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겨울을 걷다
동화의 세계같은 순백의 절경
자작나무숲은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새봄과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풍경이 환상적이지만, 모든 잎을 털고 하얗게 잠들어 있는 겨울 설경 속 풍경 역시 색다른 아름다움과 정취가 있다. 시인들이나 사진작가들은 오히려 동양화같은 순백의 겨울 자작나무숲을 더 좋아한다.
자작나무를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영화 <닥터 지바고>이다.
<닥터 지바고>에서 우리들은 '연인을 태운 수레가 끝도 없이 펼쳐진 새하얀 자작나무숲으로 달리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영화 <차이코프스키>에서도 눈 덮인 자작나무 숲으로 마차를 몰고가는 사람들, 잎새 진 자작나무 숲을 산보하는 차이코프스키를 만날 수 있다.
또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 뒤로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숲, 미모의 미국여자와 러시아 장교 사이에 맺어지지 않는 사랑 얘기가 애절하게 떠오른다. 드넓은 시베리아 평원을 덮고 있는 자작나무 숲이 가을이 되면 샛노란 단풍잎으로 변한다. 카메라가 하이앵글로 하늘에서 내리찍은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숲은 숨막힐 정도로 매혹적인 전경이다. 그리고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에서 주인공이 소꿉놀이하며 놀던 그 숲의 이미지로도 친숙하다.
러시아 문학기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소설 <전쟁과 평화>의 대문호 톨스토이 생가 입구에 도열해 있는 자작나무숲의 멋진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남쪽 240km, 자동차로 3.5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야스나야 빨랴나라는 곳에는 톨스토이 생가와 무덤이 있다. 그 진입로에 있는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긴 자작나무숲 터널은 정말 환상적이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숲길을 걷다보면 세상의 시름이 잊혀지고 마치 동화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숲 정령들의 잔잔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눈 덮힌 겨울 자작나무숲길 설경은 더욱 그러하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자작나무(Birches)' 한 구절처럼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있는지 나는 알지못한다. 나는 자작나무를 타듯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