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너머 나눔과 섬김 실천
23명 회원 매주 월요일 2시간씩 구슬땀 실력 프로급
경연대회 입상‧축제장 단골손님…3개국 해외초청 공연
4일 밤 8시 어양동 중부교회 2층. 황홀하고 신비로운 악기 소리가 한여름 밤 교회 전체를 수놓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가곡 합창소리가 기타 비슷한 음색과 함께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가냘픈 소리 연주 삼매경 빠진 주인공은 ‘예찬 크로마하프’ 동호회(단장 박해영‧55‧성일고 교사). 마치 아기를 품은 듯 악기를 안고 연주에 몰두하는 23명 회원들의 모습이 금세 친근감이 든다. 36줄로 된 현에서 튕겨져 나오는 신비한 음색은 ‘천상의 선율’ 그 자체였다.
청일점인 박해영 단장은 “크로마하프는 아기를 안은 듯 악기를 가슴에 안고 연주해 여성들이 다루기 가장 알맞은 악기다. 현은 36줄로 많지만 기타와 달리 한 줄만 짚어 음을 내므로 연주하기도 쉽다”며 “연주 할 때 긴장하며 자세를 곧추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여성 요실금이 사라질 수 있고, 건강에도 최고”라고 크로마하프 애찬론을 쏟아냈다.
‘예찬 크로마하프’ 동호회는 2003년 10월 박 단장과 최성숙 강사(59)가 크로마하프를 좋아하는 여성 7명을 모아 함께 연주하고 음악봉사를 하기 위해 창단했다. 창단 멤버 모두 기독교 신자라 이름은 ‘예찬’으로 지었다. 23명의 회원을 둔 지금은 천주교 등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악기는 70만 원 정도.
크로마하프를 켜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어김없이 어양동 중부교회 연습실에 모여 함께 악기를 튕기고 있다. 박건종 원로목사와 나명환 담임목사가 떠돌이(?) 신세인 회원들에게 기꺼이 연습실을 내주었다.
회원들 교육은 최성숙 강사가 맡고 있다.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연주 실력이 빼어나다. 노래는 복음가수인 문미례 씨(57)가 지도한다.
열성파 단원으론 민소망(55), 김명순(42), 김복례(58), 임순애(53), 김수정 씨(53)가 있다. 강미애, 황은희, 김재선, 조정숙, 정순희, 김선리, 박기남 등 실력파 단원들도 바쁜 일상을 뒤로 한 채 개근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단원들 평균 나이는 50대 초반. 나이가 든 만큼 서로 배려하고 칭찬도 아끼지 않아 항상 웃음꽃이 피고, 우애 또한 각별하다.
단원들은 여행사 사장에서 회사원, 미용실 원장, 요양보호사, 약사, 기업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그늘진 이웃을 위한 음악봉사도 활발하다. 노인 위문 공연을 비롯해 국화축제, 열린 음악회, 학교 행사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달려간다.
창단 12년째인 이들은 실력도 만만찮다. 2007년 경연대회 금상을 비롯해 국화축제 최고상 을 받았다. 이들은 11일~14일 3박4일간 홍콩‧마카오‧중국 등 3개국 초청 공연을 떠난다.
박 단장은 “크로마하프를 위주로 40명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게 꿈이다. 그리고 초중고‧대학 방과 후 과목으로 크로마하프를 개설해 저변확대를 꾀하고 싶다”며 “우리 동호회에서 지도자를 양성해 파견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