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면 보인다. 얻으면 안도하고 버리면 편안해진다. 오면 가버리고 가버리면 고요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오후시간 정동 길을 걸어 회관 3층을 다녀왔다. 소취하 동의서를 제출하기 위한 날인을 목적으로 다녀온 것이다. 상대가 소 취하를 한 후 2주만 기다려도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지만 빠르게 소송의 종국을 얻고 싶어 결행한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일은 하루속히 씻어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오랜 삶의 철학이었다. 법적으로 재단법인에 속한 것이 바로 글라라의 집이다. 그러니 법원에 둘러대며 글라라의 집을 지키기 위하여 나선 처지인 나로서는 재단법인 측으로부터 토지분쟁 행위에 대한 위임장을 받기 위하여 방문하게 된 것이다. 법인 인감을 받은 후 소취하동의서 하단에 날인을 받고 이어서 나의 아름과 주민번호와, 주소가 적시된 위임받는 자 옆에 나의 도장을 찍고 그 아래 위임하는 법인 인감도장을 날인을 받고 그 아래에 상기 인에게 법원에 소 취하 동의서 등 관련 서류제출 업무를 위임합니다. 적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하단 우측 모퉁이에 년월일을 적어 넣고 재단법인명 옆에 붙여서 법인 인감을 날인받는 것으로 서류를 완성하였다. 법인 직원의 협조를 받아 서류작성을 끝 낸 후 지하 성전을 잠시 들렀다. 좌측 구석에 어느 자매가 기도 중이었다. 방해를 피하려 까치걸음으로 이동하여 우측에 앉아 화살기도를 추슬렀다. 드디어 종국의 기회를 주신 사랑에 만족합니다. 동안 반복적으로 몰려왔던 거친 마음과 다 틈의 분노를 다 내려놓으니 노도 같은 강물에 보태어 다 떠내려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평화의 시간으로 저를 행복하게 하시옵소서~~ 그리고 일어섰다. 정동 길에 펼쳐진 훅하는 여름 열기는 숯가마를 많이 닮았다. 그러나 마음은 냉철한 포용이 감싸 안았다. 삼거리를 접근하면 보이는 덕수궁 돌담 길, 조선 한말의 비애가 다가와 다가가고 싶지 않은 궁궐이 덕수궁이다. 담벼락 맞은편에는 법원이 줄 비하던 곳이다. 판사(判事)는 판단(判斷) 하며 검사(檢査)는 檢證하고 변호사(辯護士)는 둘러대며 선봉에 서서 공격을 막는 일이다. 옛 법조 거리를 걸으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다.
수평저울은 법의 균형(공평)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법원이 심벌로 사용하고 대법원 중앙홀 벽면에 새워 놓은 정의의 여신상은 한복을 입고 오른손에 수평저울을 왼손에는 법전을 껴안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은 우리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서양의 정의의 여인상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오른손은 수평저울을 들고 왼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수평저울의 의미는 공평을 뜻하는 것이라 이해가 되지만 칼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수평저울의 수평을 구축하는 힘을 표현한 것이다. 힘이 없다면 공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공평이 없는 힘은 폭력 수단이다. 법의 정의는 공정한 판단과 단호한 힘의 집행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정의 여신상은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려면은 사법부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하여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정의의 여신상이다. 진실의 수호자이기 때문에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동선을 어떻게 잡을까? 뿌린 비가 마르면서 지열과 겹쳐 후끈거렸다. 그때 지하보도가 생각났다. 냉방시설도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걷기로 마음먹고 소요시간 예상대로 필요한 장소에 연결된 이음 통로를 통해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개찰구를 이용하여 전철에 올랐다. 그리고 오후 일정이 잡혀 있던 계획에 따라 사람을 만났다.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한 후 내일 법원에 들러 처리할 서류들을 다시 확인한 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서류가방에 넣어 두었다.
