루토늄 생산 시설 등의 다양한 변화를 추적 관찰해 우리 정보 당국에 공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이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 측 정보 공유도 제한하는 ‘상응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왔다. 우리 군은 현재 5기의 군사 정찰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군은 “북한 내 특정 표적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위성 5기로는 방문 주기 사이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동시다발적으로 복수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모두 추적하기 어렵다.
군 소식통은 “정찰 위성 5기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수백 대를 보유한 북한의 움직임을 밀착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240여 기 이상의 군사 위성을 운영 중이며, 미 정부와 협력 관계에 있는 민간 위성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도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 위성 해상도는 30~50㎝ 수준이다. 가로·세로 30㎝, 혹은 50㎝ 정도를 한 픽셀에 담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군의 정찰위성은 해상도가 10㎝ 미만으로 지상의 사람과 물체를 손금 보듯 들여다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인공위성 궤도 및 방문 주기 등 정보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공개되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 위성 방문 주기를 알고 관련 활동을 은폐할 수 있지만, 사실상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미국을 상대로는 이런 기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위성락은 지난 23일 한미가 “일종의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국 입장이 상당히 강경하다”며 “북핵 관련 정보 공유가 조속히 재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국방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의 갈등이 표면에 한 번 불거지면 수습이 쉽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은 27일 이런 상황에 대한 현안 질의를 하기 위해 정보위 전체회의를 개최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종석 (국정원장) 등 국정원 간부들의 불참으로 파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