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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country Camping
 
 
 
카페 게시글
캠핑/여행 후기 스크랩 Day10-11. 노숙자의 순례길 TMB-뚜르드몽블랑/GR65-르퓌길/까미노 프랑스길
진갈(박진형) 추천 3 조회 2,103 17.02.13 02:31 댓글 74
게시글 본문내용


숙소 창가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약 먹고 푹~잤더니 한결 나아졌다는 미국 친구들


오뜨루트 트레일(The Haute Route)을 걷는 중인 미국인 트레커



오늘은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이루는 발므 고개를 넘어 락블랑까지 가볼 계획이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이루는 발므 고개는 샤모니에서 스위스 체르마트까지 이어지는 220km에 이르는 오뜨루트 트레일(The Haute Route)과 겹치는 구간이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12개 봉우리 중 10개 봉우리의 하단부와 두 개의 작은 빙하를 지나기 때문에 고난도 트레킹 코스에 속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있었다.

몸만 보면 오히려 청년인 나보다 젊어 보이는 올해 74세이신 프랑스 어르신 또한 이번 오뜨루트 종주가 20번째라고 하신다. 짧은 대화에서도 알프스와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전해졌다. 세월이 지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꼰대?가 될 확률이 다분하다.



미국 부모님과 함께


지금으로선 끝이 보이는 이 길이 아쉬울 뿐이다.


Col de Balme(2,191m) 도착


발므 산장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팔찌 선물


방학을 맞아 할머니의 일손을 돕는 손주들.


다시 프랑스 국경으로 넘어왔다


팔찌에 대한 답례로 받은 '콜라'




발므 고개에서는 몽블랑과 그랑조라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노라마같이 펼쳐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몽블랑을 배경으로 팔찌 인증샷을 보내온 깡은커플!!





칼날 능선을 지나다 보니 암벽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계속되는 뉴질랜드 친구들과의 인연




Le Lac Blanc(2,352m) 도착



알프스 염소 '아이벡스(IBEX)'


알프스의 침봉들



락블랑 정상은 맞은편 몽블랑 산군과 마주한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고생의 댓가 치곤 너무나도 과분한 광경이다.


알프스에서의 마지막 비박


락블랑 호숫가에 먼저 비박터를 구축했다.

잘 곳이 정해지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락블랑 호수를 바라보며


침낭을 깔고 쉬고 있는데 미국인 아버지가 맥주 한 잔을 건네신다.

락블랑 산장에서 미국인 부모님과 함께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숨은 비비색 찾기 1.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TMB 최고의 명당에서 바라본 몽블랑 산군.

TMB(Tour du Mont Blanc)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전적 장거리 도보 산행길로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를 거쳐 몽블랑(Mont Blanc 4810m)과 일대 산군을 중심으로 약 170km의 거리를 걷는 것으로 대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소요시간은 대략 약 10~13일 정도가 걸린다. 이 중 락블랑 산장에서 바라본 몽블랑의 풍경을 가히 최고라 생각한다.


숨은 비비색 찾기 2.


락블랑 산장은 비수기라도 예약은 필수다.

이곳은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평일에도 예약 없이는 틈도 없지만, 야영 장비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말 락블랑 한 곳만 보더라도 비싼 비행깃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내 생에 최고의 비박지


앵글을 확대해보니 내 작은 배낭과 침낭이 앙증맞다.

풍수지리의 명당 배산임수[背山臨水] 그리고 상쾌한 공기까지, 그동안 내가 노숙해본 장소 중 최고다.

이 모든걸 나 혼자서만 누리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리저리 나름의 작품을 남기느라 아낌없이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눌러대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그 선명한 화소의 자연미는 결코 표현하지 못하리라 여긴다.



호수에 담가놓았던 콜라가 금세 차가워졌다.

열흘간 TMB를 걸으며 식수, 빨래, 목욕, 수영, 냉장고 역할까지 정말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빙하수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낭만에 젖어 본 시간이다.

보는 자체만으로 그 아름다움이 연상된다.