요즈음 산책시간을 이른 아침시간 때로 끌어 다 놓았다. 저녁시간에는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어중간한 시간 때에는 더위가 심신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선택한 시간이 아침 6시경이다. 모처럼 풍광이 아름다운 날이다. 밤새 내렸던 비는 온전히 사라지고 숲 길에 여러 가지 흔적을 남겨 놓았다. 흙이 씻겨 내려가면서 야트막한 둔덕 아래에 쌓아 놓은 마사토가 참 깨끗하다. 물이 부린 재주 덕분이다. 넘치면 재앙이지만 적당하면 예술적 소양을 지니고 있는 것이 물의 속성이다. 없던 물길도 생겼다. 상수리나무 가지들이 많이 부러져 숲 길에 나뒹굴고 있었다. 폭 우성 소나기와 모진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약 8.5km를 충실하게 걷는 것으로 자신에게 약속을 걸어 두었다. 스스로 약속해 두면 여간하여 변경하지 않는 성격이라 스스로 지속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 신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틀어진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면은 최소한 6개월 이상 노력을 해야 비슷해진다. 다른 때와 몸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 바로 관리에 들어가야 회복이 빨라지지 조금 게으름만 피어도 회복의 속도는 더뎌지는 것이다. 기초 대사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며 노년에는 반응이 늦기 때문에 생기는 고초다 그리고 휘리 릭 매시간 달아나는 근육의 속도도 몸관리에 많은 제약을 주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천천히 꾸준히 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 걸음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와 외출채비를 차렸다. 서류가방을 다시 확인하고 신분증 확인 한 후 차를 몰고 달렸다. 미리 동선을 챙긴 덕분에 출근시간 때인 데도 정체 없이 강을 건너 다산마을로 갈 수 있었다. 의정부법원 남양주 지원이 다산 신도시에 생겨 방문하게 된 것이다. 똑같은 건물 두 동이 나란히 서있다. 건물 사이로 회랑과 같은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민원인 주차장도 넓다. 양 건물 중앙에 위치한 로비 북문을 이용하여 실내로 들어선 후 서류제출을 신속하게 끝내었다. 만감이 교차되었다. 오른손으로 증여를 만들어 놓고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다시 왼손으로 받아 소송과 여러 고초 끝에 매듭을 짓게 된 것이다. 올바른 매듭을 짓고 나면 참 마음이 가볍게 변하게 된다. 마음이 가벼우면 날아갈 듯한 비상의 자유로움을 얻게 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상쾌함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잔존하는 작업이 있어 마석으로 차를 다시 몰았다. 도착하니 반갑게 맞이해 준다. 늘 한결같이 소송건에 대하여 진행과 관련된 일을 알려준다.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기 생소하지 않다. 마침 점심때라 마석식구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으며 매일 변해가는 어른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식사 후 밖으로 나와 차에서 작업자재를 내린 후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고라니 방지 울타리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마석 식구들이 먹을 야채, 고라니들이 밤에 몰려와 먹어 치우는 바람에 손실이 크다. 고라니들은 인간이 먹는 것은 다 먹는다. 고구마 순을 거의 잘라먹어 결실에 많은 지장을 줄 것 같다. 그래도 지금부터 관리를 제대로 하면 늦지 않는다. 100m 울타리를 끝내자 오후 5시경이 되었다. 더 늦으면 정체로 고생하게 된다. 서둘러 장비를 정비하여 차에 실은 후 양양고속도로에 달라붙었다. 휴가철이라 가장 분주한 도로가 양양고속도로다. 당분간 폭염을 피하기 위하여 휴식기를 갖겠다고 통보해 두었다. 강변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삼각산과 그 맥이 상하로 이어지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일은 정기 산행이 있는 날이다. 악우들과의 만남 술이 질펀해지는 날이다. 나는 분명한 절주를 가질 계획이다. 저 녘 빛은 낮으면서 꼬리가 길다. 좌회전 후 빛을 외면할 수 있는 길이라 시야가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핸들을 돌렸다. 하루가 또 이렇게 나의 곁을 떠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떠 오를 태양 그만큼 또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다. 소중하게 받고 이용해야 한다.
감사함도 잊지 말고~~~ 음~~ 여름이면 늘 듣던 곡이 떠 올랐다. 해변의 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