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까치집
임동확
단지 외로워서 제 몸에서 송곳니처럼 뻗은 가지들이 필시 그 외로움으로 한 계절을 같이 해온 무성한 이파리들 그러나 일찍이 병든 이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긴 손을 뻗은 채 서 있는 궁산 기슭의 서어나무 한 그루 뱀의 혓바닥 같은 연이은 참사를 몰고 온 여름의 폭풍에도 마냥 꺾일 듯 쓰러졌다가 일어서길 반복하며 해마다 알을 품고 새끼쳐나가는 까치집을 몇 년째 붙들고 있다 바짝 허리춤을 잡힌 채 끌려가는 청년처럼 팔이 꺾이고, 급기야 제 팔다리가 찢겨나가도 상관없다는 듯 뒤흔들어대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재난 같은 돌풍 속에서도 마침내 그러다가 뒤집혀 그 뿌리까지 뽑힌다고 해도, 한 가닥 투정도 없이 온전히 운명의 품에 내맡긴 채 스스로조차 어찌할 바 모르는 바람의 본성에 따라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나무의 지혜에 충실하게 어쩌면 그 누구도 구원을 확신하지 못하는 비탄의 시간, 어떤 불행에도 요동하지 않는 예감과 명랑의 나뭇가지로 하나하나 입으로 물어날라 쌓아올린 겨울 까치들의 둥지가
―계간 《詩로여는세상》 2023년 겨울호 ----------------------- 임동확 / 1959년 전남 광산 출생. 서강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1987년 시집 『매장시편』으로 등단. 시집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누군가 나를 간절히 부를 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