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거주기 2
일인 가구
2015-01-15
어제는 신임 원장들을 위한 직무교육에 전임 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 경험을 나누어 달라는 관구장의 부탁을 받고 그 준비를 하다가 오후에는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여러 번 동네를 돌며 생활에 필요한 곳들을 찾아놓았었다. 전통시장, 마트, 은행, 목욕탕, 세탁소, 컴퓨터가게 그리고 가끔 즐겨먹는 떡볶이 집까지. 이제 웬만큼 생활에 필요한 곳들은 다 수배해 놓았다. 그래서 오늘은 철길이 가로막혀 있어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독산동역 서편을 가보기로 했다.
이 지역에는 금형공장들이 참 많다. 걸어 다니다보면 공장 간판에 이러저러한 부품들을 생산하고 조립한다는 타이틀들이 있는데 저게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쓰는 것인지, 한국말로 씌어 있어도 내겐 생소한 외국어나 마찬가지다. 이과 계통엔 문외한이라! 공장 주변에선 기계음만 들리고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공장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어떤 쓸쓸함 또는 삭막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이 나쁘지 않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화려한 도심 한 복판이 아니라 이것이 우리 삶의 현실이라고 일러주는 것 같다. 이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삭막함을 삶 안에서 느낄 때,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걷다보니 안양천이 나오고 서울 둘레길 표지가 나타난다. 개강하기 전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둘러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금천역을 통과하는 고가를 건너, 길 건너편에 자리한 금천구청을 둘러보았다. 관공서들을 볼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한국에서 대기업을 빼고 그 지역의 으리으리한 건물들 가운데 하나가 관청이다. 그 규모라든가 시설이 가끔은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심하게 말하면, 가난한 서민들은 감히 들어서기 어렵고 기죽기 딱 알맞게 건물들을 지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위화감을 일단 내려놓고 관청을 찾아가 보면, 생활에 유용한 여러 정보나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낯선 곳에 가서 살게 될 때면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지나칠 때 가급적 꼭 들러본다. 금천구청의 도서관과 학습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걸어서 독산동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까 아득하고 피곤하여 전철을 타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배가 고팠다. 그래서 전철역 앞 광장 포장마차에 들렀다. 포장마차에 들르면 항상 고민이다. 떡볶이를 먹을까? 어묵을 먹을까? 둘 다 먹고 싶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혼자서는 그걸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홀로 생활의 애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둘이나 셋이면 적당한데, 혼자서는 뭘 사도 거의 항상 남는다. 그것도 애매하게! 둘이서는 조금 부족한 듯 하고 혼자서는 항상 남는다. 일반인에 비해 작은 내 식사량도 문제가 있겠지만, 어떨 땐 이것이 고도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음모론을 품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저러한 사유로 일인 가정이 많이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배려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떡볶이를 포기하고 어묵을 먹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어묵에 맹물을 두어 차례 붓는다. 더 물 타기 전에 얼른 종이컵에 국물을 따라 두었다
첫댓글 그럼, 이렇게 물어보시지......
섞어서 1 인분되요, 그래도 잘 해주던데요,
이제사 혼자 사는 어려움을 바우압바께서도 아셨으리라~~
살다 보면 요령도 생겨요,
지난 번 종로에서 주문한 떡볶이 다 못먹어서 싸달라고 했더니
덤까지 얹어서 한 사발을 만들어 싸주시더라구요,
그 다음날까지 먹느라 수고로웠지만
아주머니의 사랑을 마다할 수가 없었답니다.
전, 덤으로 뭘 더 받는 것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버리게 될 경우 이중으로 죄를 지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