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같이 몽환적이던 아침 나들이, 백운산과 백운호수
1. 일자: 2022. 5. 7 (토)
2. 산: 백운산(567m)
3. 행로와 시간
[지지대고개(06:14) ~ 범봉(06:43) ~ 헬기장(07:17) ~ 헬기장(07:45) ~ 백운산(08:23) ~ 고분재(09:03) ~ 까페rrroh(09:28) ~ 백운호수(09:45) ~ 까페laboom(10:20) / 10.83km]
지지대고개 프랑스군 참전비에서 길을 시작한다. 잔뜩 흐린 날씨,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날 땐 살짝 겁이 났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자 소나무가 호위하는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백운산과 광교산은 숲이 참 좋은 산이다. 오늘 같이 흐린 날 찾기에 제격이다.
숲에 짙은 안개가 드리운다. 몽환적이고 운치 있는 풍경이 드리운다. 기대했던 바다. 천천히 오른다. 작은 높낮이는 있지만 거의 평지 수준이다.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오가는 이도 없다. 그렇게 헬기장에 도착하고 다음 헬기장으로 가는 길은 더욱 고요하다. 간간이 철쭉이 눈에 들어오지만 진 것인지 아직 피지 않았는지 분간이 되지 않고 감질만 난다.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모처럼 만에 제대로 된 힐링 산행을 한다. 고요한 숲, 착 가라앉은 대기, 평탄한 등로, 그리고 안개…. 모든 게 제대로다. 안개를 헤치는 걸음 마다 새로운 길이 태어난다. 흐릿한 풍경은 내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압축된다. 배경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안개는 나를 중심에 세운다.
낙엽 짙은 오르막에선 초록이 더 짙어진다. 또 한번의 오름 짓에 미군부대 헬기장에 도착한다. 부대가 이전을 했는지 통신 중대 정문 앞은 정적이 감돈다. 입간판의 페인트도 빛이 바래있다. 부대를 돌아 긴 계단과 마주한다.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잎에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안개가 자욱한 백운산 정상에 선다. 아주 오랜 만이다. 그새 한남정맥을 알리는 간판이 새로 만들어져 있다. 칠장산에서 문수산로 향하는 길, 중간에 등로가 그리 많이 끊어진 줄 알았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도전이, 그 길에 한복판에 서니 새삼 기억된다.
고분재 가는 내리막, 연무에 분홍 철쭉이 더 곱다. 푸르른 초록까지 더하니 근사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다. 가다 서고 또 가고 발 밑에 산화한 꽃을 보고 또 멈추고…. 오늘의 최고 풍경이다. 흐린 날의 수묵화에 분홍빛이 더해지니 근사하다.
고분재에서 백운호수 가는 길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눈에 길을 새겨 둔다. 새로 선 까페를 지나 학의천으로 향하는 개울을 따라 호수와 접속한다. 천천히 호숫가를 걷는다. 멀리 관악산은 연무에 젖어있다. 지나온 백운산 능선이 잘 가라 인사를 한다.
카페 라붐에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앞에 두고, 꿈길 같이 몽환적이던 아침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시큼하고 쌉쌀한 커피 한 모금에 깨어난다.