1760년 샤모니를 처음 방문한 스위스의 자연과학자 소쉬르(Horace-Benedict de Saussure)는 식물채집을 위해 제네바를 출발해 100km를 걸어서 당시 외부와 거의 고립되어 심산 산골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샤모니에 도착한 후 매력적인 봉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채 웅장하고 아름다운 봉우리는 그가 여태 보지 못한 장대한 풍광이었다

"도대체 뭐지?, 저 흰 산은!"

몽블랑, 불어로 `Mont Blanc(흰색의 산)`이 세상에 알려지는 첫 순간이었다. 이로써 소쉬르는 자연과학자로서보다 몽블랑 발견자로서 후세에 자신의 이름을 두고두고 남기게 된다.

그의 말대로 정말 흰 산이 맞다. 미치도록 눈부신 몽블랑의 장엄함을 두 눈과 가슴에 새겨본다.




2016년 9월 4일

아침 해가 몽블랑에 비춘다.



몽블랑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나와 같은 날 하이킹을 시작한 친구들과 미국 부모님은 10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내일이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나는 총 90일간의 여정 중 이제 10일이 지났을 뿐이다. TMB를 순례길을 걷기 위한 체력훈련쯤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보여행길 중 하나이기에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러 오는 170km의 짧은 코스이지만 앞으로 1,700km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순례길을 더 걸어야 할 생각을 하니 떨리기도 하고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프랑스 중남부를 가로질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세상의 끝'이라 불리던 대서양의 묵시아(Muxia)까지 걸어갈 생각에 들떠있다. 앞으로의 위대한 여정을 응원이라도 하듯 침낭 밖 몽블랑은 묵묵히 나를 내려다본다.






TMB를 끝마치기에 이만큼 좋은 장소가 또 있을까? 그만큼 침낭 속에서 바라본 몽블랑의 일출과 일몰 그리고 밤새 쏟아지는 별들까지..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풍경들이었다.


부지런히 풀을 뜯는 '아이벡스'


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보살펴주던 뉴질랜드 친구들


"Oh~!! Park~!!"

오늘도 밖에서 노숙했니?
밤새 춥진 않았니?
아침은 챙겨 먹었니?

배고프지는 않니?
오늘도 혼자 걷니?
간식 좀 나눠줄까?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한다며 본인들의 행동식을 나눠준 고마운 친구들


나눌 것이 있을 때
가장 친한 신의 벗이 등을 돌렸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나눌 것이 있을 때 비로소
가장 친한 벗이 보인다.



늘 나를 걱정해주던 뉴질랜드 친구들

오늘을 끝으로 이들의 잔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지.

샤모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친구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내려가서 뒷풀이를 하고 싶었지만, 미국인 부모님들과 TMB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

뉴질랜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브레방 쪽으로 조금 더 산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샤모니로 내려가는 사람들


샤모니가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식사



샤모니로 내려가기 전 TMB의 마무리를 미국인 부모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동안 물적,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인생 상담까지, 오늘만큼은 미국인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부모님이 계산하셔서 속상했다.

내가 속상해하자 어머님이 조용히 말씀하신다.

"우리에게 받은 것들을 네가 이다음에 나이가 들고, 능력 있는 어른이 되어서 우리 자식 세대에게 베풀어줬으면 좋겠어."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워."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알아가는 과정들

몽블랑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은 내겐 위대한 유산과도 같았다.



미국인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샤모니 시내로 내려오니,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나를 반겨준다.

둘째날 본옴므 산장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된 깡은커플과 이스라엘 친구들, 아들과 함께 전 세계의 트레일을 누비던 이스라엘 부자지간, 그리고 바텐더를 하고 있는 포르투갈 친구까지




TMB 완주를 자축하기 위해 그 비싸다는 샤모니의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비싼 건 다 시켜야지!!'



불어 공부를 해야겠다.. 나는 분명히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육회에 감자튀김이라니..




파티를 마치고 '알펜로제'라는 한인 숙소에 들어왔다. 많은 이들이 에귀디미디 전망대를 올라보길 제안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면 그 감동은 절반도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전적 여유가 있었다면 고민 없이 케이블카를 탔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유로운 내 두발로 몽블랑을 오르고 싶었다.

