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서도 낙상한다

[秦始皇帝[申鉉澤]]

안전불감증(safety frigidity)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안전에 둔감해지는 현상’ 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회를 들썩일 정도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일어난 경우 각종 매스컴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다.
그러나 가로등, 보안등, 신호등, 공원등과 같은 도로시설물의 관리행태를 보면 ‘안전불감증’이라는 괴물이 또 다시 고개를 내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2001년 수도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가로등 감전사고는 ‘설마 도로가 침수되겠어?’, ‘설마 가로등에 감전돼 사람이 죽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부른 참상이다.
하지만 가로등에 기본적인 누전차단기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시간당 최고 99.5mm의 집중호우가 내린 2001년 7월 15~16일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19명의 시민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였고, 형제·자매이자 친구였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관계당국은 가로등용 분전함에 누전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부랴부랴 가로등 감전사고 예방대책을 쏟아내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는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난 2014년 지금의 도로시설물은 과연 안전할까.
물론 정부와 지자체,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당국은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시설물 관리 덕분에 도로시설물의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전기안전공사 국감에서 지적했듯이 전국적으로 2만5589개의 전기시설물이 감전위험에 노출돼 있고,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방수성능이 떨어지는 ‘방우형 가로등접속함’을 버젓이 사용하면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로등 감전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개별 가로등주에도 누전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언제든지 침수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로등과 같은 도로시설물에는 방수성능이 IPX7등급 이상인 방수형 접속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언제나 예산타령만 할 뿐이다.
옛 속담에 ‘방바닥에서 낙상한다’는 말이 있다.
마음을 놓는 데서 실수가 생기니, 항상 조심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도로시설물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안일한 타성에 젖어들 경우 내 가족과 이웃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곱씹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