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전국고교 축구대회 '백록기'는 23년 전통과 드라마틱한 경기, 예측불가능한 순위, 축구유망주들의 가능성 검증의 기회 등의 매력으로 한국 축구 역사의 '신화'가 됐다. 백록기 개막을 이틀 앞둔 16일 서귀포시 걸매A구장에서 군산 제일고 학생들이 모여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 | |
23년 역사 우리나라 축구 역사 한 축으로 자리매김 긍정 기억의 반복…열정으로 써낸 드라마 '내일'확인 12년 격차 스승제자 한 무대.가능성 검증 기회 눈길 "삐~~익"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초록 그라운드를 가로지른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이내 거친 호흡과 굵은 땀방울로 바뀐다. 유럽 프리미엄리그나 월드컵 같은 형형색색 응원기의 물결과 귀청이 터질 것 같은 북소리는 없지만 패기만큼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백록기' 그 열전의 현장이 시작됐다. '백록기'는 이제 우리나라 축구 역사의 '신화'다. 백록기는 지난 1993년 시작돼 20여년에 걸쳐 지역 체육사의 한 축을 만들었다. 그냥 횟수만 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축구의 '오늘'을 보고 '내일'을 확인하는 자리로 손색이 없다. '신화' 타이틀이 몸에 맞는 이유도 분명하다. 어느 신화에서건 나라나 절세 미녀를 구한 영웅만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다. 신화의 순간순간을 만들어낸 모든 이가 영웅이고, 그들이 써낸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전해지며 신화가 된다.
1996년 제4회 백록기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은 당시 오현고 2학년 미드필더 현종협 선수(36·수원삼성블루윙즈 안성센터감독)였다. '찬스'에 강했던 현 선수는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대회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의 꿈은 아쉽게도 준결승 문턱에서 좌절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의 길을 밟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섬 속 섬'출신 스트라이커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다. 당시 오현중 축구부를 이끌었던 현종협 감독은 지동원 선수의 잠재력을 읽었다. '찬스'에 강한 면모가 발휘된 순간이다. 현 감독은 지 선수를 품에 안는 대신 '더 큰 무대'를 향해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섬을 떠났던 지 선수는 2008년 고향 무대에서 스승을 향한 사은의 축포를 쏘아 올린다. 제16회 대회에서 6골을 기록하며 소속팀인 광양제철고(전남)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살아가면서 스승과 제자가 '12년'이란 시간을 넘어 '같은 무대'를 달굴 수 있는 기회가 과연 몇 번이나 될까.
또 하나 백록기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주연'이 미리 낙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선천적 재능보다 꾸준한 노력이 대가를 만든다는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Hours Rule)'을 확인한 주인공 남기벽 선수(경기 용호고)는 지난 2012년 첫 백록기 U-17대회 득점왕으로 팀의 이름 옆에 '초대 챔프'를 각인하며 고교 전국대회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2년 뒤인 2014년 '3학년 주전'으로 백록기에 선 그는 '대회 4000호골'주인공으로 백록기 신화의 한 줄이 됐다.
그들을 향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축구를, 백록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긍정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그것이 다시 '백록기 신화'가 된다는 진리를.고 미·한 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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