나중에 노인이 되서 목발을 짚게 되면 그때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를 올라볼까 한다.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로 남겨둔다.

열흘간의 기억을 되돌아봤을때 재밌는건 이곳에서의 지출 내역이다. "너는 어디 가서도 굶어죽진 않을 거야"라며 친구들이 농담삼아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눈 감아도 머릿속에는 모든 루트들이 훤하다. 그동안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TMB였지만 이제는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내일 이곳을 떠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이곳에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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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7.02.13 20:06

    그동안 TMB 후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절대 짧은 후기가 아닌데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후기 작성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

  • 17.02.14 13:47

    다음 후기도 기대할께요^^
    10키로 이하라…미니멀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나 봅니다 20키로에 머물고 있으니 많이 반성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17.02.14 13:52

    10kg대로 맞추려면 정말 많은 편리한것들을 포기해야합니다ㅠㅠ 개인적으로 국내에서의 산행은 2박을 넘지 않기때문에 20kg의 무게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 17.02.14 16:13

    넘 잘봤습니다
    넘넘 멋지네요 ㅎㅎ

  • 작성자 17.02.14 16:33

    감사드립니다 ^^~~

  • 17.02.15 09:59

    젊음의 패기, 도전을 응원합니다~
    많이많이 부럽네요~

  • 작성자 17.02.15 10:00

    감사합니다 ^^~~

  • 17.02.15 16:48

    정말 멋진 청년이다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고3 올라가는 제아들에게 정독 시켰습니다.^^

  • 작성자 17.02.15 17:10

    ㅎㅎㅎ영광입니다 ^^~~ 부족한 후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스키님 ^^~~

  • 17.02.15 18:00

    수고많으셨습니다 ~~ 좋은 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선답자의 후기를 보면서 가야 할 길을 가늠해보고 최적의 산행을 찾아보지요..
    님의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늘 즐겁고 행복한 산행 되시길 바랍니다 ~^^

  • 작성자 17.02.15 18:04

    그동안 긴 후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17.02.16 10:08

    와~~ 멋집니다.
    누구나 한번은 해보고 싶어하는 여정이 아닌가 싶어요. 1편부터 정신없이 봤어요~~^^

  • 작성자 17.02.16 10:57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후기로 남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 17.02.16 11:43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함꼐하길~
    잘 봤습니다~~~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

  • 작성자 17.02.16 12:02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 17.02.16 14:24

    와~~ 이 멋진곳은 다녀 오셨어도 또 가보고 싶으시겠어요.
    계속 궁금해져요~

  • 작성자 17.02.16 15:00

    네.. 다시 가고싶어요ㅠㅠ

  • 17.02.16 14:32

    프랑스길은 다녀왔지만 이제 그 길을 걷겠네요. 다시 볼 생각에 빨리 다음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

  • 작성자 17.02.16 15:01

    감사드립니다^^~~프랑스길도 또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 17.02.16 15:32

    오랫만에 들어와 글제목을 훑어 보던중 노숙자의 순례길이 눈에 들어와
    1일차부터 11일차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읽었습니다.
    너무 재밋고 산과 사람들 사진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좋은글 게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MB를 걷던 도전정신과 실행력이 있다면 인생살이 에서도 성공하시리라 믿습니다.
    90일 여정중 90%가 남아 있어 더욱 기대됩니다.

  • 작성자 17.02.20 11:55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따뜻님 ^^~~
    기분좋은 한주 되세요!! ^^~~

  • 17.02.18 16:48

    나머지 90%의 글들도 기대를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아니 할 수도 없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열심히 살았고 이제 그런 용기를 내보지만 실천에 옮기기도 쉽지 않은 나에대해서 부끄럽기만 하네요
    하여간 기대를 하면서 기다려 봅니다.

  • 작성자 17.02.20 11:56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의 후기들은 좀 밋밋하고 지루하겠지만, 재미로 봐주세요 ^^~~

  • 17.02.20 12:23

    후기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전편부터 다시보기를 했네요...ㅎ
    작년 대간을 끝내고 허전 했던마음 멋진 TMB 후기를 보면서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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