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제과업체들이 인기 과자의 정가는 유지하면서 양을 크게 줄이는 편법으로 값을 올리고 있다. 양을 줄이면서 오히려 값을 올린 제품도 있다.
1일 경향신문이 서울시내 주요 할인점을 대상으로 과자값을 조사한 결과 해태제과 맛동산의 경우 1999년 120g에 500원이던 것이 2000년에는 121g에 700원으로 올랐다. 용량을 1g 늘리면서 값은 40%나 인상한 것이다. 또 2003년부터는 값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110g으로 11g 줄여 사실상 값을 9% 이상 올렸다.
해태제과 에이스도 값은 500원으로 10년간 차이가 없지만 양은 2000년 111g에서 2001년 108g으로 준 데 이어 올들어선 100g으로 또 줄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98년 38g에 150원이던 것이 올 1월 현재는 35g에 200원으로, 용량은 3g 줄었지만 값은 50원 올려 전체적으로 40% 가량 상승했다.
또 오리온 오징어땅콩(2,000원짜리 기준)도 99년 280g에서 올해는 240g으로 40g이나 줄었다. 크라운제과의 딸기산도도 마찬가지다. 2002년 232g에 1,800원하던 것이 올 1월 현재는 238g에 2,100원으로 올랐다.
농심 새우깡은 2001년 90g에 400원에서 500원으로 100원 올린 뒤 추가 인상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제과업계는 밀가루 등 원료가격 인상으로 값을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가 가격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용량을 조금씩 줄이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ㄱ제과업체 관계자는 “500원하는 과자 값을 550원으로 올리면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가격차가 너무 커 구입을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장수 브랜드’의 경우 신제품과 달리 마케팅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에 양을 줄이는 것은 눈속임이란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영옥씨(40·서울 서대문구 현저동)는 “어쩐지 먹다 보면 양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면서 “소비자가 모르게 양을 ‘야금야금’ 줄이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