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틀 전인 지난 6월 2일. 박 대통령은 새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국민에게 ‘중간보고’를 한다. ‘불통대통령’으로서 이런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새총리 두 요건 ‘개혁 적임자’ ‘국민이 요구하는 사람’
안대희 총리내정자가 ‘20억 전·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하자 선거결과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 개혁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찾고 있다"
이렇게 말한 8일 뒤, 선거 끝난 지 6일 만에 박 대통령은 새 총리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박근혜 발언’에 ‘문창극 내정’을 대입하면 이런 말이 된다.
‘문창극 후보자는 개혁의 적임자인 동시에 국민이 요구하는 인물이다.’
중요한 단서가 쥐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이란 어떤 것이며 ‘국민’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확실한 단서가 던져진 셈이다. 문창극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과 ‘국민’이 무엇인지 그려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쪽은 ‘박수’, 다른 쪽은 ‘분노’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보수신문 간부출신 문창극 후보자. 그는 한쪽 편을 드는 기사와 칼럼만 써온 수구논객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의 귀를 더럽히고 격을 낮추는 대통령”이라고 조롱한 반면, 새누리당의 승리와 박 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서는 “나라의 복” “하늘이 내린 평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직후에도 “비자금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안타깝다”고 비난했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는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것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는 것도 필요도 없다는 극단적 주장이다. 그러면서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외치며 독재자를 찬양하는 ‘박정희기념재단’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세종시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하며 “충청도 사람들의 욕망이 가세한 것”이라고 의미를 폄하했고, 국가 추념일로 지정된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사태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해온 사람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복지·대북정책에는 최고 수위의 비난을 퍼부으면서, 여당과 수구세력의 주장에는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친일수구세력 대변해온 반공 극우주의자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그의 주장은 일본 극우세력들의 망동과 진배없다. “조선민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이씨 조선 시대부터 게을렀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이웃인 건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신 지정학적 축복”이라고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보다 더 아베답다. “위안부 배상문제는 이미 40년전에 끝났다”며 “배상문제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어느 정도 친일사관에 젖어 있는지 알만하다.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입으로 과거문제를 말하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하며 친일파 윤치호를 “한국어 아닌 영어로 일기를 쓰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운다.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하고 남에게 신세지는 것이 조선민족의 DNA"라고 말하면서 일제 식민지배를 극구 정당화하는 왜곡된 수구언론인. 그가 문창극이다.
“일본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남북 분단은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뜻’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기독교 극단세력들이 주장하는 ‘궤설’ 중 하나다. 이 ‘궤설’은 유대민족을 한민족으로 치환시키는 모순에서 출발한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문창극 류'를 대변해온 정당이다>
이스라엘 사관과 일제사관 동원해 한민족을 폄하하는 ‘문창극 류’
하나님의 뜻을 거역해 이민족으로부터 주권을 빼앗긴 유대민족의 역사를 ‘일제식민지배’로 풀이하고, 불신앙과 탐욕으로 분열됐던 이스라엘의 역사 한 부분을 ‘남북분단’에 빗대는 이러한 주장은 ‘유대사관’을 그대로 우리민족 역사에 복기에 놓은 것에 불과하다. ‘유대사관’과 ‘일제사관’을 동원해 우리민족을 한없이 비참하게 만들려는 ‘문창극 류’의 의도가 뭘까.
우리 민족과 국민들의 속성을 무능하고 게으르고 의존적이라고 단정할 경우, 이런 가설을 세운 이들은 단박에 국민들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위치가 된다. 게다가 무능을 다스리고, 게으름을 척결하고, 의존적 성향을 개조해야 한다는 명분까지 쥐게 된다. 이런 명분이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문창극 류’를 만들어 왔다. 친일 친독재 성향의 수구세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볼 때 ‘국가개조’는 그 자체가 반민주적이다.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로 이뤄진다. 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때문에 국가개조는 곧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국가개조의 행위자가 되려면 국민을 끝없이 낮추고 억압함으로써 국민위에 군림해야 가능하다.
<DJ-노무현 비난, 친일 수구세력 두둔 등 특정정파에 치우친 문창극 칼럼>
박근혜 ‘국가개조론’과 일맥상통
이번 문창극 총리 내정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아닌 김기춘 비서실장의 ‘작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단 박정희기념재단에서 김 실장은 이사장으로, 문 후보자는 이사로 함께 했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들을 멀리하고 외면하는 성향이다. 이에 비춰본다면 ‘문창극 카드’는 매우 이례적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행할 때 문 후보자는 컬럼을 통해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조롱에 가까운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 정치를 원하는데 가정을 꾸려본 경험이 없는 박후보 아닌가” “그녀(박근혜 후보)는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도 발표하지도 않는다”며 비난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김기춘 실장이 문 후보자를 총리로 천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박정희기념재단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신을 비난한 사람을 곁에 둔다는 건 ‘박근혜 스타일’이 아니다.
‘개혁’은 ‘국민개조’, ‘국민’은 ‘방향에 맞게 바로잡아야 할 대상’
박 정권이 아니라 ‘김기춘-박근혜 정권’이라는 건 알만한 이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김기춘 박근혜 정권’이 문창극이라는 인물을 총리로 내세운 이유가 뭘까. ‘나름의 개혁’과 ‘나름의 국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바지 총리’를 내세워 눈가림 한 뒤 ‘강력한 친정’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춘-박근혜 정권’이 내세우는 ‘개혁’과 ‘국민’이 어떤 것인지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개혁’은 국민 개조를 의미하고, '국민'은 자신들의 방향에 맞도록 바뀌어야 할 개조 대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게 ‘바지총리 문창극 카드’ 뒤에 숨겨진 의도다.
'문창극 지명'의 정치적 노림수가 분명해졌다. 친일 친독재를 추종하는 당파만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세력은 척살대상으로, 따라오지 않은 국민은 개조대상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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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주르디 원문보기 글쓴이: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