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살인을 멈춰라!”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을 지키며 파업투쟁을 벌인지 16일 현재 26일차, 노동자 3명이 굴뚝에 오른 지 35일차가 됐다. 회사 측 회유 협박에 고통 받던 조합원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공권력 투입이 예견된 가운데 회사는 임직원들을 강제동원해 16일 오전 ‘구사대’ 침탈을 획책한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현장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조합원들을 이끌고 있는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사측 공장침투 예고일을 하루 앞둔 15일 저녁 노동과세계가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을 만나 쌍용자동차
사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사측에 대응하는 노조 입장을 들어봤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지난 1월초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지금까지의 쌍용차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사태다. 4년 전 매각 당시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에 의한 잘못된 해외매각을 결사반대했다. 노동자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거세게 반발했다.
지금의 사태를 미리 예상했던 우리는 특히 중국 자본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던 것이다. 지금 민주당 대표인 정세균 씨가 당시 산자부 장관이었다. 4년 전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될 때 쌍용자동차는 유동자금이 1조5천억원이었고, 부채비율은 144%에 불과한 초우량기업이었다.
말도 안 되는 특혜까지 주며 중국 자본에 넘겼고 그 결과 1년도 안 돼 현금성 자산이 고갈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우리가 중국자본으로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사태는 명백히 상하이자동차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영원히 비껴갈 수 없는 것이다. 상하이자본이 의도했던 사태인 셈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경기불황과 전 세계적 공황에 맞물려 일정부분 연동되는 부분이 있지만 상하이자동차가 신차 개발을 게을리했고 시장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1차적 요인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예민해진 신경에 중증우울증까지 앓는 조합원들이 늘어나자 한상균 지부장은 사측 강경대응에 우발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이미 1,7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사측은 1,056명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했다. 노동조합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이 의미가 없어졌는데
=회사는 애초 2,646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1,700여 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회사 측 온갖 회유와 협박에 강압적 희망퇴직서를 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그동안 해고는 할 만큼 했다. 이제 살인을 멈춰야 한다.
회사는 노사정 간담회에서도 자기들이 의도하는 바를 드러냈다. 그동안 희망퇴직한 사람들을 고용하려면 회사가 잘돼야 하는데, 그것이 2017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없게 노동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2,646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어떤 타협의 여지도 없이 노동자들을 살육하는 것이 쌍용자동차 사태의 또다른 본질이다. 노동자들을 무참히 잘라내는 작전에 상하이자동차와 정부가 함께 하고 있다. 거기 채권단 입장도 같이 존재한다.
사측이 의도하는 2,646명 정리해고 인원은 그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그 부분에 한 치 양보도 할 수 없다.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 선에서 비용의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수 십 차례 요구했다.
우리 요구와 회사가 말하는 정상화 방안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내용은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삼성 측을 설득해 쌍용차를 인수토록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정부와 상하이자동차, 채권단 등 여러 주체들이 가진 입장과 조건이 얼키고 설켜서 복합적으로 드러난 현 사태에 대해 정부도 곤혹스러우리라 본다. 우리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와 분사 철회,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일한 고용보장 등을 요구한다. 이 조건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요구다.
국내 자본이든 해외 자본이든 쌍용자동차를 매입하려면 회사에 뚜렷한 비젼을 제시하고, 단협·노조·고용을 승계해야 한다. 또 매각 협상 시 노동조합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우리 요구가 반영된다면 매각을 전제로 함께 전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정권 퇴진운동을 선포했다. 평택지역대책위, 가족대책위 등도 힘껏 연대하고 있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회사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미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것이다. 정부 태도가 명확히 결정되기 전까지 회사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관제데모나 해서 내부를 분열시키고 파업대오를 무너뜨리는 치졸한 짓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건강한 대화나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구조조정 계획 자체가 허구다. 관리인 스스로도 인정한 내용이다.
허접스러운 근거를 갖고 노동자들 목을 쳐낸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관리인도 얼마나 궁색하면 국회에 출석해 엉뚱한 발언을 해서 조합원들 분노를 치솟게 했겠는가? 도대체 이런 일들이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다.
회사가 만든 보고서를 보면 회사가 처음 약 900여 명 희망퇴직 계획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갈라 희망퇴직하라고 강요하고 협박하고 회유해 그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을 쫓아낸 것이다.
이제 그만 살인을 멈춰야 한다. 숫자에 억매어 끝까지 끌고 감으로써 일부러 파국을 만들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그러라고 지침을 내리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최근 언론에도 관리인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이후 현대, 대우, 기아차 구조조정이 되겠느냐”고 했다.
쌍용자동차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이명박 정부 지침을 받아 쌍용자동차를 마루타 삼아서 노동자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권인가? 열심히 일했을 뿐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또다른 구조조정 실험 무대로 삼으려고 한다.
이명박 정권 퇴진투쟁과 또다른 강력히 투쟁만이 우리 살 길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고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려고 한다. 상하이자동차 지분문제가 결정되기 전까지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공적자금 역시 한 푼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6월말을 큰 분수령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투쟁을 우리가 대신한다고 생각한다. 상하이자본에 부실경영 책임이 없다며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어 깨부수려고 한다. 우리 노동자들이 나서서 싸우고 찾아올 것이다.
△현재 공장 내에서 투쟁 중인 조합원들 규모, 사태 인식 정도와 분위기는 어떠한가?
=현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는 1,200~1,300여 명 조합원들이 공장을 지키며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심지어 중증우울증 증세도 많이 보인다. 그로 인한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노동조합이 우리 조합원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공장 자체가 여러 가지로 위험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생산시설을 지키며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노동자들을 때려잡는데 목적을 두고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급기야 우리 공장을 겁탈한다면 이후 우리 지도부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다. 두렵다.
만약 구사대가 침탈할 경우 우리는 저항하고 막아낼 것이다. 법정관리 상황에서 자금이 없다고 하면서도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합숙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창원 정비지회와 광주, 부산 등지에서 관리자들을 포함해 일부 조합원들을 강제동원하고 있다.
그런 비용을 지출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법원이 나서서 관제데모를 하라고 그런 것에 돈을 쓰라고 하는 이 나라에 도대체 법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회사는 유인물을 살포해 단협에 근거해서 정리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협은 쌍방이 있어야 존재하고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실무근이며 자신들만의 잣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한상균 지부장은 공장내 위험지역을 지키던 조합원들이 공권력 투입에 지도부 의지와 상관없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까 두렵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쌍용자동차지부를 이끄는 선봉장으로써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
=우리는 절박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당연히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어렵고 힘들게 싸우고 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여기까지 투쟁을 이끌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형제들의 고맙고 깊은 연대를 체험했다.
연대의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이끌어오지도, 지금까지 지탱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다. 이 투쟁이 실패하고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전체 조합원들을 모아내지 못한 지부의 책임일 것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또 승리한다면 그것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함께 연대해준 많은 분들의 힘으로 승리한 것임을 지부가 공식적으로 미리 밝혀둔다. 이후 현장 곳곳에는 연대의 흔적들이, 쌍용자동차지부의 역사와 함께 할 소중한 투쟁의 발자취로, 뜨거운 흔적으로 간직될 것이다.
늘 소리 없이 나서는 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함께 해 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할 노동형제들이 고맙다. 그 고맙고 감사한 연대의 힘과 기운은 자본의 위기를 일방적으로 전가 받는 노동자들, 정리해고가 자행되는 현장 곳곳에서 뜨겁게 진하게 함께 하는 동지애로 남아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