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진정한 북한소설 맛보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읽은 북한 작가의 소설이 뭐가 있었더라.
작년 여름에 읽은 림종상의 <사육신> 뿐인 것 같다.
두번째로 북한소설을 접한 것이 바로 <군바바>이다.
이번 것은 전후세대의 작가가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의 지은이 김혜성은 1973년생으로,
전후세대 젊은 작가이다.
이 책은 인용부호 등 문장 부호와 띄어쓰기만 남한식으로 수정하였고,
나머지 모든 어휘의 표기는 북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은 1907년 서울이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말 속에는
북한말씨가 들어 있어 재미있다.
그리고 남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북한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권에 뒷부분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 북한말에 대한 뜻풀이를 부록으로 싣고 있다.
간혹 문맥상으로도 뜻을 유추하지 못하거나 정확한 뜻을 알고자 할때
그 뜻풀이를 보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그녀'가 없다.
소설 속에 여자 주인공이 안나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3인칭 여성 대명사인 '그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남자, 여자 공히 3인칭 대명사로 '그'를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원래부터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녀'를 사용한 것은 영어의 'she'를 해석하다보니
'그녀'를 사용하게 된 것이지 예전에는 3인칭 대명사로는 '그' 하나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그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이상은 평생을 우리말 사랑에 힘쓰시다간 이오덕 선생의 책에서 알게된 것이다.
1. 대한제국 군대해산과 일본의 음모
이 책의 부제는 "대한제국 군대해산과 일본의 음모"이다.
시대적 배경은 을사늑약이 맺어진 얼마 후,
일본은 대한제국의 국가를 분해하려는 작전에 들어간다.
그중에 하나가 군대해산이다.
일본의 그런 계략과
일부 친일의 썩은 내 나는 삶을 산 사람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대한제국을 향한 애국심이 불타는 사람들을 그린 것이 이 소설이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단 한줄 '군대 해산'이라고 암기했던 그 내막에는
우리 조상들의 처철한 항거가 있었고,
불타는 애국심이 있었고,
끝까지 군대를 지키다가 희생한 뜨거운 피가 있었다.
2. 때는 1907년
1907년 어느날
육군 을사늑약의 을사오적 중 한명인 군부대신 권중현 신변이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고
서울 시위대 1련대 1대대가 야밤에 비상소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상소집한 군인들의 다같은 생각은 왜 우리가
백성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을사오적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란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서울 시위대 1련대 1대대의 소대장인
권기홍과 남상덕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륙군연성학교를 졸업하고,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이 군인이 된 이유는 다르지만,
을사오적과 일본에 대항하여 강력한 대한제국의 군인이 되는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그것만이 무너져가는 대한제국이 살 길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대대장 박성환도 같은 생각이고,
참모총장으로 있는 량성환도 같은 생각이다.
권기홍의 누이 권순실은 청계천에서 '청계천술집'을 하고 있고,
그 집에서 일하고 있는 여급 희숙은 권기홍의 약혼녀이다.
기홍과 상덕은 가끔 순실의 선술집에서 술한잔을 하곤 하는데,
그 선술집 옆에 들어선 사쿠라 다방의 횡포를 알게 된다.
처음에는 참고 넘기려 했으나 사쿠라 다방의 주인 요사코의 계략으로
청계천 술집이 사쿠라다방에 넘어가게 되었다.
기홍과 상덕은 이를 따지러 관아에 갔지만,
도리어 그들이 통감부에 붙잡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된 참모국장 량성환과 대대장 박성환은
군인이 경찰에 잡힌 것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통감부를 찾아가
기홍과 상덕을 육군감옥으로 이송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육군감옥에서 김태진이란 자를 만난다.
김태진은 일본군에게 넘겨지는 군량비를 빼돌린 죄로 옥살이를 5년째하고 있었다.
3. 작전 시작
통감부의 이등박문과 노쯔는 대한제국의 군대를 와해할 목적으로
첩자를 두기로 하는데, 이에 김태진이 지목된다.
고종의 태자비 결혼을 맞이하여 사면령이 실시되는데,
이때 상덕과 기홍 뿐만 아니라 본인도 예상치 못한 김태진도 풀려나게 된다.
원래 군량비를 빼돌린 죄는 참형인데,
시국이 불안해서 옥살이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사면이 되었으니
본인도 놀라게 된 것이다.
풀려난 태진에게 일본인 노쯔가 찾아와 유혹 반, 협박 반으로
일본의 손발이 될 것을 명령하고 태진은 이를 허락한다.
그리고 곧바로 그는 시위대 대대장으로 발탁되어 주위 사람들을 다시한번 놀라게 되고,
그의 승진을 날개를 달아 곧 시위대 련대장까지 올라가게 된다.
4. 상덕의 사랑
한편 상덕은 어느날 불쑥 찾아온 죽송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죽송과 상덕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오빠 동생하며 같이 자라났다.
죽송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서울로 올라와
<대한매일신문>의 발행인인 량기탁의 집에 기거하면서 공부를 하였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그는 을사오적을 비롯한 친일파와 일본관리들을 죽이려고 조직된
150인 테로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상덕에게도 비밀이었고,
이것 때문에 상덕의 사랑을 알고, 자신도 상덕을 사랑했지만,
그는 애써 외면하려고 하였다.
5. 군의 현대화
한편 군대에서의 상덕은 올곧은 성격 때문에 자주 일본 조교 교관과 주먹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상덕, 박성환 등은 우리 군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뿐이다.
군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탄환 공급 등 일본의 협조가 있어야 하지만,
일본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실탄사격훈련을 금하게 된다.
참모총장 량성환도 이런 군의 현대화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친일파인 군부대신과 대립을 자주 보인다.
이에 군부대신은 통감인 이등박문 등과 함께 계략을 벌여
량성환을 참모총장 자리에서 몰아내게 된다.
6. 국채보상운동
당시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긴 이유는
일본에게 빚을 지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빚을 갚으면 다시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노력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것이 바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모든 백성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을사늑약 이후 많은 신문들이 폐간되었는데,
영국과 친분이 있었던 일본이 영국인이 경영하는 신문까지는 폐간시키지 못했다.
그 신문이 바로 영국인 베델이 경영하는 <대한매일신문>이었다.
이 신문은 일본의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량기탁에 의해 연일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우연히 상덕과 기홍도 이 신문을 보게 되고,
상덕은 <대한매일신문>의 발행인 량기탁을 찾아가게 된다.
책제목 : 군바바 1
지은이 : 김혜성
펴낸곳 : 대훈
펴낸날 : 2007년 5월 18일
독서기간: 2007.7.04 - 2007.7.06
페이지: 293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