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에 관한 중세 독일의 민간전승들
마흔 여덟 번째 이야기
요한 다마세노(700-754년)의 사연
바빌론 제국의 왕궁에 요한 다마세노라는 저명한 과학자가 살고 있었다. 임금은 요한을 궁정 교사로 삼아 자기 아들에게 여러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게 하였다. 그러나 왕자는 요한에게서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다.
본래 이교도였던 요한은 훗날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는 교회의 위대한 학자가 되어 신학을 가르쳤으며, 하느님의 어머니를 찬미하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도 하였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 요한은 그리스의 어느 지방에서 새 임금을 섬기게 되었다. 그 임금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그 임금도 자기 아들의 교육을 요한에게 맡겼다. 임금은 요한이 왕자를 요한처럼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길러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요한은 그 왕자에게도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그 젊은 왕자는 요한에게서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요한을 뛰어난 성덕을 가졌다는 이유로 미워하였다. 악한 사람이 선하고 훌륭한 스승을 좋아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왕자는 흉계를 꾸며냈다. 고결한 요한을 시기하고 미워하던 여러 비열한 신하들도 여기에 가담했다.
그들은 마치 요한이 쓴 것처럼 거짓 편지를 지어낸 것이었다. 그 편지에는 요한이 자기가 섬기는 임금을 바빌론의 술탄에게 팔아넘기려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당시 두 임금은 서로 전쟁 중이었다. 그들은 요한의 인장까지 훔쳐 그 편지를 봉인한 다음 왕의 서재에 가져다 놓았다. 임금은 그 편지를 받아 읽고는 크게 놀랐다. 임금은 요한을 깊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은 결국 요한을 붙잡아 끌고 오라고 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한이 임금 앞에 나오자 임금이 말하였다.
“나는 너를 선으로 대했는데 너는 나를 악으로 갚으려 하였구나. 나는 언제나 너에게 은혜를 베풀었건만,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하느냐?”
이에 요한이 대답하였다.
“자비로우신 임금님, 저는 한 번도 그런 악한 뜻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제 마음은 깨끗합니다. 폐하를 거스르는 일은 저와는 무관합니다.”
그러나 왕은 요한 다마세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왕은 그를 아끼는 마음이 컸기에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요한의 오른손을 잘라라. 그래서 다시는 편지를 쓰지 못하게 하여라.”
왕의 명령은 곧바로 집행되었다. 그리하여 장애인이 된 요한 다마세노는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으로 갔다. 그는 성모님께 봉헌된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하였다.
“아, 하늘의 정결하신 동정녀시여, 하느님의 어머니시여, 만일 제가 썼다고 사람들이 모함하는 저 편지가 당신께 기쁨이었다면, 당신은 분명 제 오른손이 잘리는 일을 막아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그 편지가 당신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요한에게 말씀하셨다.
“요한아, 어찌하여 나와 상관없는 일에 나를 끌어들이느냐? 네 손이 잘린 것이 어찌 나에게 아픔이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 편지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너와 함께 슬퍼하고 있음을 보여 주겠다.”
그러고는 성모님께서 이내 새 손을 만드시어 요한의 오른팔에 붙여 주셨다. 그 손은 전처럼 건강하고 힘이 있었다.
요한은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크게 기뻐하며 임금에게 다시 가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임금은 그 일을 듣고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임금은 요한 다마세노를 매우 아꼈기 때문이다. 임금은 온 나라의 백성이 모이도록 명하고 광장에 높은 단을 쌓게 한 뒤, 요한을 그 위에 세웠다. 그 임금도 그리스도인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요한 다마세노는 오른손을 보여 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선포하였다. 그러자 거기 모인 모든 이가 하느님과 그분의 공경하올 어머니인 동정 마리아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
임종하는 이의 도우심이신 성모님
어떤 학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곁에서 그 학자를 돌보고 있었는데, 그들이 잠깐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잠시 홀로 남겨진 그 틈을 타 수많은 악령이 무리를 지어 학자에게 달려왔다. 악령들은 이를 갈고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내일 이맘때, 우리는 네 영혼을 지옥 깊은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학자는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런 말을 듣고도 공포에 떨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바로 그때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수많은 천사들과 함께 나타나시더니 악마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갈 생각에 기뻐하지 마라. 내가 이 영혼을 도울 것이니, 이 영혼은 어떠한 해도 입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임종을 앞둔 이에게는 이렇게 이르셨다.
“사제를 불러 네 죄를 고해하여라. 그러면 그 뒤에 내가 다시 오겠다.”
그 사람은 말씀하신 대로 하였고 복된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성모님을 충실히 섬기며 신심을 간직한 덕분이었다.
악마에게 고소당한 여인
로마에 살고 있는 그 여인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그 죄를 고해하지 않았다. 그러자 악마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도시 안에서 크게 외쳤다. “끔찍한 살인이 일어났다!”
결국 이 일이 황제에게까지 알려졌다. 사람들은 인간으로 변장한 그 악마에게 알고 있는 것을 말하라고 요구했고, 악마는 그 여인의 이름을 밝혔다. 사람들은 그 여인을 붙잡아 황제 앞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녀는 재판을 조금만 미루어 달라고 청하였다. 먼저 교황에게 고해성사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여인은 교황에게 모든 죄를 고해하고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을 받았다. 그리고 성모님께 간절히 도움을 청할 기회도 얻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다시 법정에 섰을 때, 악마는 더 이상 그 여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악마는 이렇게 증언했다.
“이 여인은 살인자가 아니다. 진짜 살인자는 어디엔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 여인은 하느님의 딸이며, 태양처럼 티없이 빛나는 이스라엘의 딸이다!”
그러자 법정에 모인 모두가 말하였다.
“이 여인에 대한 고소는 거짓이었다.”
악마는 곧바로 줄행랑을 쳤다. 이렇게 그 죄 많은 여인은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박규희 옮김
(마리아지 2026년 7·8월호 통권 25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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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처 : 아베마리아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